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FI와 음극재 '지분투자'…중복 구조 여전한데, 실익은 불명확
입력 2021.11.03 06:57
    BNW 인베·SJL파트너스와 각각 컨소시엄 구성
    英 넥시온에 총 960억 투자해 지분 26.3% 확보
    당초 JV 진출보다 축소…계열 사업 중복은 지속
    FI 2곳과 복잡한 투자구조…SKC에 돌아갈 실익 주목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SKC가 재무적 투자자(FI) 두 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차세대 음극재 시장에 진출한다. 협력 대상인 영국 '넥시온'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지난 안보다 축소된 모습이다. 그러나 그룹 계열사와 사업이 겹치는 구조는 여전하고, 복잡한 투자 구조로 인해 SKC에 돌아갈 실익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SKC는 이달 중 BNW 인베스트먼트와 영국에 'SK NEX 인베스트먼트(가칭)'를 설립한다고 1일 공시했다. SKC는 386억624만원을 출자해 신설 법인의 지분 80%를 취득한다. 신설 법인은 향후 또 다른 FI인 SJL 파트너스와 두 번째 컨소시엄인 'SK NEX 홀딩스(가칭)'를 설립해 영국 실리콘 음극재 기술 업체인 넥시온에 약 8000만달러(원화 약 940억원)를 출자해 지분 26.3%를 확보하게 된다. 

      음극재는 배터리의 충전 속도와 수명을 결정하는 소재다. 실리콘 음극재는 현재 주로 쓰이는 흑연 소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아 대안으로 꼽히지만, 아직까지 부피 팽창 등 기술적 문제가 남아 있다. 올 들어 시장이 열리기 시작해 2025년까지 시장 규모가 6조원으로 가파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계획은 지난 9월 29일 SKC 이사회에서 부결된 넥시온과의 JV 설립안에 비해선 다소 소극적인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우선 SKC의 실제 투자 규모는 약 380억원 수준이다. 나머지 약 560억원은 1차적으로 BNW 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다시 SJL 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마련하는 구조다. FI 두 곳을 끌어들여 SKC의 부담이 분산되지만, 결과적으로는 합작사 대신 지분 투자 형태가 됐다. SKC는 우선 실리콘 음극재에서 1200톤 규모로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일 진행된 SKC의 실적 발표회에서 김종우 SKC BM혁신추진단장은 "이전 부결된 안건은 제가 냈었는데, 사업 진출 시점에 대한 리스크와 계약 조건에 대해서 개선하고 보완하라는 주문이 있었다"라며 "이사회 구성원의 지도 편달로 다시 상정해 통과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경영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룹 계열사 간 사업 중복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날 SKC 실적 발표회에 참석한 한 기관투자자가 "최종적으로 SK㈜와 어떻게 교감했느냐"라고 묻자 김 단장은 "그룹에서 우리가 발표한 음극재 사업 진출 계획에 대해서 반대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시장에서 잡음이 발생하며 많이 배웠는데, 앞으로도 이사회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제고해 시장과 소통하겠다"라고 답변했다. 

      이 같은 질문의 배경에는 SK머티리얼즈의 음극재 진출 계획이 있다. SK머티리얼즈는 9월 14일 미국 소재 기업과 JV 형태로 음극재 사업에 85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열흘 후 SKC도 음극재 사업 진출을 예고했고, 보름 뒤에 이사회에서 JV 진출안이 부결됐다. 

      업계에서는 SK머티리얼즈가 SK㈜와 합병을 앞두고 있는 터라 모회사와 자회사가 같은 사업에 진출한다는 부담이 부결 원인으로 지목됐다. SKC 이사회가 한 달 만에 새로운 안을 확정 지었지만, 규모가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일 사업에 비슷한 시기 진출하는 구조는 동일하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중복 우려로 기존 투자 계획에서 후퇴한 것으로 비춰진다"라며 "그럼에도 여전히 겹치는 상황인데 결국 각사가 목표 시장을 어떻게 나눌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명확히 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새로 결정된 투자 계획에서 FI 두 곳과 다소 복잡한 투자 구조를 짠 배경에 대해서도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SKC 관계자는 "FI의 역할이 투자금의 일부를 조달하는 것도 있지만, 특정 FI가 고객사와 접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SK그룹의 파이낸셜 스토리의 취지 자체가 외부 투자자 유치에 적극적인 성격을 띠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투자운용 업계에선 해당 FI가 BNW 인베스트먼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재욱 BNW 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는 삼성SDI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 총괄 사장을 지냈고, 장동식 부사장은 삼성SDI 연구소 소장직 출신이다. 삼성SDI는 국내 2위 배터리 업체로 계열사인 SK온의 경쟁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절대적 규모가 크지 않아 SKC에 돌아갈 실익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단 평가도 나온다. FI 두 곳과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복잡한 구조지만 전체 투자금은 1000억원 미만이다. SKC가 부담하는 금액이 약 380억원 규모다 보니 성과를 내더라도 SKC의 기업 가치 확대에 기여하는 바가 제한적일 수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SJL파트너스가 모멘티브의 실리콘 사업과 접점이 있어 FI를 통해 소재 수급과 고객사 확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라며 "그러나 결국 동박 외 영토로 사업을 확장해 기업 가치를 3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게 SKC 파이낸셜 스토리의 골자인데, 투자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음극재 사업이 얼마나 기여할지 알기 어렵게 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