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게임·식품·리츠' 이슈어 다양해진 발행시장...데뷔전 명암은 갈렸다
입력 2021.12.20 07:00
    코로나로 실적 약진한 제약·바이오사 연이어 회사채 시장 찾아
    내수 시장 포화에 해외 진출 강화하는 식품사도 발행 대열 합류
    게임사는 과거와 달리 존재감 커졌다지만 보수적 기조 감지돼
    시장 커지며 채권 시장 두드리는 리츠, 투자자들 분위기는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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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회사채 시장에선 바이오·게임·식품·리츠 등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이슈어(Issuer)들이 등장했다. 해당 산업이 성장하며 대규모 M&A(인수합병)나 연구·개발(R&D), 시설투자 자금 수요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데뷔전의 희비는 엇갈렸다. 신산업의 사업·재무 안정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남아있고 일부 접근방식이 낯선 업종은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코로나로 성장성이 높아진 제약·바이오사들이 올해 잇따라 회사채 시장을 찾았다. 지난해 HK이노엔, 동아쏘시오홀딩스, 보령제약 등 3곳의 제약·바이오사가 공모채를 발행했던 반면 올해는 7곳으로 늘었다. 당초 제약·바이오는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영업을 통한 현금흐름 파악이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펀더멘탈이 양호한 기업들이 현금창출능력을 입증하면서 투자자 간 기류도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A+), 종근당(AA-), 종근당홀딩스(A+)는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서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집액의 5배에 이르는 주문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데뷔를 마쳤다. 시장을 통해 조달한 5000억원의 자금은 신규공장(4공장) 건설 등 시설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제약·바이오사들이 차입을 통해 외형성장을 꾀하면서 채권 발행 대열에 합류할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과포화된 내수 시장을 벗어나려는 식품사들의 채권 발행도 이어졌다. CJ제일제당 등 규모가 큰 식품회사가 주기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해왔지만, 최근엔 신사업을 위한 투자 목적 조달이 늘면서 신규 발행사도 등장했다. 삼양식품(A)은 창립 후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밀양에 설립 중인 공장 등 시설 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금리 변동성에 투심이 악화된 연말 채권시장에서 발행 규모를 되레 250억원 늘린 750억원을 조달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기존 식품사의 채권 발행 목적이 운영자금 확보에 집중돼 있었다면 근래엔 신규 사업 발굴이나 시설 투자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년 만에 회사채 시장을 찾은 CJ제일제당(AA)은 상반기 2900억원, 하반기 3700억원 규모 채권을 발행하며 올해에만 6600억원을 조달했다. CJ제일제당은 미국에 17만평 규모의 생산기지 부지를 확보하며 해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 수년 전만 해도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인식 때문에 선호되지 않던 게임사도 존재감이 커졌다. 올해 회사채를 신규 발행한 펄어비스(A/A-)와 컴투스(A)는 모집 금액의 세 배에 가까운 수요를 모으며 뜨거운 투자심리를 확인했다. 꾸준한 신작 발간 등으로 현금창출능력이 인정되고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자금 조달처로 채권시장을 고려하는 게임사도 늘고 있다고 알려진다.

      다만 일부 게임사가 공모채 데뷔전에서 실패한 것을 두고 채권투자자 간 보수적 투자 기조가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블유게임즈(A/A-)는 첫 공모채 발행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면서 회사채 발행 흥행에 아쉬움을 남겼다. 해당 산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적 변동성에 대한 의심이 남아있어 채권 시장에 입성하는 기업 간 명암이 갈리는 분위기다.

      증권사 게임 담당 연구원은 "펄어비스 등 중형게임사들이 성공적으로 회사채 데뷔전을 치른 것은 이들이 안정적인 캐시플로우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받은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더블유게임즈 공모채 흥행 실패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채권투자자들 사이에서 게임사가 지속적으로 현금을 창출한다는 인식이 퍼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부 접근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업종에 대해서 채권투자자들 사이에서 꺼리는 기류도 파악된다. 시장이 커지면서 회사채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가 대표적이다. 손익계산서나 재무상태표 등에 있어 리츠는 구체적인 예측이 가능하지만, 종목 접근방식이 낯설다 보니 수요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반 기업과 달리 조달 자금이 쓰이는 자산에 대한 분석까지 들어가야 해서 내부 심의가 복잡하다는 설명이다.

      JR글로벌리츠(A-/BBB+)는 미국 뉴욕 맨해튼 빌딩을 매입하기 위해 첫 무보증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기관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목표 자금 조달 모집에 실패했다. 수요가 저조했던 원인에는 자산이 해외에 있어 리스크가 불확실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투자심리에 부담이 되는 등급 스플릿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당초 1300억원을 발행하려고 했으나 700웍원으로 발행 규모를 대폭 줄였다.

      증권사 채권 담당 관계자는 "리츠는 크레딧만 확인해서 되는 게 아니다. 투자 결정을 하려면 리츠가 매입하려는 부동산 입지나 임차인에 대한 분석까지 들어가야 하니 분석할 자료가 많다"라며 "리츠에 대한 접근 방식이 복잡하고 아직 낯설다 보니 투자를 꺼리는 것 같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