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된 신용위험 속 업종별 '차별화'…복병으로 떠오른 '탄소 중립'
입력 2021.12.20 07:00
    올해 신용등급 평가, 하향 기조 완화
    일부 산업은 실적 회복 지연 지속 중
    내년 '금리↑·원자재價·중국' 주의
    신산업·친환경 투자도 부담 확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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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코로나 팬데믹이 기업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가운데 기업들의 등급 하향 기조가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에는 금리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원자재 가격 변동 및 공급망 차질, 중국의 정책방향이 주목된다. 특히 ‘탄소중립’ 등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들의 투자 부담도 크게 늘어나는 점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크레딧 리스크로 꼽힌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잇따라 2022 산업전망 세미나를 진행하고 금융사 및 비금융 기업의 신용 위험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주 각 산업별 세부 전망 리포트를 발표하며 올해 크레딧 시장을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코로나 발발 3년차인 올해, 전반적인 국내 경기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평이다. 내년에도 양호한 성장세가 전망되지만 최근 코로나 재확산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2022년 한국 GDP는 성장률은 3% 수준이 예상되는 가운데 각국의 백신접종 속도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인플레이션 강도 등이 장애요소로 꼽힌다. 

      경기부양 정책, 백신 보급 등으로 주요국들의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회복했지만 델타변이 확산과 물류 차질 등으로 3분기 성장률은 둔화했다. 현재로선 코로나 재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각국의 방역정책 강화 여부와 경제적 영향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신평사들이 기업 자금조달 측면에서 내년 가장 눈여겨 보고 있는 부문은 금리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경기회복으로 통화정책 전환을 예고한 바 있다. 기준·시중금리 상승으로 주요 경제주체의 금용비용 상승과 조달여건 변화가 예상된다. 조달금리에 수익성이 크게 영향을 받는 신용카드와 할부리스 등은 내년 금리 인상 시 올해 대비 실적이 저하될 전망된다. 

    • 예상된 금리 변동성과, 안정기에 들어선 코로나 영향을 제외하고 신평사들은 2022년 모니터링 키워드로 중국 리스크, 원자재 가격, 공급망 안정성 등을 꼽았다.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친환경 전환 투자, 신규 사업 추진 등 기업들의 투자 리스크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코로나로 산업 패러다임이 급전환하면서 기업의 투자 규모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신규 사업 추진, M&A(인수합병), 증설투자에 따른 큰 폭의 중기 CAPEX 상승이 예상된다. 운전자금 부담 증가 속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 

      전 세계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조 강화가 나타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가 필수로 떠올랐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저하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국제사회 요구가 급부상하면서 산업별 대응 계획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의 친환경투자 속도가 ‘매우 도전적’인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투자집행은 기술적 위험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여지가 있다. 

      한신평은 탄소중립 대응에 따라 고탄소 배출 업종인 발전,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봤다. 해당 업종의 기업들은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대응 관련 대규모 투자와 사업구조 전환 등에 다른 신용도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중립 대응 과정에서 기줄 확보와 설비투자 부담이 발생하고, 탄소배출권 구매와 탄소국경세 등 비용상승이 불가피하다. 다만 친환경 전환으로 선제적 비교우위를 확보하면 중장기적인 사업기회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나신평은 중국 중앙정부의 생산 개입 강화가 한국의 주요 산업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정부의 정책이 부동산가격 하락, 철강생산 급감, 전력난 등을 초래하면서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및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른 국내 산업의 수급 및 공급망 영향을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석유화학과 디스플레이는 언택트 수요와 내구재 소비 증가로 수요환경은 유리하지만, 중국의 증설 또는 공급과잉 심화로 수급구조 저하가 예상된다. 

      또한 올해 하반기 이후 여러 요인이 복합 작용하며 원유, 천연가스, 주요 광물, 유연탄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폭이 급격히 증가한 점도 잠재 리스크다.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가속화로 인한 수급불균형과 이상기후, 정치적 이슈 등으로 원자재가 변동성 확대는 장기화 가능성이 있다. 전선, 조선, 정유, 자동차부품 등의 산업은 원자재 변동률이 수익성에 단기간내 큰 폭으로 반영된다. 

      코로나로 생산 및 물류안정성 저하가 촉발되면서 산업내 혹은 산업간 공급망 안정성이 저하된 상태도 지속되고 있는 점도 리스크다.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산업 생산이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공급망의 정체는 단기간내 해결되지 않아 향후 산업생산의 핵심 불안요소로 꼽히고 있다. 

    • 올해 기업 신용도 평가를 결산해보면, 공통적으로 코로나의 부정적 영향이 감소했다. 신평사들은 2022년에도 등급 하향 완화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신평에 따르면 기업 신용도 전망의 연도별 (긍정적/부정적 개수)는 2021년 들어 상승세로 전환했다. 한신평 또한 등급하향 및 부정적 전망 부여가 줄어들었다. 한신평 기준 2020년 상향 7개, 하향 24개에서 2021년 3월 상향 10개, 하향 16개로 등급하향이 많았던 2020년에 비해 2021년 등급하향 기조가 크게 줄었다. 

      코로나발 신용등급 하방압력은 완화됐지만, 코로나 영향이 여전히 일부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화상영관, 호텔·면세, 조선업, 유통, 자동차부품사의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디스플레이, 정유는 코로나 이전 이상으로 실적이 반등했다. 반도체, 통신, 인터넷플랫폼, 음식료 업종은 코로나 이후 향상된 이익창출력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약 2년동안 지속된 코로나 국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는 기업과 긍정적 영향을 받은 기업의 실적이 극명한 대비를 보였으며, 만약 코로나가 2022년 이후에도 상당기간 지속된다면 부정적 영향을 받는 기업은 영업실적 위축 지속은 물론 재무 여력 또한 소진되어 신용도 하락이 가속화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