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잇따른 인사를 단행하면서 인적쇄신에 나서고 있다. 인사의 방점은 ‘시장과 소통’에 있다는 견해가 많다. 

이를 두고 윤석헌 전임 원장과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사와의 마찰도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이달 정 원장은 취임 이후 두 번째 인사를 단행했다. 김동성 전략 감독 부원장보, 이성재 중소서민금융 부원장보, 장준경 공시조사 부원장보가 조기 퇴임했다. 이준수 은행감독국장과 이경식 자본시장감독국장이 각각 부원장보로 승진했다. 

지난번 인사에선 김종민, 김동회 부원장보가 각각 은행 중소서민금융, 자본시장 회계 담당 부원장으로 승진했으며 김철웅 소비자권익보호 부원장보가 지난달 사표를 낸 바 있다. 

해당 인사를 통해 정 원장이 상시 감독체계 강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나아가 그간 금융사와 마찰을 빚어온 ‘강성’ 보다는 시장 친화적 인물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평가다.

이런 기조는 정 원장 취임사부터 드러났다. 정 원장은 ‘시장 친화’ 기조를 강조했다. “금융감독의 본분이 규제가 아닌 지원”이란 말을 쓰면서 시장과 소통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런 기조가 인사를 통해서 드러났다는게 금융권의 평가인 셈이다. 

비단 인사뿐 아니라 ‘종합검사’를 놓고도 그 전과는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금융사 종합검사를 부활하며 금융사와의 마찰을 빚어온 전임 원장과 달리 정 원장은 종합검사에 대해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금융그룹에 대한 종합검사 과정에서도 다른 기류가 보였다. 정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장은 종합검사를 유보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종합검사를 진행하긴 하지만 이전과는 다를 것이란 예상이다. 

기존의 ‘먼지떨이식’ 종합검사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다 이런 과정이 누적되면서 금감원과 금융사와의 마찰이 커졌다. 금융사들이 종합검사에서 가장 불만을 갖는 부분은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을 가지고 징계에만 초점을 둔 검사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한 금융사 임원은 “금융사의 리스크를 어떻게 줄이냐는 것에 대해서 초점이 맞춰지기 보단 실무자 단에서 처벌이 용이한 사항을 가지고 징계의 잣대를 들이민다는 것이다”라며 “매번 나오면 지적하는 점들이 소비자 불만 사례 등 민원 관련 처리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비록 종합검사를 폐지하진 않았지만 이런 점에 대한 개선이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크다. 더불어 금융사 CEO 징계에 대해서도 이전보다는 신중하게 이뤄질 것이란 견해가 많다. 정 원장이 금감원장에 오르기 전에 다양한 경험을 해본 만큼 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는 평가다.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성한 정 원장은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관,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기재부 차관보를 비롯해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경제부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후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사를 맡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이끌기도 했다. 

경제 관료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지만, 그 과정에서도 여러 다양한 경험을 해 본 것이 금감원장 업무를 맡는데에서도 드러날 것이란 평가다. 경제관료 엘리트 코스만 갔더라면 겪어보지 못했을 여러 경험들을 해 본 점이 금감원 운영에서도 드러날 것이란 설명이다. 

시장과 마찰보다는 ‘소통’을 중시하는 인물을 배치할 것이란 예상도 정 원장의 다양한 경험이 인사에서도 묻어나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강성파로 불릴만한 임원들이 물러나고 시장과 소통을 강조하는 인사들이 전면에 포진 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정 원장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이는 금감원장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