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AMC 겸영 운용사도 매입 검토 늘어
수익성 회복 기대보다는 개발 차익 염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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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프=윤수민 기자)
길어지는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호텔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운용업계에선 잇따라 용도 변경 및 리모델링을 염두에 두고 호텔 매입에 나서고 있다. 오피스 등의 자산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개발 차익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호텔 투자 규모는 8468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작년 규모가 9424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반기 만에 지난해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총투자 규모는 매입가의 1.07~1.08배 수준으로 추정된 것으로 장기 불황으로 호텔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 호텔도 수익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매물로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중구 힐튼호텔, 강남 르메르디앙,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등 서울 요지에 있는 고급 호텔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왔다. 명동에 위치한 나인트리 프리미어호텔 명동2도 최근 매각을 추진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NH농협리츠운용이 선정됐다고 알려진다.
작년만 해도 소규모 호텔 위주로 매각이 이뤄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내 호텔 총투자 규모는 줄었지만, 되레 거래 건수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호텔 거래는 22건으로 2019년보다 6건 늘었지만, 거래 규모는 19% 감소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주거·오피스 등으로의 용도 변경을 염두에 두고 매입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기간에 호텔업 불황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이미 자산가격이 급등한 오피스 등으로 개발해 차익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주거시설보단 오피스를 선호하는 리츠AMC 겸영 운용사도 호텔 매입 검토가 늘었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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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리츠를 준비하고 있는 한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검토하고 있는 매물 10건 중 3~4건은 호텔"이라면서 "향후 2년은 코로나 때문에 당장 수익은 힘들다. 3~4년부터 수익을 본 다음 5년 차에 개발을 목적으로 물건들을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증권사에서 부동산 자문을 맡은 한 관계자는 "호텔 공급이 늘면서 매물로 나온 건들을 호텔이 매입해 오피스로 리모델링한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최근에는 호텔 경영 악화가 가속화되면서 더 활발해졌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물로 나왔거나 새 주인을 찾은 4~5성급 호텔 10여개는 대부분 주거 시설이나 오피스로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케펠자산운용에 매각된 쉐라톤 디큐브시티 호텔은 오피스로 리모델링될 계획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매입한 명동 티마크호텔 건물 및 부지 역시 오피스를 세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르메르디앙 호텔은 주상복합이나 주거시설로 전환될 계획이라고 알려진다.
시내 호텔의 경우 오피스로 개발할 때 용적률 혜택이 있다는 설명이다. 부지에 신축 오피스로 짓는 것보다 호텔을 건설할 때 허용되는 용적률이 높아서다.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호텔시설을 건설하는 경우에는 용적률을 완화할 수 있다.
호텔은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지만, 오피스의 경우 자산 가격이 치솟고 있다. 최근 호텔 매물이 쏟아지면서 캡레이트 추산이 어려운 상황이다. 호텔 자산만 담은 모두투어리츠의 경우 현금배당수익률은 3.53%에 불과하다.
반면 지난 2분기 오피스빌딩은 주도하는 서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분기대비 8.7% 상승하며 이례적 오름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래의 70%는 오피스가 차지했다. 작년 서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11% 올랐다.
일각에선 오피스 등의 프라임 자산의 가격이 치솟아 개발 차익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푸념도 나온다. 한 리츠AMC 겸영 운용사 관계자는 "오피스가 너무 비싸 호텔이나 레지던스 같이 나중에 개발가능한 물건으로 많이 넘어가는 추세"라며 "매도가가 높아져 캡이 낮아지는데 시장의 분위기가 일단 지르는 분위기여서 개발로만 이익이 나는 구조로 바뀌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