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兆→70兆'로 눈높이 낮춘 LG엔솔...기관들 수익 기대-수급 걱정 교차
입력 2021.12.01 07:00
    기업가치 눈높이 낮춘 LG ES에 '상장 절실했을 것' 평가
    흥행 기대감 부푼 업계…"캐파 증설되면 150兆도 가능"
    과한 관심에 수급 우려도 공존…락업 기간 길게 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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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 ES)이 기업가치를 당초 100조원보다 낮은 70조원으로 제시하면서 청약을 검토 중인 기관들의 머릿 속이 복잡해졌다. 

      보수적으로 책정된 공모가에 기대 수익은 그만큼 커졌지만, 공모 청약 자체의 열기가 매우 뜨거워지며 수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LG ES은 기업가치를 최대 70조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희망공모가 밴드는 25만원 후반대에서 3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IPO를 통해서는 최대 13조원을 조달할 전망이다.

      당초 세계 1위인 중국 CATL의 기업가치를 근거로 LG ES의 기업가치는 100조원까지 거론됐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올해 1월 CATL의 1GWh(기가와트시) 당 EV(Enterprise Value)를 기준으로 상대평가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기업가치를 최대 100조원으로 내다봤다. 당시 CATL의 기업가치는 160조원이었지만 최근엔 285조원까지 오른 상태다.

      LG ES가 보수적으로 기업가치를 산출한 데 '상장이 절실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LG ES는 투자를 위한 자금이 부족한 상태인 데 더해 잇단 화재로 인한 리콜 사태를 겪으며 자금 조달 창구인 상장마저 잠정 연기돼 왔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LG ES이 보수적으로 기업가치를 매긴 것은 당장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모를 지금 꼭 해야하기 때문이다"라며 "상장 이후 시가총액이 150조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이에 맞춰 기업가치를 산정하기에는 공모가 잘 안 될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후 금융당국은 증권신고서 정정 등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주요 빅딜(big deal)의 공모가를 낮춰왔다. 목표한 기업가치를 밀어붙이다 일정이 연기되는 것보다는 '안전한 길'을 선택한 셈이다.

      그 결과 투자업계선 흥행 기대감이 부푼 모습이다.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캐파(생산능력)을 늘리면 기업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LG ES은 캐파 증설이 절실한 상태다. 동종업계인 CATL도 10조원가량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캐파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LG ES의 캐파가 더 확대된다면 기업가치 상승은 자연스레 뒤따를 것이란 평가다. 실제로 LG ES은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에서만 독자적으로 70기가와트시(GWh) 이상의 캐파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공모가가 저렴한 데 청약 열기가 더해지며 '따상'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반면 수급 차원의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적정 가격의 공모가로 많은 기관들이 참여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물량을 더 받기 위해 락업기간을 길게 걸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상장 이후 유통물량이 저조할 것이란 설명이다. 

      LG ES의 BM 비중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펀드의 수익률 저하는 고민거리다. BM 비중은 시가총액이 높을수록 커지는데, LG ES의 시가총액이 네이버(62조원)와 시가총액이 얼추 비등한 점을 감안하면 해당 비중이 높을 것이란 예측이 많다. LG ES 주식 물량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상장일 이후 다수의 펀드의 수익률이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 70조원 수준이면 BM 비중이 3.5% 정도 되지만 LG ES에 아무리 락업을 걸더라도 0.5%도 못받을 것 같다"라며 "다만 상장 이후 주가가 덜 오르거나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경우 조금 채우는 수급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