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무거운 삼성전자 주가…사이클 변하니 주가 셈법도 바뀔까
입력 2021.11.04 09:18
    Weekly Invest
    3분기 실적발표 후 치솟던 주가 '도로 6만전자'
    "업황 주기 바뀌었다"고 하지만…우려는 여전
    메모리 업황 6개월 선반영 등 셈법 유효할까
    공급사 해명 수긍해도 주가는 여전히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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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실적발표회에서 이례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그러나 시장은 더욱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긍정적 해석을 따라 과한 걱정을 거둬들여야 할지, 회복세가 보일 때까지 그간의 공식을 따를지 혼선이 거듭되는 탓이다. 오랜 기간 메모리 시장에서 업황과 주가 방향성을 점치는 데 활용된 셈법이 여전히 유효할까 물음도 커진다.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 직후 회복 기미를 보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하루만에 '도로 6만전자'로 돌아섰다. 11월 들어 7만1500원을 회복하는가 했지만, 좀처럼 7만원 안팎 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실적 발표 당일 장중 한때 7만2200원까지 치솟았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내년 상반기 업황 전망을 두고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주가도 마찬가지 행보를 보이고 있다.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기지개를 켜는가 했더니, 삼성전자 실적 발표 다음날 마찬가지로 상승분을 반납했다. 지난달 9만원까지 내려간 것에 비해 바닥을 벗어나긴 했지만 11월 중에도 메모리 업황 둔화 우려가 여전하다는 신호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언제 사야 하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한다"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언젠가 올라가긴 할 것인데 언제 사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주가가 오르내리는 지점을 맞추는 것이 원래 어렵지만 요즘처럼 답변하기 곤란한 때가 없었다는 반응이다.

      전일 실적 발표회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가 힌트를 충분히 줬다는 분위기가 감돈 것으로 전해진다. 발표회에 참석했던 한 기관 투자자는 "삼성전자가 사이클에 대한 견해를 몇 가지로 나눠 충분히 설명하면서 어느 정도 방향성이 잡히는 듯했다"라며 "어제만 해도 주가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가 했지만 오늘 주가를 보면 또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들어 수차례 "업황 주기가 전과 다르다"라는 설명을 반복해왔다. 

      삼성전자의 설명을 따르자면 ▲메모리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응용처가 다양해졌고 ▲공정이 미세화하며 난이도가 올라가고 있어 과거와 같은 출하량 증가를 유지하기 어렵고 ▲공급망과 위기관리 역량이 과거보다 향상돼 2018년과 같은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 

      이 같은 입장을 반복해 내비치는 건 투자자들이 그간의 관성대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현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이내 계약가가 하락해 실적이 빠지나 주가도 덩달아 빠질 거란 셈법이 오랜 기간 통용돼 왔다. 현물가가 하향 곡선을 그리면 주가가 이를 6~9개월가량 앞당겨 반영하는 식이다. 투자자 설명회(IR)에서 고객사 재고 수준과 설비투자 계획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루는 것도 이 시기를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삼성전자의 말대로라면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단정하긴 어려워도, 현재 현물가 하락세가 시장의 우려만큼 극심하지 않을 수 있다. 지난 10개월 내리 주가 하락을 거듭한 터라 우려가 충분히 주가에 반영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4분기 이후 설비투자 계획에 대해 보수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더군다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3분기 실적을 통해 업황 둔화 우려에도 실적 방어가 가능하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SK하이닉스는 이례적으로 "가격이 맞지 않으면 팔지 않고 수익성 중심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응용처가 다양하니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제품 믹스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각이 합리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시장 환경이 변한 만큼 주가 셈법도 바뀌게 될지, 우려를 꺾고 주가 반등을 점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전일 실적 발표에서의 발언으로 메모리 가격 하락폭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 높을 것이며, 침체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거란 일부 시각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라며 "전과 달리 업황 침체와 실적 하락에 하방이 생겼다는 이야기에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이제 주가가 정말 바닥을 쳤다고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