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난 엔씨소프트 살려낸 NFT…게임사 '밸류' 논리도 바뀐다
입력 2021.11.16 07:00
    주가 반 토막난 엔씨소프트 'NFT' 발언에 상한가
    '과금 유도' 시장 외면하던 차에 '원하던 답' 내놔
    기존 성장 방정식 벗어나 메타버스 대열 합류 기대
    메타버스-NFT 대응 수준 따라 기업 가치 재평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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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실적 발표회에서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 엔씨소프트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발표 당일 상한가를 기록한 뒤 하루 만에 9% 이상 하락했지만 'NFT가 엔씨소프트까지 살려낼 줄은 몰랐다'라는 반응이 시장을 뒤덮고 있다. 게임 산업의 가상화폐 시장 진출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기업 가치 평가 논리까지 변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 11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91% 오른 78만6000원에 마감했다. 상승폭으로 보나 거래량으로 보나 상장 이후 최대폭이다. 장중 한 개인투자자가 5000억원 이상을 매수하고 다시 1500억원을 매도하는 기현상이 벌어졌지만, 장 마감까지 주가 상승세는 이어졌다. 12일 들어 엔씨소프트 주가는 개장과 함께 낙폭을 키우며 전일보다 9.03% 하락한 71만5000원에 마감했다. 

      비정상적인 주가 흐름을 만들어낸 건 전일 발표회에서 언급된 'NFT를 결합한 게임' 때문이다. 당시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내년 중 NFT와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내부적으로 NFT와 '플레이투언(P2E)'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해왔고,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가 적합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NFT를 거론한 것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이 맞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지만, 엔씨소프트가 시기를 잘 골랐다는 평이 나온다. 시장의 외면으로 주가가 하락한 시기에 가장 원하는 답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엔씨소프트에 대한 우려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엔씨소프트는 올 들어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앤소울2, 리니지W 등의 신작을 출시했다. 연초 100만원을 돌파한 주가는 불과 8개월 만에 50만원대로 반 토막 났다. 껍데기만 바꿨을 뿐 '돈 쓰는 만큼 경쟁력이 올라가는' 과금 위주 수익 모델에 골몰하며 시장의 외면을 자초했다는 악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출시 예정 신작인 '도깨비(DokeV)' 영상을 공개하며 주가가 치솟은 펄어비스와는 정반대 흐름이다. 당시 펄어비스 제작진은 도깨비에 메타버스 요소를 적극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12일 종가 기준 펄어비스 주가는 올 들어 138% 상승했다. 

      엔씨소프트가 NFT 기반 신작을 예고한 것은 기존 성장 공식에서 벗어나 뒤늦게나마 메타버스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간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신작 출시로 인한 매출 확대에 맞춰 상승해왔다. 특히 신작 출시로 인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 매출액을 큰 폭으로 확대하며 주가가 대세 상승기를 맞이했다. 

      2008년 자체 개발한 MMORPG 아이온은 엔씨소프트의 해외 시장 개척을 주도한 작품으로 꼽힌다. 매년 해외 시장에서 5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엔씨소프트 주가는 14배 이상 상승했다. 2017년엔 모바일 시장 진출로 다시금 주가 상승기를 맞았다. 리니지M 출시 후 단일 게임에서 매년 약 1조원 규모 매출을 일으키며 주가는 4년 동안 약 5배 상승했다. 

      증권사 IT 담당 한 연구원은 "당시 리니지M의 게임 내 아이템인 '아인하사드의 축복'의 단일 매출액만 3000억원이 이상이었다"라며 "실재하지도 않고, 게임 내에서 경험치나 재화 획득 기회를 높여줄 뿐인 소모성 가상 재화인데, 게임사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하면 시장 가치가 2조5000억원을 넘어간다는 계산이 오갔다"라고 전했다. 

      이번 NFT 기반 신작이 아이온이나 리니지M처럼 엔씨소프트 매출액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엔씨소프트가 구축할 NFT 기반 메타버스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질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의 신작을 가늠하기 위해 '엑시 인피니티'와 같은 모델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NFT를 게임 내 비즈니스 모델로 가장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엑시 인피니티 사용자는 NFT로 발매된 캐릭터를 구매해 게임에 참여하며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로 교환 가능한 토큰을 획득할 수 있다. 게임 내에선  은행처럼 보유 토큰을 예치하고 이자를 받아 가는 'NFT 스테이킹' 서비스도 구축돼 있다. 특정 토큰의 경우 보유량에 따라 게임 운영에 대한 지분을 행사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를 포함해 게임 산업 전반이 과금 모델만으로 기업 가치를 키우는 데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게임 기업의 시장 가치는 블록체인과 메타버스라는 새 흐름에 대한 대응 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여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