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의문 커진 앵커리츠, 자율성 높여 투자 속도 낼까
입력 2021.12.13 07:00
    앵커리츠, 도입 2년째지만 투자 완료 건 저조
    주택도시기금 및 전담 운용사 등 이해관계자 많아
    내년부터 일부 조정 꾀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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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리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도입한 앵커리츠의 실효성을 두고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택도시기금 전담 운용사와 손발을 맞추는 과정에서 의사 결정에 복잡한 절차들이 불거진 탓이라는 시각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다만 앵커리츠가 내년부터 다소 활발한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내다보는 의견도 나온다. 그동안 투자 사례가 저조했던 만큼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통해 투자 환경이나 규제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약 2년 전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의 앵커리츠 운용사로 코람코자산신탁이 선정된 이후 투자가 집행된 건은 디앤디플랫폼리츠 한 건으로 집계된다. 그동안 ESR켄달스퀘어리츠, NH올원리츠, 신한서부티엔디리츠 등 여러 공모리츠 투자사례를 검토했지만 실제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앵커리츠는 지난해 초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이 30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국내 최초 리츠 전문 블라인드 펀드다. 해당 펀드에 국내 증권사들이 400억원 규모로 공동 투자했으며 운용사인 코람코자산신탁도 자체자금 100억원을 투자했다. 이 펀드가 모(母)리츠가 되어 투자대상 리츠를 발굴해 자금을 집행하는 구조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앵커리츠 운용사로 선정된 것은 지난 2020년 4월이다. 2019년부터 일찌감치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코람코자산신탁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펀드 구조에 대해 논의를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앵커리츠가 도입된 지 2년여 동안 실제 투자사례는 디앤디플랫폼리츠에 약 500억원을 투자한 것이 전부였다. 앵커리츠가 투자를 검토했던 여러 리츠 건들 가운데 실질적인 투자 논의까지 갔다가 막판에 어그러진 사례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앵커리츠의 투자 결정 구조 상 주택도시기금 뿐 아니라 미래에셋자산운용, NH투자증권 등 이해관계자들이 많은 탓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앵커리츠 투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의 의견을 기반으로 협의를 통해 주택도시기금의 최종 컨펌을 받는 구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2014년부터, NH투자증권은 2018년 주택도시기금 위탁운용사로 지정돼 2022년까지 약 42조원 규모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을 굴리는 전담 운용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블라인드펀드라는 앵커리츠 본래의 속성과 다소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블라인드펀드란 투자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먼저 모으고 이후 투자처를 찾는 방식의 투자로 신속한 의사결정과 높은 자율성을 특징으로 한다. 만약 여러 관계자들의 투자 결정을 거쳐야 한다면 블라인드펀드보다는 프로젝트펀드에 가까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더욱이 공모리츠는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인가를 받거나 증권신고서 제출 등을 검토 받아야 하는 기관들이 많다. 그만큼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리츠 운용사로서는 자산 편입이나 상장 전 자금을 모으는 프리 IPO(상장 전 투자유치) 과정에서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절실하다. 만약 투자 의사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투자를 받는 운용사로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 리츠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나 NH투자증권이 전담 운용사로서 (앵커리츠가 가져오는 딜에 대해) 적절한 의견을 내야 하는 구조로 알고 있다”라며 “속도가 생명인 공모리츠 프리 IPO 과정에서 결국 운용사가 앵커리츠의 투자를 못 받게 되는 안타까운 사례들도 생긴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는 앵커리츠 투자 과정이 일부 변경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를 위해 코람코자산신탁이 주택도시기금 및 이하 관계자들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구체적인 변경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좀 더 효율적인 투자 방식을 목적으로 두는 것으로 전해진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주택도시기금 및 기타 관련 운용사들과 향후 앵커리츠 투자 환경들을 놓고 변화의 방향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달 말 또는 내년 초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며 “국내 공모리츠 시장 활성화를 큰 목표로 두고 변화의 방향을 모색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투자 자율성 차원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