거래 건수 급증한 M&A 시장은 초호황
PEF엑시트, SI 거래 증가에 인수금융 시장은 주춤
대규모 리파이낸싱도 올 상반기 기점 마무리
NH·한국·KB證 중심 크로스보더 거래 차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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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오랜 기간 묵혀둔 거래들이 잇따라 성사되며 훈풍이 불었던 M&A 시장과는 달리 인수금융 시장은 상대적인 정체기를 맞았다. 인수금융을 일으키는 주요 주체들은 금리 상승기를 대비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중순까지 선제적인 리파이낸싱 작업에 나섰다. 올 3분기 M&A 거래가 다수 성사되긴 했으나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투자금 회수 거래가 주를 이뤘던 점, 전략적투자자(SI)의 참여 거래가 많았다는 점에서 반사 이익을 누리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M&A 인수금융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국내 주요 금융기관의 인수금융 주선 금액은 약 14조6500억원 규모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올해 보다 M&A 거래가 다소 주춤했던 지난해에도 주선 금액이 약 17조1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한 수치다. 3분기만 기준으로 비교해도 지난해 총 주선 실적은 약 6조4600억원이었으나 올해는 약 5조3000억원에 그쳤다.
인수금융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을 정점으로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심화하기 직전인 2019년도까지 국내 주요 PEF와 기업들의 크로스보더 M&A가 활발했고, 이에 힘입어 주요 금융기관의 인수금융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인수금융 주선사들의 실적의 상당 부분은 자본재조정(리캡 또는 리파이낸싱) 거래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거래 규모 상위 5개의 M&A(인텔 낸드플래시, 푸르덴셜 생명보험, 아시아나항공, LG화학 편광판 사업부,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에선 인수금융을 일으킨 거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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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엔 PEF들의 대규모 리캡, 리파이낸싱 거래가 눈에 띄었다. 이는 지난해 전반적인 업황과 실적 전망이 어두웠던 포트폴리오들이 실적 개선세를 보이면서, 다소 늦춰진 투자금회수 작업을 서둘러 마무리 짓기 위한 작업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고객은 한앤컴퍼니로, 한온시스템과 SK해운 등 총 3조3500억원의 리파이낸싱 거래를 추진했다. 이를 주선한 상당수의 금융기관들이 현재 인수금융 리그테이블 상단에 위치해 있기도하다.
사실 M&A 거래만 두고 본다면 올 3분기는 상당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3분기 인수금융 총 주선 금액 기준 조단위 거래는 테일러메이드가 유일했다.
반면 M&A 시장에선 MBK파트너스의 에이펙스로지스틱스 경영권 매각, 신세계그룹의 스타벅스코리아 지분인수, 현대카드 지분매각, 대우건설 경영권 매각, DL그룹의 크레이튼(Kraton) 인수 등의 거래가 진행됐으나 금융기관들의 인수금융 실적과는 연관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국내 사모펀드의 엑시트 거래와 전략적투자자(SI) 들이 주도하는 거래들이었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의 역할이 다소 미미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물론 인수금융 주선 실적은 M&A 거래에 다소 후행하는 성격을 띄기 때문에 올 연말까지는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금융 시장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의 순위는 10위권 내에서 고착화했다. M&A 시장의 큰 손인 일부 PEF 운용사들은 특정 금융기관과 거래 관계를 꾸준히 이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올해 상반기 다소 주춤했던 해외 크로스보더 거래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을 중심으로 성사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