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들은 용적률·건폐율 하락으로 수익성 우려
쿠팡 대형화재사고 후폭풍…인수자 부담 가중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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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쿠팡 물류센터 화재사건 이후 물류센터 개발 형태가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화재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허가청 측에서 건물을 두 개 동으로 나누는 등의 방식 변경을 요구하면서다. 부동산 투자업계는 용적률과 건폐율의 하락으로 사업성이 이전보다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운용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사나 자산운용사 등 물류센터 투자자들은 물류센터 개발 방식이 향후 달라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에 나섰다. 전체부지가 아닌 동 별로 투자대상을 쪼개는 식으로 계약 형태가 달라질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그동안은 부지 위에 물류센터 건물을 1개동 형태로, 크고 단순한 구조로 건설할 수 있었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부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 선호돼 온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인허가청 측에서 건물을 2개동 등으로 나눠 건설하는 식으로 '거리두기'를 해 화재 피해를 최소화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있었던 쿠팡 물류센터 화재사고 이후 생겨난 변화다. 지난 6월 경기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건물이 거의 전소됐고 내부 물품도 모두 불에 타 총 4000억원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당시 불은 2개동 중 1동(지하 2층~지상 4층) 지하 2층에서 발생했다.
물류센터는 대체로 규모가 큰 만큼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공급된 물류센터 중 1만평 이상이 69%를 차지할 정도로 최근 지어지는 창고들은 대체로 초대형 물류센터다. 규모도 큰데 특성상 벽체 없이 개방된 구조라 불이 번지기 쉽고 종이상자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아 진화가 어려워 특히 화재에 취약하다.
소방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물류창고마다 공간적 특징이 조금씩 달라 법 개정으로 기준을 일률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인허가청 측에서도 인허가 기준을 보다 까다롭게 하는 식으로 대형사고 대처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된다.
달라진 건설방식에 투자자들은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제시된 안에 따라 건물을 나눠서 여러 동으로 건설하면 용적률 및 건폐율이 떨어져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자산운용사 물류센터 투자 담당자는 "화재 위험성이 있으니 거리두기를 하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 단점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물류창고는 미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리적인 근접성, 그리고 무엇보다 물품을 최대한 많이 적재할 수 있는 부지가 중요하다. 건물을 떨어뜨려 지으면 공간 활용이 잘 안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부동산투자 담당자도 "임대료에서 나는 수익률은 대지면적이 아니라 평당 연면적으로 따진다. 100이란 연면적에 10층짜리 건물을 올린다고 가정할 경우 1개동이면 1000이 남을 수 있지만, 두 개로 나뉘면 50대 50이 아닌 30대 30이 될 수 있다. 임대수익으로 1000과 600은 큰 차이"라며 "증권사 등 투자자 입장에서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 전했다.
더욱 까다로워진 인허가청 대처에 물류센터 개발이 향후 더욱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물류센터는 그간 다른 부동산에 비해 세금이나 고용효과가 비교적 미비해 지자체에서 다소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수도권인 용인과 이천의 경우엔 물류센터가 이미 포화 상태라 인허가 제약이 특히 많았다.
한 관계자는 "쿠팡 화재 이후로 물류창고 계약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용도변경 승인이 정말 까다롭고, 이 때문에 부지 가격도 더 올랐다"며 "인허가청 측에서도 조건에 안 맞으면 바로 불허하는 식으로 더욱 엄격하게 나오는 면이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화재보험료 인상과 수익률 저하도 더해진다. 보험사들은 물류센터 화재에 따른 높은 손해율로 적자를 면치 못하자 창고업종의 화재보험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물류센터 기초가 되는 토지가격도 꾸준히 오르면서 투자수익률은 3%대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인수자 입장에서 여러 모로 투자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