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회장 현대모비스 지배력 강화가 핵심
현대ENG 10조 달성시 조 단위 현금 확보 가능
모비스의 기업가치 성장 정체
지배구조 개편의 최적의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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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대전제는 정의선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이다. 현재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정의선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일부 상속받고, 동시에 지분율을 늘려 그룹 전반에 걸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이다.
일명 '정공법'으로 불리는 일련의 과정에선 역시 재원 마련이 핵심이다. 최근엔 정의선 회장이 2대주주인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공개(IPO)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착수했다. 즉 정의선 회장은 해당 지분을 현금화하거나, 지분 스와프 등을 통해 얽혀 있는 지배구조를 풀어내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정 회장의 지분이 시가로 평가받기 때문에 현대엔지니어링이 비상장 회사로 남아있을 때보단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내달 중 최종 상장계획이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시기상 연내 상장은 다소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늦어도 내년 1분기 내엔 상장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추진으로 최대주주 현대건설과의 합병 가능성은 일축됐다. 대신 그룹 차원에선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 2곳의 대형 상장 건설회사를 보유하게 되기 때문에 양사의 차별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각각의 기업가치 극대화 전략을 마련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정의선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그룹 계열사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은 유일한 비상장회사이다.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정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선 재원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글로비스(상장회사)는 정 회장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계열사 지분이기 때문에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는 사실상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작업 착수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는 시기의 문제였을 뿐, 이를 통해 정 회장 및 오너일가는 지분의 활용 가능한 선택지가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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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를 통해 정 회장이 지분 일부를 구주매출을 통해 현금화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2019년 현대오토에버 IPO 당시 정 회장은 보유지분(402만주) 가운데 절반(201만주)을 구주매출하며 1000억원가량을 현금화한 전례도 있다. 그러나 기업공개 과정에서 오너일가의 과도한 구주매출은 자칫 그룹차원의 중요도가 떨어졌다는 시각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 모집에 부담스런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할 요소다.
IPO 이후에도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의 지분 매각이 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기 때문에 조급하게 현금화 작업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분 매각 과정에서 우호 지분이 필요하다면, 지분의 제 3자 매각 또는 클럽딜과 같은 거래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단 IPO를 통해 지분의 현금화가 가능한 창구를 마련했고, 지분 매각 또는 주식교환, 주식담보대출 등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려 섣불리 구조개편에 나서기 보다는 세제 혜택을 비롯한 상대적으로 친(親)기업 정책이 나오는 시점을 지켜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후 시가총액은 최대 10조원 수준까지 거론되기도 한다. 이 경우 정 회장의 지분 가치는 1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자산 가치에 따라 기업가치는 변할 수 있지만 최대주주인 현대건설의 시가총액이 현재 6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시총 10조원 달성은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6위 건설사이다.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비교집단(피어그룹)으로 거론될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고려해도 10조원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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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제 1정책으로 꼽히는 수소 생태계 조성에 현대차그룹이 앞장서고는 있으나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정 회장에겐 우호적인 환경이다.
지난 수년간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률은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AS사업의 영업이익률은 20%에 정체돼 있는 반면, 부품 사업은 지난 2011년 약 7%에서 2017년 1%대로 떨어진 뒤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수소연료전지 공장에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그룹 내에서 수소 사업 비중을 늘려가고는 있으나 직접적인 실적과 수익성으로 연결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계열사와의 주가 매력도에서 현대모비스가 우위에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많지 않다.
결국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획기적인 전략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는 이상 정 회장에게 유리한 상황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모비스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재원마련의 또 하나의 축은 현대글로비스이다. 정 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내에서 수소를 기반으로 한 운송 플랫폼의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정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또한 매각, 스와프 등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이후 정 회장의 지분 활용 방안이 구체화하는 시점에 글로비스의 처리 방안이 또한 제시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