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한 해 보낸 엔터업계, 음악보다 ‘신사업’이 가를 2022년 지형도
입력 2021.11.17 07:00
    위드코로나 기대·신사업 진출로 연일 신고가
    플랫폼 독점 노리는 하이브,대기업 매각설 SM
    비교적 잠잠한 JYP·YG …'K팝 대표' 존재감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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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금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핫’한 섹터를 꼽으라면 단연 엔터테인먼트다. 세계 각국에서 ‘위드코로나’가 시행되면서 본격적인 오프라인 활동이 시작되고 있고, 메타버스(Metaverse)와 NFT(대체불가토큰)라는 거대한 흐름과 함께 엔터 산업이 외형 확장에 박차를 가하면서다. 덩치가 커지고 산업이 복잡해지면서 업계 내 각 회사의 존재감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단계별 일상회복이 시작된 최근 들어서 엔터주는 연일 신고가다. 엔터 대장주인 하이브는 11월8일 종가기준 39만25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같은날 SM엔터와 JYP엔터의 시가총액은 각각 1조9028억원, 1조9346억원이다. ‘플랫폼사’를 주장하는 하이브를 제외하고 순수 엔터 기획사가 시총 2조원을 바라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최근의 엔터 '붐’은 메타버스와 NFT라는 시장 트렌드와 엔터산업이 빠르게 결합하면서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엔터사들은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팬과 아티스트의 소통 공간을 넓히고, K팝 아티스트라는 강력한 IP(지적재산권)를 기반으로 NFT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장밋빛 기대로 지금의 시장이 과열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미래 성장성이 그만큼 크다는 평도 있다.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버블인건 알지만, 버블에 올라타자”라는 말도 나온다. 

      코로나를 계기로 엔터와 IT기술의 결합에 속도가 붙으면서 엔터업계의 지형도가 변하고 있다. 국내 엔터시장은 SM·JYP·YG가 각 사가 음악적 색깔을 유지하면서 ‘3강’ 체제를 오랫동안 이어왔다. 그러나 ‘공룡’ 하이브의 등장과 창업자를 포함한 경영진의 변화, 복잡해진 파트너십 관계로 엔터회사가 더 이상 ‘음악’으로만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났다.

      하이브는 커진 덩치만큼 신사업 확장을 통한 체질 개선에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이브는 이달 4일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합작 법인(JV)을 설립해 NFT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두나무가 하이브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7000억원을 투자하고, 하이브는 두나무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하는 상호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이번 거래의 배경으로 코인 거래의 ‘사행성’ 이미지를 벗고 싶은 두나무와 IT기술 역량을 늘리고자 하는 하이브의 니즈가 맞았을 것이란 평이다. 향후 하이브의 플랫폼인 위버스샵에 메타버스 플랫폼을 접목해 NFT 기반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 등이 언급된다. 

      한편 하이브의 야심찬 신사업 계획에 주 소비자인 팬덤의 반응이 미미한 점은 변수다. 하이브가 내놓은 고유의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2차 저작물,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한 웹툰·웹소설, 게임 등의 계획이 아티스트IP의 '과도한 상업화'로 반감을 사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는 위버스 확장을 위해서 브이라이브(V-live)의 네이버와, NFT 사업 진출을 위해서 두나무랑 피를 섞는 등 플랫폼 독점을 목표로 확장하는 모양새”라며 “시장에서는 파트너십과 M&A를 이어가는 하이브가 추후에는 자회사에 지분 투자를 한 YG엔터를 인수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나온다”라고 말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박지원 대표가 게임사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방향성이 플랫폼 확장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며 “신사업 이벤트로 투자자를 만족시킬 수는 있지만, 아티스트 육성이 본업이고 아티스트 인기가 곧 IP의 가치이기 때문에 팬덤의 지지가 줄어드는 건 장기적으로는 타격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SM엔터는 ‘주인’ 교체 가능성으로 올해 내내 화제다. 현재 CJ ENM과 최대주주인 이수만 대표의 지분 거래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 CJ ENM이 엠넷으로 음악 사업을 계속 해 왔고, 아이돌 비즈니스도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전망된다. 물론 SM엔터가 대기업으로 편입되면 고유의 ‘색깔’이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시장의 지적이 계속돼 온 지배구조 개선과 시스템 정비가 이루어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JYP와 YG엔터테인먼트는 상대적으로 신사업 확장에서 저조하단 평이다. JYP도 NFT, 플랫폼 등 신사업을 꾸준히 두드렸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시장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JYP는 지난 7월 하이브보다 앞서 두나무와 NFT 플랫폼 사업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바 있다. 최대주주인 박진영 대표가 자신이 보유한 지분 2.5%를 두나무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팬십 커뮤니티 운영사 디어유에도 올해 5·6월 두 차례에 걸쳐 투자해(214억원) 2대 주주에 올랐다. 

      YG엔터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NFT 사업에 도전장을 낸 드라마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에 투자하며 NFT 시장 진출의 의지를 보였다. YG엔터는 하이브의 위버스나 SM엔터(디어유)의 리슨(Lysn)처럼 자체 플랫폼 개발도 관심을 가졌으나 무산되기도 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엔터사들이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함께 할 파트너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는데, 해당 회사들은 ‘한다면 하이브랑 해야지’라는 분위기”라며 “업계 내에서 파트너십 등 각종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고 향후 성과가 드러나면 각 사의 시장 내 위상도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