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기준 산업銀 채무 약 9500억
영업현금으로 대응 어려운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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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운수민 기자)
두산그룹이 산업은행과 맺은 재무개선 약정이 조기 종료할 가능성이 언급되고는 있으나 두산건설 매각만으론 남아있는 채무를 모두 갚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두산그룹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총 3조6000억원(수출입은행 외화채권 원화대출 전환 포함)으로 현재는 9500억원가량의 채무가 남아있다. 불가피하게 추가적인 자산 매각에 나서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실제로 그룹 차원의 검토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그룹의 아픈 손가락인 두산건설은 경영권 매각 막바지 단계이다. 사모펀드(PEF)로 구성된 재무적투자자(FI) 컨소시엄에 두산건설의 경영권을 넘기고, 두산그룹은 자회사를 통해 일부 현금 및 현물을 출자해 후순위를 보강하는 방식이다.
두산건설의 매각은 순조롭지 못했다. 지난해 DS네트웍스·대우산업개발과의 매각 협상이 결렬된 이후 소시어스PE 등과 재차 협상을 진행했으나 투자자 모집에는 실패했다. 결국 두산그룹은 최초의 매각 구조를 변경해 큐캐피탈을 비롯한 현재의 FI 컨소시엄과 협의를 진행했고 두산그룹이 리스크를 상당 부분 떠안으면서 투자자 모집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즉 매각 성사에 초점을 맞춰 구조를 바꿨기 때문에 FI 측에 다소 유리한 구조가 마련됐다는 의견도 있다.
총 4000억원의 자금이 오롯이 두산그룹에 흘러들어오는 구조가 아니다보니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의 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 구주매각, 두산그룹이 출자하는 규모 그리고 수백억원 규모의 일부 인수금융을 감안해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두산그룹이 두산건설 매각으로 얻을 수 있는 재무적 효과를 1000억원대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건설 매각으로 두산그룹이 얻는 실익은 그리 크지 않다”며 “재무적으로 큰 효과를 본다는 측면보단 그룹의 가장 큰 리스크였던 두산건설을 매각해 그룹과 절연했다는 상징적인 의미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두산그룹이 산업은행-수출입은행과 체결한 긴급운영자금 차입약정 금액은 총 3조원이다. 이 가운데 남은 채무는 3분기 말 기준 9469억9000만원이다. 두산그룹은 지난 2년간 클럽모우CC(2020년 1850억원), 두산타워(2020년 8000억원), 두산솔루스(2020년 7000억원), 두산모트롤BG(2020년 4530억), 두산인프라코어(2021년 8500억원) 등의 매각을 통해 약 2조1000억원의 차입금을 감축했다. 이제까지 두산건설이 그룹에 남은 사실상 마지막 매물로 평가받아 왔으나 실제론 두산건설 매각만으론 남은 차입금을 갚기엔 사실상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차입 주체인 두산중공업의 실적이 되살아나 영업현금흐름을 통해 차입금 상환에 나설 수 있으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되겠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 3분기 현재 두산중공업의 누적 순이익은 128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5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사업적으로 안정세를 찾아가고는 있다.
결국 추가적인 자산을 매각해 재원을 마련해야 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일부 계열사 또는 사업부 매각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까지 채권단의 두산그룹에 대한 기조를 비쳐봤을 때 두산그룹에 절대적으로 남아있어야 하는 ‘성역’ 같은 자산은 없다. 그렇기에 모든 계열사와 자산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될 수 있다. 이에 앞서 두산그룹의 미래와 신사업 방향 등을 고려해야 매물 선정이 이뤄져야 한다.
사실 매각을 통해 유의미한 현금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산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라데나 골프장을 운영중인 두산큐벡스, 한 때 매각설이 제기되기도 했던 두산베어스도 매물로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시 매물로 평가 받는 두산메카텍은 원매자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만한’ 또는 ‘가장 큰 규모의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은 ▲㈜두산 내 전자BG와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두산밥캣으로 자리를 옮긴 두산산업차량 등이다. 두 사업부 모두 연매출 8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알짜 사업부이다. 그러나 ㈜두산 측은 이미 전자BG의 사업부 매각 가능성을 일축했다. 실제로도 전자BG는 사업형 지주회사를 표방하는 ㈜두산에 실질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매각을 추진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두산밥캣이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두산밥캣은 두산중공업이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고 시가총액은 약 4조원 수준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당시 두산밥캣 또한 포함 여부를 저울질한 한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수소·풍력·차세대 원자력 등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주력이 될 만한 사업부만 남겨 집중하는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