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 이어지며 판 커져
결과 따라 회계법인 업무 파장
기존 풋옵션 계약도 문제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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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간의 경영권 분쟁이 자본시장 ‘세기의 재판’으로 판이 커졌다. 단순히 주주간 분쟁이 아니라 M&A 거래 계약 전반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해당 재판을 수임한 로펌뿐 아니라 대형 로펌들 마저 재판 결과가 손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주고 있다.
교보생명 중재 판결이 내려진 이후 김앤장과 광장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서로가 해당 중재판결에서 이겼다고 주장을 하면서다. 김앤장은 어피너티 컨소시엄을, 광장은 신 회장 쪽을 대리했다. 시장의 평가는 표면상으론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이겼지만, 실질은 신 회장 측이 고스란히 챙겼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신 회장에게 교보생명 주식을 되사가라는 풋옵션의 유효성을 인정받았다. 다만 해당 풋옵션의 가격을 중재재판소가 내리진 않았다. 풋옵션이 유효하지만 주당 가치를 산정할 수 없으니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따져봐야 하는 셈이 된 것이다.
해당 재판 결과를 받아든 FI 측에서도 김앤장에 대한 볼멘 소리가 나왔다. 수백억원의 소송비용이 청구된데다 2년여를 끌어왔던 재판에서 이렇다할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재재판을 시작했을때만 해도 FI측은 빠르면 1년 안에 신 회장에게 일정 금액의 풋옵션을 청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김앤장에 대한 신뢰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재재판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김앤장의 자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사모펀드 업계에서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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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재판 초기 불리한 상황이었다. 계약서가 명료한 상황에서 광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신 회장이 풋옵션 가격을 써내지 않는 ‘묘수’(?)를 통해서 사실상 FI의 풋옵션을 무력화시켰다. FI들 사이에서도 ‘허’를 찔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FI들 사이에선 광장에 대한 반감도 생기고 있다. 교보생명 중재재판이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회계법인을 상대로한 형사재판으로 이어지만서 사모펀드들 사이에서 광장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해당 건을 끌고 가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오히려 재판에 관여하지 않은 태평양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태평양은 올해 굵직한 크로스보더 딜에 참여하며 김앤장과 양강체제를 구축했다. 심지어 교보생명 중재재판에 얽히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사모펀드들이 일감을 주고 있다. 물론 수임료야 교보생명 중재재판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수익원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김앤장도 광장도 싫다는 사모펀드들이 태평양에 일감을 주고 있는 묘한 분위기”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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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재판은 일단락 됐지만 해당 건이 세기의 재판을 불리는 것은 형사재판이 남았기 때문이다. 신 회장과 FI 간 법정공방 2차전 성격이지만, 형사재판의 결과가 중재재판보다 파급력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해당 사건을 살펴보면 교보생명은 풋옵션 가격 산정 과정에서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딜로이트안진이 회계사들이 공모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기소해 현재 1심이 진행중이다. 해당 건도 FI측을 김앤장이 대리한다.
얼핏보면 단순한 형사재판 같지만 해당 재판의 파급효과는 자본시장의 세기의 재판으로 불릴만하다. 우선 해당 재판 결과에 따라 회계법인 자문업무의 한 축인 가치평가 산정 업무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통상적인 M&A 업무부터 공시를 위한 가치평가 업무등 수백억원의 시장이 쪼그라 들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프로세스를 지키면서 일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형사소송의 리스크가 있는 업무를 어느 회계법인이 맡아서 하겠느냐는 것이 회계사들의 생각이다.
비단 자문 업무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간의 수천건의 M&A를 비롯한 풋옵션 계약에도 문제가 생길 여지가 크다. 이미 중재재판으로 풋옵션 계약이 유효한가에 대한 의문이 커진 상황에서, 형사재판에서 풋옵션 가격 산정 방식에 대해 유죄처분이 나오면 그간의 관행적으로 이뤄진 풋옵션 계약이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풋옵션가격뿐 아니라 절차를 놓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수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재판 결과에 따라서 그간의 풋옵션 계약이 문제가 있다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라며 “그만큼 재판이 가진 파급력이 크다”라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선 주주간계약서(SPA)에 대한 검토작업에 한창이다.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감안해서 계약서에 적시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생기고 있다. 중재재판에서 드러나듯 풋옵션 계약에서 일방이 가격을 제시하지 않으면 어떠한 조치를 취한다라는 것도 계약서에 명문화해야 할 판이다. 계약서가 복잡해지면 결국 웃는 건 로펌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공정가치란 용어를 계약서에서 아예 빼고 있다”라며 “공인회계사, 공정가치란 단어들이 공정하다란 느낌 때문에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인들은 해당 개념에 대해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