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사 인적쇄신 한다지만…여전한 비서실·인사 출신 득세
입력 2021.12.17 07:00
    그룹 비서실 출신 홍원학 부사장, 삼성화재 사장 내정
    삼성생명에선 40대 부사장 나오는 등 인적쇄신 평가도 있지만
    치열해지는 영업현장 등 일선에선 큰 변화 못 느껴
    • 삼성금융사가 일부 계열사의 CEO를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40대 부사장이 나오는 등 인적쇄신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 금융사의 핵심 키워드로 불리우는 비서실·인사 출신들이 여전히 중용되고 일선 영업 현장에서의 변화도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 10일을 시작으로 삼성금융사 사장단 및 임원인사가 이뤄졌다. ‘뉴 삼성’을 외치며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에 대규모 인사가 있었던 만큼 금융사 인사에도 관심이 쏟아졌다.

      그룹의 인적쇄신 분위기에 맞춰 금융사에서도 일부 사장의 교체가 이뤄졌다.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에는 홍원학 삼성화재 자동차보험본부장 부사장이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에는 서봉균 삼성증권 세일즈앤트레이딩부문장이 각각 내정됐다. 또한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이사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은 유임했다.

      부사장 인사에서는 40대 부사장이 나왔다. 삼성생명 부사장에 오른 박준규 글로벌사업팀장은 1975년생으로 올해 46세다. 삼성금융계열사 부사장 중 가장 젊은 인사로 2016년 기획재정부 국제기구 과장을 거쳐 삼성생명 전략투자사업부장과 글로벌사업팀장 등을 역임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세대교체란 평가가 나왔다. 삼성화재와 삼성자산운용의 수장이 바뀌었으며 40대 부사장을 배출하는 등 삼성전자의 쇄신과 맞물려 금융사에서도 이런 바람이 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인사를 두고 인적쇄신이라고 보기에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인사 아니냐는 반문도 제기된다.

      우선 삼성화재 신임 대표인 홍원학 사장의 경우 이전의 삼성 금융사 CEO 코스라 불리는 그룹 및 인사팀 출신인사로 분류된다.

      홍 사장은 삼성생명으로 입사했지만 이후 삼성전자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이후 다시 삼성생명으로 돌아와 인사팀장 전무, 특화영업본부장 등 영업 업무를 경험한 뒤 삼성화재 사장 자리에 올랐다. 삼성금융사 CEO 코스라 불리는 비서실 출신, 인사팀장 이후 영업 일선 근무를 착실히 밟았다. 그간의 삼성금융사 CEO들 상당수가 이와 같은 루트로 CEO자리에 올랐다.

      비서실 출신으로는 김창수 전 삼성생명 사장이 대표적이다. 김 사장은 삼성물산에 입사해 비서실 인사팀을 거쳐서 삼성화재, 삼성생명 사장을 역임했다. 홍 사장의 전임인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은 삼성화재 인사팀장 출신으로 이후 전략영업본부, 자동차보험본부장을 거쳐서 삼성화재 사장에 올랐다. 삼성금융사 CEO하면 거론되는 키워드가 '비서실', '인사팀' 출신 이란 점이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 

      이를 두고 삼성 금융사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CEO 풀이 ‘좁다’는 평가다. 그나마 참신한 인사로 삼성자산운용 대표에 오른 서봉균 부사장 내정자 정도가 거론된다. 서 부사장은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 골드만삭스를 거쳐 2020년 삼성증권에 영입됐다. 삼성증권에서 세일즈앤트레이딩부문장을 맡다 삼성자산운용사장으로 깜짝 발탁됐다.

      서 부사장이 삼성증권으로 옮긴 지 채 2년밖에 안되고, 삼성증권에서 자산운용보다는 세일즈앤트레이딩 업무를 하다 보니 금융사 내에서도 이례적인 인사로 받아들인다. 더군다나 이전에 하던 업무가 자산운용보다는 주식 트레이딩이다 보니 삼성자산운용에서도 서 부사장에 대해서 알려진바가 많지 않다. 그나마 알려진 바가 이전에 증권사에서 고유계정(PI) 운용 정도를 해봤다는 정도다.

      삼성생명에서 40대 부사장의 등장으로 세대교체에 대해서 말이 나오지만 이에 대해서도 내부에선 큰 의미부여를 하고 있지는 않는 분위기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이고 금융이 규제산업이란 점에서 아무래도 관 출신이 영향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일선 영업현장에서의 세대교체가 절실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40대 부사장이 배출되는 것보다 오히려 영업단장 등 영업을 책임지는 핵심 인력들의 세대교체가 더 필요하단 설명이다. 이를 위해선 비서실, 인사팀으로 분류되는 CEO 풀을 넓힐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영업현장에서의 쇄신이 필요하다”라며 “이번 인사도 그런 점에선 이전과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