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대열 오르는 스타트업 여전히 속속 나와
업계선 우려의 시각도...BM 잣대 높아졌다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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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면서 비상장 플랫폼 기업들의 투자 유치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추가 투자유치를 통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대열에 합류한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는 모양새다.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이전과는 달리 캐시 플로우(현금 흐름)나 BM(비즈니스모델) 등 수익성과 관련한 지표에 좀 더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밸류에이션(Valuation) 거품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곳곳에서 나오는 있는 탓이다. 최근 금융 당국에서도 비상장 투자 열기를 제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스스로 기업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IGA웍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국투자PE)와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SG PE)가 공동으로 조성한 펀드로부터 약 158억원을 투자 받았다. 신주 발행된 가격 기준 아이지에이웍스의 기업가치는 1조원을 소폭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 상장을 계획 중인 오아시스마켓도 최근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 대표 주관사로부터 약 100억원을 투자 받아 약 1조100억원의 밸류에이션(Valuation)을 평가 받았다.
투자 유치를 준비하는 기업도 다수다.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최근 외국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협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종합물류플랫폼 ‘부릉(VROONG)’ 운영사 메쉬코리아 역시 1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새벽배송 플랫폼으로 유명한 마켓컬리나 왓챠 등도 투자 유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몸값을 대폭 올리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된 풍부한 유동성 장세가 비상장 플랫폼 기업들 중심으로 여전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제2벤처붐’이라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시장에 풀린 뭉칫돈이 합쳐지면서 기업가치 상승을 앞당기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선 ‘과열이다’라는 지적과 함께 ‘언제 거품이 꺼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시각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위험신호로 공모주 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위기가 꼽힌다. 비상장 플랫폼 기업들의 주요 엑시트(투자금 회수) 창구는 상장이다. 만약 공모주 시장이 위축된다면 이들의 기업가치를 정당화하기까지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최근 벤처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벤처 투자를 자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간편한 등록제로 운영하던 신기술금융사업자 인가 접수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생 VC(벤처캐피털)들이 곤란해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비상장 플랫폼 기업에 투자할 때 이들의 수익성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고려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 적자가 지속되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매출이나 거래액 등 플랫폼 볼륨(Volume)을 측정하는 지표를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비상장 투자업계에 ‘거품론’이 고개를 들자 이제는 비상장 기업들이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지, 즉 현금 흐름이 탄탄한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유니콘 대열에 합류한 오아시스마켓이 새벽배송 플랫폼으로는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나 오늘의집이 버티컬 커머스(전문몰) 기반의 BM 마련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마케팅 포인트로 꼽히는 이유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나 당근마켓 등 이미 기업가치 1조원을 훌쩍 넘은 플랫폼 기업들이 컨설팅 업계로부터 흑자전환 가능성이 낮은 BM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라며 “지금이야 기업가치 1조, 2조원 달성에 기뻐하겠지만 길게는 3, 4년, 짧게는 2, 3년 후 벤처 거품이 빠지면 그동안 형성된 기업가치 역시 언제 깎일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