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 남겼던 연말인사…네이버 '파격쇄신' 카카오 '안정 방점'
논란 소강에도 불씨는 잠재…노동문화 개선과 계약 분쟁 리스크
네이버에겐 강력한 리더십이, 카카오에겐 반감 정서 극복이 과제
분위기 전환용 빅딜도 기대…자회사 美 증시 상장이 계기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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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대표 IT기업 네이버와 카카오에 희비(喜悲)를 동시에 안겨준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공격적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설립 이후 최대 성장을 이뤄냈지만 동시에 각종 논란으로 크고 작은 위기도 겪기도 했다.
두 회사는 연말 인사로 조직개편과 체질개선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양사가 내년 보여줄 그림은 무엇인지, 분위기를 전환해줄 대형 이벤트는 무엇이 있을지 조망해 봤다.
'확장'은 무승부, '대응'은 네이버 완승
올해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규모 확장, 동시에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한 해였다.
확장에 있어선 승패를 내리기 어렵다는 평가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적극적인 사업진출과 신사업 자회사 성장성 등으로 외형을 빠르게 키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말 시가총액 순위 6위에서 최근 4위로, 카카오는 9위에서 5위로 상승했다. 규제 리스크에 직면하기 전인 7월엔 시총 3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접전을 펼치기도 했다.
무분별한 확장은 하반기 빅테크 플랫폼 규제 이슈로 이어졌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이 추진되는 한편 국정감사에도 줄줄이 소환됐다.
논란 양상은 다소 갈렸다. 네이버는 한 직원이 임원급 상사의 지속적인 폭언과 모욕적 언행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발, 노동 문제로 직격타를 입었다. 왜곡된 조직문화가 비단 소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정황도 이후 잇따라 제기됐다. 카카오는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골목상권 사업침해, 파트너사 갑질 계약조건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양사 모두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내놓으며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투심은 상반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플랫폼 관련 공정화법안과 이용자보호법안 등 규제법안들이 내년 중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커 영업환경이 당장 회복되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논란 대응에 있어선 네이버가 앞섰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카카오가 혹평 세례를 받은 가운데 네이버는 비교적 논란을 영리하게 잘 비껴갔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플랫폼 규제 리스크에 대비해 수년 전부터 이해관계자들과의 접점을 늘려왔다. 실질적인 규제 주체인 관(官) 문턱을 낮추면서 대관 역량이 통했다는 평가다.
국내 대표 IT기업의 논란 대응이 과도한 대관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씁쓸함을 남겼다. 네이버는 당초 정치권과 유력 접점이 있는 몇몇 시민단체들에는 사실상의 '후원자'로 자리매김했다는 전언이 많았다. 혁신기업을 자처하지만 혁신 이전에 대관에 특히 신경쓴 모양새는 다소 아쉬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기대감 남긴 연말인사…'파격 쇄신' 네이버, '안정 방점' 카카오
연말 인사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논란에 대한 상이한 대응 방식을 드러냄과 동시에 내년 계획의 바로미터 성격을 띠었다는 점에서 유독 큰 관심을 끈 CEO 인사였다.
네이버는 최수연 CEO·김남선 CFO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모두 40대 젊은 수장이면서 글로벌 사업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란 공통점이 있었다. 당초 업계에선 사내독립기업(CIC) 대표 등 60~70년대생이 주류인 C레벨급 임원을 차기 대표로 예상했지만 이해진 창업자는 중간급 관리자를 차기 리더십으로 파격 발탁했다. 직급과 나이를 떠나 최수연 내정자가 네이버 근속연수가 2년 남짓한 법조인이었다는 점도 '파격'이었다.
업계에선 네이버 인사를 두고 규제 리스크 대응 혹은 원활한 국내 대관소통 차원이란 분석을 제기한다. 한 관계자의 표현을 빌리면 'IT기업의 수장'보다는 '투자회사의 대표'란 인상을 진하게 남긴 인사였다. 내년에 네이버는 국내에선 꾸준한 대관 소통으로 리스크를 피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M&A를 통해 다시 확장의 기회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믿는 카드'를 또 한번 쓰면서 안정에 방점을 둔 인사책을 내놓았다.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기존 공동대표인 여민수 대표를 재선임, 카카오페이 대표인 류영준을 차기 공동대표로 내정했다.
당초 업계에선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이란 추측이 강했다.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파격적인 결단을 내릴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카카오는 여민수 대표가 지난 3년여간 카카오의 고성장을 이끌었단 점을 강조했다. 10년 전 카카오에 입사해 핀테크 기업 카카오페이를 성공적으로 상장시킨 주역인 류영준 대표 내정도 눈길이다. 류 내정자는 카카오 사원으로 시작해 CEO 자리까지 오른 첫 사례다.
카카오는 한 번 신임을 얻으면 나이나 출신과 관계없이 막강한 권한을 쥐어주는 조직문화로 잘 알려져 있다. 그에 수반한 책임도 무겁게 부여되지만 프로젝트 조직 수장들이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폭넓은 자유를 주는 편이다. 최측근 인사를 재신임한 이번 인사는 유독 논란의 선봉장에 섰던 카카오가 리스크 해결에 방점을 찍고 내년엔 기술기업으로서의 초심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내년엔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들
양사를 둘러싼 논란은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든 분위기이나 점화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 문제를 지적받은 네이버는 젊은 인사 기용만으론 권위적인 조직문화와 과도한 업무분배를 근절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크다. 강력한 리더십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체질개선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최수연·김남선 '투톱'은 투자회사 및 법무법인 등 투자 및 글로벌 사업과 관련한 이력은 많지만 조직관리 경험은 사실상 전무한 만큼 당장 눈에 띄는 결실을 보이긴 쉽지 않다는 평이다.
내부적으로도 81년생 신임대표 등장에 여전히 뒤숭숭하다. 특히 60~70년대생이 대다수인 기존 C레벨 임원, 사내독립기업(CIC) 대표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옆 부서 나이 어린 후배가 대표를 달게 된 격'이니 차라리 외부에서 낙하산 인물이 오는 게 낫지 않았겠느냐는 언급과 함께 "투자 성과와 조직관리는 엄연히 다르지 않겠느냐"는 평가도 제기됐다.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 사업철수 관련 이행에 따른 문제가 남아 있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철수를 이행해도 문제, 이행하지 않아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범수 의장은 국감장에서 "골목상권 침해 소지가 있는 사업은 철수할 것"이라 밝혔다. 일방적인 확언으로 당초 업계에선 투자자들과의 계약 분쟁 리스크가 촉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카카오헤어샵 주주들이 카카오 본사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카카오헤어샵은 결국 철수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다른 사업들도 철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 경우 약속 불이행에 따른 국민적인 반감 정서가 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앞과 뒤가 다르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그럼에도 확장은 '진행형'…분위기 전환용 빅딜 기대감
논란과 별개로 확장은 계속 진행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엔 양사 모두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가속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선택과 집중이 올해보다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양사 모두에 성장 기반이었던 검색 기능의 포털사이트는 점차 사업 규모를 축소시킬 가능성이 크다. 광고수익이 점차 감소하면서 양사의 탈(脫)포털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콘텐츠 등 신사업 중심으로 개편이 빨라질 가운데 새로운 사업분야들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헬스케어, 블록체인, 메타버스 세 영역에서의 움직임이 주목받는다.
첫 발이 될 가능성이 큰 사업은 헬스케어다.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을 통해 의료 플랫폼 M3와 라인헬스케어를 보유하고 있고, 카카오는 지분투자한 휴먼스케이프와 자사 블록체인 계열사를 통해 의료 블록체인을 서비스 중이다. 여러 헬스케어 매물들을 동시에 올려놓고 투자를 고민 중인 정황이 나오고 있다. 내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의료 빅데이터 확보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숨고르기가 이어질 가운데 적절한 시기 분위기를 전환해줄 수 있는 대형 딜(Deal)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로펌업계에서도 이를 기대하고 양사 동향을 특히 주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공통의 과제로 남겨진 신사업 법인 기업공개(IPO)에 주목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웹툰은 현재 미국 증시 상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기업가치가 최소 10조원 이상으로 언급된다. 해외 증시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할 경우 국내에서도 분위기를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어느 쪽이 먼저 승기를 잡게될지가 관심사다.
IT업계 고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내년엔 국내보다는 글로벌 도장찍기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누가 먼저 분위기를 개선시킬 수 있을지가 핵심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