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發 메모리 바닥론…삼성전자·SK하이닉스로 번지는 기대감
입력 2021.11.22 15:49
    美 마이크론 폭등 이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 훈풍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바닥론 부상…상승 기대감으로
    美中 갈등·메타버스 등 사야 할 이유도 늘어나는 중
    아직 여전한 D램 업황 둔화…연내 현물가 반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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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 마이크론 주가가 급등하며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이 국내 증시로 스며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모처럼 강한 탄력을 받는 가운데 DDR5 전환과 같은 예상된 변수 외 미중 갈등·메타버스 수혜론 등 긍정적 해석이 줄을 잇는다. 

      반면 현물가 반등을 확인하기 전까진 양사 주가의 추세적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여전한 상황이다. 

    • 2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개장과 함께 전 거래일보다 3% 상승 출발해 각각 5.2%, 7.17% 상승한 7만4900원, 11만9500원에 마감했다. 양사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자 코스피 지수도 전일보다 1.2% 이상 올라 14거래일만에 3000포인트를 회복했다.  

      11월 넷째 주 들어 양사 주가가 갑작스러운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주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주가가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마이크론 주가는 7.8% 상승한 83.03달러에 마감했다. 작년 5월 이후 1년 6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지난주 미국 투자은행 자문사인 에버코어 ISI가 내년 상반기 중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최선호주로 마이크론을 꼽았다. 

      마이크론에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비슷한 상승폭을 기록한 것으로 보아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앞두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이어 글로벌 3위 D램 반도체 기업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7%대 상승 이후 주말 동안 2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라며 "개장과 함께 주가 상승을 확인하자 증권가에서도 양사 실적에 대한 전망치를 올려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 그러나 아직은 기대감에 불과한 상황이다. D램 업황 둔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DDR4 8Gb D램 현물가격은 지난 1주일 동안 0.5% 하락했고, 한 달 기준으로는 9.17% 하락했다. 이 때문에 추세적 반등으로 보기엔 여전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주가가 통상 업황을 6개월 가까이 앞당겨 반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달까지 현물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내년 2분기 중 계약가격이 개선돼 하반기 메모리 기업의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자면 연내 현물가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반면 같은 맥락에서 연내 현물가 조정이 마무리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에 기대 이상의 탄력이 작용할 것이란 긍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지금 당장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투자를 재개해야 한다는 신호로 보기는 어렵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더 이상 빠지기는 어렵다는 해석은 가능할 것"이라며 "지난 3분기 실적 발표회 이후 2018년 수준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줄었고, 시장의 메모리 기업 소외가 장기 지속된 터라 사야 하는 이유가 속속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우선 메타로 사명을 변경한 페이스북과 같은 대형 서버 고객사의 내년 자본적지출(CAPEX) 규모가 대폭 늘어날 거란 전망이다. 현재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메타버스와 같은 디지털 전환 가속화가 결국 메모리 시장에 대한 신규 수요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빅 테크와의 접점을 늘리는 것도 이 같은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중 갈등의 재점화로 반도체 기업의 대중국 투자가 차질을 빚게 될 거란 우려도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양사의 중국 현지 설비투자가 묶일 경우 공급 측면 제약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이후 DDR5로의 전환에 따라 '칩 크기 증가(다이 사이즈 페널티)'로 인한 공급 감소 효과도 예고돼 있다. 시장에선 공급 증가가 어려울 때 메모리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 전망하는 편이다. 

      모처럼 불어온 훈풍으로 증시 일각에선 지난해 연말과 올 연초까지의 랠리 재현 기대감도 전해진다. 그러나 실제 업황은 내년 상반기 중 최악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어 확실한 근거를 확인하기 전까지 신중론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가 쏟아지던 당시 주가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지난 연말, 연초 수준의 상승을 기대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며 "시장에서 메모리 바닥론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하나 둘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