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 후 상장' 제동 움직임에 SK이노 주가상승…SK온, 나스닥 상장 가나
입력 2021.12.16 15:46
    거래소, 여론 성화에 분할 후 상장 제동 방안 고민
    해당 소식에 SK이노 주가 급등…SK온 나스닥 상장?
    "대기업은 대상 아닐 수도", 美에 대어 뺏기면 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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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가 '물적분할 후 상장'에 제동을 예고하자 SK이노베이션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분사한 배터리 자회사의 국내 중복 상장길이 막히며 나스닥行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다만 거래소 규제 대상이 코스닥 상장 추진 기업이 주 대상일 거란 평도 많다. 거래소도 대기업 계열사 등 상장 대어(大魚)를 해외시장에 뺏기게 될 경우 곤란해질수 있어 분할 상장을 일괄 규제하기 쉽지 않을 거란 설명이다.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최근 물적분할 후 상장에 나서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관련 상장제도 개선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사의 자회사가 동일 시장에 중복 상장하며 모회사 주주 피해가 극심하다는 호소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이후 물적분할 후 상장에 대한 주주 우려는 '뜨거운 감자'였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분할해 100%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LGES)를 설립하며 기존 주주의 반발이 거셌던 것이 시작이다. 이후 SK나 한화 등 주요그룹을 포함해 코스닥 시장 진입을 노리는 중소·중견 기업까지 분할 상장을 시장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줄을 이었다. 솔브레인홀딩스도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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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 가능성이 예고되자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폭등하고 있다. 

      16일 개장 이후 꾸준히 상승폭을 키워 하루만에 전 거래일보다 8.33% 상승한 22만7500원에 마감했다. 연초 장중 한 때 32만7500원을 기록했던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지난 7월 분사 계획을 밝히고 지난달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 소식이 보도되며 재차 하락해 이달 초 20만원 아래까지 추락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만약 거래소가 물적분할 후 동일시장 중복 상장에 대한 규제를 적용할 수 있다면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상장 무대로 나스닥을 고려하기에 용이해질 수 있다"라며 "LGES 공모에 대한 기관의 높은 기대감이 SK온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할인 우려를 일시 차단할 수 있다거나, 당국이 나스닥 상장 기대감까지 부추기며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당초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분할할 때도 나스닥 진출 기대감이 상당했다. 지난해 코로나 이후 불어난 유동성 상당수가 친환경 투자처를 고심하던 차에 글로벌 2위 배터리 기업이 미국 시장에 상장할 경우 적합한 투자처가 될 수 있었던 탓이다. 1위인 CATL이 중국 기업인 데다 LGES가 미국 완성차 기업 GM을 핵심 파트너로 확보하고 있어 나스닥에 상장했다면 CATL보다 더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중복 상장에 따른 지주사 할인 우려도 피할 수 있다. 

      SK온이 당국 규제 가능성과 주주 반발을 고려해 나스닥 진출을 고려할 경우 글로벌 자금의 러브콜도 상당할 거란 분석이다. LGES가 내년 초 코스피에 상장을 앞두고 있어 미국 증시 내 배터리 영역은 여전히 공백 상태인 탓이다. 현재 배터리 기업은 친환경 투자처는 물론 모빌리티와 자율주행 등 다양한 테마에서 핵심 밸류체인을 구성하고 있다. SK온 역시 LG와 마찬가지로 미국 포드를 핵심 파트너로 확보한 상태다. 

      투자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현재 3조원 규모 프리 IPO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SK온 측이 2024년 이후 상장 작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프리IPO를 통해 2024년까지 필요한 재원을 융통하고 나서 해외시장 IPO에 필요한 제반 준비에 나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거란 시각도 있다. 

      다만 거래소가 해당 규제를 SK온처럼 국가 핵심 기술을 보유한 대기업 계열에 그대로 적용할 가능성은 적다는 지적도 있다.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에 한해 적용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분할 후 상장은 이미 거래소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삼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소는 심사 과정에서 물적분할을 통해 핵심 사업을 100% 자회사로 내려보낸 뒤 모회사의 사업 지속성을 꼼꼼히 챙겨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등 방식을 적용할 경우 비교적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중견 발행사와 상장 주관사단이 이에 대응할 논리와 소명자료를 준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대기업 핵심 계열 등 상장 대어는 거래소 측의 대외실적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 때문에 거래소가 뻔히 놓칠 것을 알면서도 전방위 제동에 나서긴 힘들 거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거래소가 코스피, 코스닥 등 국내 시장에 규모가 큰 국내 기업을 유치시키지 못할 경우 오히려 더 곤란에 처할 수 있다는 평도 많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선 대기업들이 거래소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부터 사실상 어느 정도 특혜를 받아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 계열사의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상장에 제동을 걸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나스닥 상장을 원하는 기업에 한해선 이런 기류 자체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