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증권사 수익 전략은 '도로 IB'...'천덕꾸러기'서 '백조' 된 IPO부서
입력 2021.12.17 07:00
    브로커리지 잔치 끝난 證, IB·WM 실적 유지 노력
    흐릿한 증시 전망에도…2022년, 올해처럼 IB 힘 줘
    ECM이 '딜 발굴처' 될 듯…인력유출은 고민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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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내년 증권사들의 돈 버는 전략은 '도로 IB'가 될 전망이다. 최근 2년간 이어져 온 브로커리지(위탁매매) 호황이 막을 내리는 분위기인 까닭이다. 시장 금리 상승이 채권평가 이익 감소로 이어지며 트레이딩 부문의 10년 호황도 저물어가는 분위기다. 

      결국 남는 건 기업금융(IB) 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증권사별로 IB 경쟁력을 보강해 이익 축소를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IB 내 세부 부문에서도 '무게추'가 옮겨지고 있다. 최근 대기업을 비롯해 세간의 주목을 한몸에 받던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본시장과 접촉점을 늘리는 탓에 ECM, 특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오던 IPO 부서의 힘이 커지는 모양새다. 다만 업무 과중으로 인한 인력 유출은 과제로 남았다.

      국내 증권사 전체 수탁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3분기 2조1200억여원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수탁수수료 수익은 1조8600억여원으로 전 분기 대비 6.7% 줄었다. 코스피 분기 거래대금은 올해 2분기 1023조원에서 3분기 913조원으로 110조원이나 축소됐다.

      증권사 수익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채권관련 자산운용수익도 감소세다. 3분기 국내 증권사 전체 채권관련수익은 5600억여원으로 전 분기 대비 7% 줄었다. 3분기 누적으로 보면 올해 3분기까지 총 수익은 지난해 대비 68%나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제로금리'가 이어진 기조효과도 있지만, 큰 틀에서 봐도 지난 10년간 지속돼왔던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남은 건 IB 정도다. 2022년을 대비해 각 증권사들은 IB 부서 인력을 충원하는 등 규모를 키우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주요 증권사들은 IB 부문을 육성하려 해왔고 내년도 비슷할 듯"이라며 "아직 정기인사가 난 상태는 아니어서 증권사가 어떤 부문에 더욱 비중을 둘지는 윤곽이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내년에도 증시호황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라 WM이든 IB든 감익을 방어하기 위해 힘을 계속 줄 듯 하다"라고 말했다.

      정통 IB 부문을 확장하는 가운데, IPO를 앞세워 ECM의 비중이 커지는 지형 변화 추이는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ECM이 딜 발굴을 위한 창구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IPO를 통해 자본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벤처기업들이 늘어나면서 ECM의 힘이 커진 덕택이다. 'DCM 강자'로 꼽히던 KB증권은 최근 들어 DCM보단 ECM에서 고객사를 연결해주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IB 비중이 크지 않았던 대신증권도 IPO를 연계해 IB 딜(Deal)을 발굴하려는 시도를 하고있는 중이다.

      또한 IPO 인수단으로 포함되는 것도 IB 관련 수익을 늘릴 전략이 됐다. 빅딜(Big Deal)의 경우, 인수단으로만 포함되면 투입 노력 대비 큰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일례로, 내년 초 상장이 예정된 LG에너지솔루션 딜의 경우 인수단에만 포함돼도 7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다수의 증권사들이 인수단 자리라도 꿰차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후문이다.

    • 반대 급부로 M&A나 DCM 부문은 힘이 다소 빠지는 상황이다. 먼저 신사업 진출에 대한 수요로 올해 M&A 관련 딜이 꽤 있었음에도 불구, KB증권, NH투자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들은 M&A 관련 성과가 저조했다. 그간 M&A 부서의 목소리가 컸던 삼성증권 내 분위기에 변화 바람이 일고 있다는 후문이다. 미래에셋증권도 고객이 다소 한정적인 DCM 부서보단 ECM 부서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라는 전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ECM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던 카카오그룹은 채권을 발행하지 않는다. 대기업인 삼성그룹도 채권 발행을 잘 안 하는 편이다"라며 "ECM에서 딜을 발굴해오고 그것을 토대로 채권 발행부터 M&A까지 가능케하려는 분위기다. 미래에셋증권도 최근 이런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인력 유출은 고민거리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업무 과중으로 각 증권사마다의 ECM 인력 유출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몇 증권사는 한 부서에 IPO 실무가 가능한 인력이 1~2명만 남아있기도 하다. 주로 커버리지팀을 통해 딜을 수임하는 NH투자증권의 경우, 커버리지팀 인력들이 매년 성과급만 받고 퇴사하는 바람에 자리가 남아있을 때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에 내년 초에 이뤄질 성과급이 상당한 여파를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IPO업계 관계자는 "성과급만을 보고 버텨온 실무진들이 많다"라며 "성과급 액수가 얼마인지는 성과급 수령 시기쯤에 알게 될텐데 이에 따라 증권사마다의 명운이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