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들 IB 강화하는데 'IB 투톱' 교체한 삼성證...꼬리 무는 '물음표'
입력 2021.12.21 07:00
    취재노트
    '9년차 수장' 신원정 전무, 삼성글로벌리서치 발령
    취임 6개월차 'UBS 출신' 임병일 전무는 삼성전자로
    타 증권사 IB 먹거리 선점하는데…리더십 부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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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운수민 기자)

      삼성증권 투자은행(IB) 부문 '투톱'이던 신원정 부사장과 임병일 부사장이 교체되며 삼성증권 IB 부문 리더십 부재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경쟁사인 국내 증권사들은 내년 먹을거리로 IB 부문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더십이 사라진 삼성증권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20일 IB업계에 따르면 9년간 IB부문을 담당해오던 신 부사장은 조만간 삼성글로벌리서치(前 삼성경제연구소)로 자리를 옮긴다. 신 부사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사장급 등 일부 고위직 인사들도 삼성글로벌리서치로 자리를 옮긴다는 후문이다.

      IB부문을 꽤 오래 총괄해온 신 부사장과 일종의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던 임 부사장도 삼성전자로 발령이 났다. 임 부사장은 재무부 출신으로 UBS증권 한국 대표를 역임한 인물이다. 임 부사장 영입 당시 '신원정 IB부문장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들의 발령과 관련해 의문이 가득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신 부사장은 삼성생명 임원으로 옮길 가능성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IB 업무와는 결이 다소 다른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임 부사장도 올해 6월 UBS증권에서 삼성증권으로 둥지를 옮긴 지 6개월도 채 안됐지만 삼성증권을 떠난다.

      삼성증권의 IB부문은 ▲채권발행시장(DCM) ▲주식발행시장(ECM) ▲기업인수(M&A) ▲대체투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관련 부서는 2개로, IB1본부는 IPO, IB2본부는 커버리지와 DCM, M&A 등을 담당한다.

      투톱 교체 이후 이상현 상무가 부문장 대행을 맡아 삼성증권의 IB1부문을 지휘한다. 또한 유일하게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NH투자증권 출신 유장훈 IB1부문장도 IPO 부문을 총괄한다. IB2본부는 이충훈 리스크담당 상무가 대체투자본부장 겸 IB2부문장을 맡게 된다.

      공석을 메우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최고 리더십'의 부재는 어쩔 수 없을 거란 지적이다. 이번 인사 교체 이후 관련 부문 임직원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6개월만에 또 다시 인사 교체가 이루어지는 데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타 증권사들은 내년을 대비해 잇따라 IB부문 강화를 꾀하고 있다. 주식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비중이 줄어들 것을 대비해서다. 11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인사를 단행했던 미래에셋증권은 ECM부문을 중심으로 IB부문을 성장시킬 계획을 짜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인력 충원에 나서는 등 내년 먹거리 선점을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다.

    • 삼성증권 IB부문도 올해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ECM부문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돋보였다. 삼성증권은 올해 14개의 IPO 딜(Deal)의 주관을 맡았다. 인베스트조선 리그테이블(League Table) 집계 결과 기준, 4위를 차지한 NH투자증권보다도 많은 수의 딜을 수임하며 ECM 전체 주관 순위 7위를 기록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록 삼성증권의 ECM 전체 주관 순위가 낮긴 하지만 인수단에 참여하는 등 IPO 시장에 지속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사실이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M&A부문의 부진은 뼈아프다. 올해 신사업 선점 등 관련 수요 증가로 M&A 딜이 많았음에도 불구 삼성증권의 존재감은 미미했다는 평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이런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딜이 거의 없었다"라며 "올해 M&A는 풍년이었고 모건스탠리,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정도가 성과를 냈다"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교체도 사내 분위기 때문이란 평가에서 자유롭진 않은 모습이다. 그간 삼성증권은 고위직급 인사들이 이탈할 때마다 배후에 헤게모니 다툼이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타 증권사들의 IB 강화 움직임에 발맞춰 삼성증권도 내년 IB 먹거리 선점 채비에 돌입해야 뒤쳐지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IB를 활용해 자산관리(WM) 상품을 공급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삼성증권은 올해도 구조화금융 의존도가 상당했다. '정통파 IB'로서의 명성에도 불구 전통IB 부문의 비중은 여전히 작다. 사내 정치보단 안정화를 기반으로 한 IB부문 강화가 절실해 보이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