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SET 두 축 구축한 삼성전자, 부회장급 '사업지원TF'에 힘 싣나
입력 2021.12.07 13:20
    김기남, 권오현 前회장 이어 종합기술원 회장
    DS 세대교체와 함께 CE·IM 통합 SET부문 출범
    DS와 통합 SET 시너지…새 수장 한종희 부회장
    정현호 TF장 부회장 승진…이어질 조직개편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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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을 깨고 대대적인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소비자가전(CE)과 모바일(IM)이 통합되면서 반도체와 함께 회사의 사업 큰 두 축을 구축했고, 반도체를 포함한 기존 3대 사업부문장은 모두 교체됐다. 정현호 사업지원 TF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향후 사업지원 TF에 더 많은 힘이 실릴지 관심이 쏠린다.

      7일 삼성전자는 기존 DS·소비자가전(CE)·모바일(IM) 3대 사업부문장을 모두 교체하는 내용의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김현석 CE부문장, 고동진 IM부문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고, 김기남 부회장은 지난해 1월 물러난 권 전 회장을 이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수장을 맡는다. 이재용 부회장 귀국 직후 이뤄진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에는 1명의 회장과 2명의 부회장이 자리를 잡게 됐다. 

      김기남 회장은 DS부문에서 물러나는 대신 향후 삼성전자의 미래기술 개발을 총괄 지휘할 예정이다. 종합기술원은 삼성전자 전사 기술 개발의 컨트롤타워로 꼽힌다. 권 전 회장 역시 DS사업총괄 사정을 거치고 종합기술원 회장을 맡았다. 과거 이 부회장 경영공백 당시 권 전 회장이 실질적 그룹 수장 역을 맡았던 만큼 신임 김 회장의 그룹 내 위상도 한층 올라갔다는 평이다.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김 회장의 공석을 채우게 되며 DS부문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경 사장은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지난해 삼성전기 대표이사로 옮겨가기 전까지 삼성전자에서 D램 설계와 플래시개발실장, 솔루션개발실장 등을 역임하며 메모리 반도체 개발 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삼성전자의 시스템LSI 사업부장을 맡던 강인엽 사장은 DS부문 미주총괄 사장으로 옮겨가게 됐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시에 새 공장 투자를 발표하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고객사 확보가 중요해진 만큼 새로운 역할이 부여된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 SET 사업부문 출범에 따라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은 반도체, SET 양대 체제로 재편된다. 

      그간 CE와 IM부문은 전사 매출액 비중은 높지만 성장 속도와 수익성 측면에서 DS부문보다 존재감이 낮았던 편이다. 통합 SET 사업부문으로 개편해 사업 역량을 통합해 DS부문과의 균형을 갖추기 위한 선택이란 분석이다. CE와 IM 사업부문을 통합한 SET 사업부문 수장은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맡게 됐다. 한종희 부회장은 기존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과 통합 SET부문장을 겸한다. 

      가전과 모바일·IT 기기의 경계가 흐려지고 통합이 가속화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의 IM 부문은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외 태블릿 PC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자체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여온 편이다. 내년 이후 글로벌 산업의 디지털 전환 추세가 한층 더 가팔라질 예정인 만큼 SET 사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전략이 반도체 쓰임새 확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내부 SET 사업의 중요성도 커졌다"라며 "통합 SET 부문이 삼성전자의 생태계를 구축하면 반도체 등 부품 사업과의 시너지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현호 사업지원 TF장도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최근 시장에선 미국을 찾았던 이 부회장의 귀국 이후 '뉴삼성'에 대한 기대감이 부상하며 그룹 TF 체제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았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조직개편안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정 부회장의 승진 인사로 기존 TF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추후 발표될 조직개편안과 임원 인사에 따라 내년 이후 삼성그룹 전략의 복안이 드러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현호 부회장의 승진으로 이 부회장을 제외하면 삼성전자 내 부회장이 2명이 된다"라며 "이와 함께 규모 측면에서 사업지원 TF의 조직개편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사장단 인사 이후 임원 승진 인사를 통해 방향성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