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가격 하락, 운용 손익 2분기比 47% 감소
"50bp 상승시 작년 연간 수익의 5% 규모 손실"
정부 정책도 통화 긴축 기조, 약세장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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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주요 증권사들의 3분기 순익이 일제히 전 분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 피크아웃(고점) 우려가 커졌다. 테이퍼링 임박 등 전세계적인 유동성 회수 국면에서 증권업의 불리한 영업환경이 전개되고 있다는 풀이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4개 증권사 합산 순이익은 905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 전분기대비 1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 실적 둔화 요인으로는 금리 급등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이 꼽힌다.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을 회수하는 국면에서 금리가 급등하자 채권 운용 손실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증권사 손익에서 2분기 대비 가장 크게 하락할 부문은 트레이딩 수익이 포함된 '운용 손익' 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운용 손익은 직전분기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주요 증권 4개사 합산 기준 운용 및 기타이익은 3940억원 수준으로 작년 같은 시기보다는 21.6%, 전 분기 대비로는 47.2% 줄어든다.
시장금리가 9월 중순부터 급등하면서 9월 채권운용 실적이 부진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9월 FOMC에서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이 매파적인 시그널을 보이자 금리가 상승했다. 지난 7월 26일 1.36%를 기록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2일 1.81%로 50bp 가까이 치솟았다.
단기금리는 지속적인 긴축 기조를 선반영하며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라며 내달 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9월말 기준 국고채 1년물 금리는 1.096%로 전월 대비 3.2bp(1bp=0.01%) 올랐고 2년물 금리는 1.444%, 3년물 금리는 1.593%로 각각 전월 대비 19.5bp, 19.8bp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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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공사가 5월 발행한 '금융리스크 리뷰'에 따르면 2020년 채권 보유액(248조원)기준 금리가 50bp 상승시 예상되는 손실은 지난해 영업수익의 5%(8918억원)수준에 이른다. 올해 3월 말 기준 증권사의 채권 보유 규모는 251조원이다.
증시 부진으로 ELS발행 여건도 녹록치 않다. 전분기대비 ELS 발행액은 10.8조원으로 21%, 조기상환액은 10.2조원으로 36% 감소했다. 주로 HSCEI(홍콩H지수) 하락세로 인한 조기상환 요건 미충족 때문이다.
3분기 일평균 HSCEI는 9352P로 전분기대비 18% 하락했다. ELS는 일반적으로 6개월 뒤의 중간 평가 시점에 기준 가격의 95~90% 수준을 넘어야 조기 상환이 가능하다.
거래대금 하락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수료 감소도 증권사 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 증권업계는 브로커리지 호실적에 힘입어 2016년 연간 순이익 수준의 분기 이익을 달성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국내 주식시장 일일평균 거래대금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1분기에 33조원 수준이던 거래대금은 2분기 27조원, 3분기에는 26조원으로 집계됐다. 4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25조원으로 3분기 대비 4% 추가 감소후 반등할 전망이다.
3분기 증권 업종 브로커리지 수수료도 6900억원 수준으로 작년 동기 대비 14.5% 감소했고 지난분기보다 4.8% 줄었다. 브로커리지 수수료 손익이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0% 정도로 추산된다.
다만 IB는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ECM 강세 덕분에 IPO 인수금액은 11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 크래프톤 4조3000억원, 카카오뱅크 2조6000억원, 현대중공업 1조1000억원 등 '대어'로 불리는 대형 딜이 잇따랐던 영향이다.
4분기 및 내년에는 M&A 빅딜이 예정되어 있다. 두산공작기계, 한샘뿐만 아니라 요기요, 인터파크, 휴젤 등 딜 주선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가 가계부채 안정화라는 기조아래 유동성 회수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약세장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증권 담당 연구원은 "미국, 중국 등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는 국면에서 우리 정부도 가계 대출 제한, 신용 공여 한도 관리 등 동일한 기조의 정책들을 이어가고 있다" 라며 "증시 뿐 아니라 유동성이 펀더멘탈이라고 할 수 있는 증권업의 실적에도 부정적"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