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청산 부담 몰리는 현대차…맏형보단 주목받는 기아
입력 2021.12.15 07:14
    제네시스 안착·7조 영업익 전망에도 주가 '제자리'
    내년 나빠질 것 없다지만…미래 주도권과는 별개
    조달·투자 마친 신생업체 위협 속 '강성노조' 복귀
    전략 비슷해도 '구사업' 비중이 현대차-기아 투자 매력 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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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브랜드 위상 강화와 꾸준한 성장세에도 현대자동차그룹의 구조적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내년에도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 경쟁에 대한 전망은 불확실성이 가득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손쉽게 조달을 마친 글로벌 신생 업체들의 위협 속에 내연기관 청산 부담은 그룹 맏형인 현대차에 특히 집중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기아 등 계열사보다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해 첫날에만 8% 오르며 주가 20만원대를 회복한 현대차 주가는 한해 내내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연간 주가 수익률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기아 역시 연초 애플카 협력 기대감을 제외하면 횡보하고 있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30% 이상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양사 모두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지만 시장은 '현대차보다 기아'라고 답하는 모양새다. 

    • 내년 실적 전망이 어두운 것도 아니다. 시장에선 현대차와 기아가 내년 각각 8조원, 6조원 수준의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사 모두 7년 만의 최고치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 조짐을 보이며 대기 수요 덕을 볼 가능성이 크고, 현대차는 훌쩍 커진 제네시스 브랜드의 존재감을 자율주행 전기차로 확장하는 전략을 예고하고 있다. 사업 자체로만 보면 올해보다 나빠질 게 없다. 

      문제는 이 같은 소식이 현대차의 미래 경쟁력으로 이어질지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모빌리티 시장은 몸집 가벼운 '새내기'들에 유리한 판으로 바뀌고 있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과 중국의 신생 전기차 업체가 증설을 마무리 짓고 판매 확대에 나선다. 지난해 이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수십조원 규모의 뭉칫돈 덕이다. 내년 전기차 판매 성장률은 약 70% 안팎으로 예상되는데 현대차그룹의 점유율 감소를 점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양산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역 기반이 약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 점유율 감소가 불가피하다"라며 "신생 업체가 쉽게 조달해서 곧장 증설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면 전통 완성차 업체가 억울할 법도 하다. 테슬라의 경우 지난해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10조원을 조달했는데 주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구조적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는 새 지부장으로 강성 성향의 안현호 후보가 당선됐다. 임직원 상당수가 "4차 산업혁명을 앞세운 사측 도발에 물러서지 않겠다", "전기차 생산 관련 대책을 세우겠다", "정년을 최대 65세로 늘리겠다"라는 구호에 동참한 셈이다. 

      7년 만에 7조원대 수익성을 회복했지만, 현대차가 원하는 방향으로 투자를 집행하기 힘든 처지가 된 셈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5월에도 8조원 규모 미국 투자 계획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현재 모빌리티 시장은 꾸준히 실적을 개선하는 기업보다는 미래에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력이 긴 전통 기업보다는 양산 경험이 없는 스타트업이나 핵심 부품, 소프트웨어(SW) 공급 업체에 돈이 몰린다는 얘기다. 현대차가 기존 내연기관에서 발생한 수익을 미래 성장에 투입하기 힘들어질 경우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차의 역량이 신생 업체에 크게 뒤지는 것도 아니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제네시스 G90 4세대 모델을 출시 예정이다. 개선된 센서 퓨전과 통합 제어기를 탑재해 주행 정보 확보에 본격 발을 들여놓는 단계로 풀이된다. 그러나 기술력을 단숨에 인정받고 주도권을 확보하기엔 아직 한계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완성차 담당 한 연구원은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긴 했지만 아직까지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이 어떤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주도권을 확보할 것인지 딱 떠오르는 전략이 모호하다"라며 "시장 전면에 나서 과감한 행보를 보일수록 임직원 고용불안과 충돌할 수 있다는 딜레마도 원인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현대차그룹의 청사진 위에서 비슷한 전략을 펼치더라도 덩치가 작은 계열사의 주목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뤄왔던 내연기관 구조조정 문제가 본격화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은 현대차가 받을 수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상장한 리비안 덕에 기아의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기대감이 부상한 것도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도 기아가 나은 선택지이기도 하다"라며 "미래 모빌리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살펴보면 전통 완성차 비중이 낮지만 현대차보다는 기아의 편입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온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