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수익률, 시장 평균 수익률 웃돌아
불안정한 증시에 간접투자 인기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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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침체됐던 헤지펀드가 최근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기 전 수준으로 규모를 회복했다. 헤지펀드 설정이 까다로워진 이후 오히려 소수의 검증된 운용사가 펀드를 운용하며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약 35조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이후 꾸준히 감소하다가 올해 2월부터 7개월 연속 증가했다. 1월에는 설정액이 30조원을 밑돌기도 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위축된 사모펀드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35조원은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기 전 수준의 설정액이다.
사모펀드를 향한 투자자의 우려가 예전만 하지는 않다는 게 사모 헤지펀드 시장 회복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운용업계에 따르면 라임운용드 사태 이후 수탁사의 감시 의무와 책임이 강화돼 헤지펀드 설정이 까다로워지자, 소수의 검증된 운용사가 판매사를 독식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운용사별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판매 단계에서부터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니 투자자는 선별된 헤지펀드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평이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몇 년 치 검증된 트랙 레코드가 있고 재무구조가 좋은 운용사만 판매 채널을 뚫다 보니, 신생 운용사는 판매 채널에 상품을 걸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최근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수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이는 공모주 열풍 때문이다. 신생 운용사는 대체로 헤지펀드가 아닌 공모주펀드 위주로 내놓았다"고 밝혔다.
다른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고 1년이 지나며 모든 사모펀드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며 "사모펀드 자체적으로 자정 작용도 일어났고, 검증된 운용사가 검증된 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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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의 수익률이 시장 평균 수익률을 웃돈 점도 투자자가 돌아오게 된 이유라는 분석이다.
메이저 헤지펀드 운용사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약 18%(10월 14일 기준)을 기록했으며, 최근 3개월은 약 7%로 집계됐다. 반면, 국내주식형 공모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 2.03%을 기록(10월 14일 기준)했으며, 최근 3개월은 -8.99%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연초 이후 40% 정도의 수익률을 내기도 하는 등 대부분의 헤지펀드는 하락장 속에서도 '아웃퍼폼’했다"며 "수익률 차별화가 최근 사모펀드 증가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직접투자보다 간접투자가 선호되고 있다는 점도 헤지펀드 부활의 배경으로 꼽힌다.
15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1년 3분기 펀드시장동향'에 따르면 21년 9월말 기준 국내 펀드 순자산이 800조원을 돌파했다. 사모펀드 순자산은 495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3.7%(17조8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혼합자산(+10.4%), 혼합채권형(+8.4%) 펀드의 순자산 증가가 두드러졌다. 그동안 직접투자 열풍과 차익 실현성 환매로 자금 유출이 이어졌지만 3분기 들어 순유입으로 전환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무 주식이나 사도 주가가 오를 만큼 작년은 장이 좋았지만, 이젠 직접투자로 수익을 내기 너무 힘들어졌다"며 "미국 테이퍼링, 중국 헝다 이슈 등 대외적인 변수가 너무 많아서 개인투자자가 하나하나 대응하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