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배정 증자? 우선배정?…중복상장 제동 우려에 예비 상장사 '골머리'
입력 2021.12.27 07:00
    거래소 '제동' 예고…관건은 기존 주주 '보상책' 마련
    LG화학 이후 '물적분할=악재' 공식처럼 확산한 영향
    분할 상장 앞둔 예비 발행사 차원 시나리오 검토 한창
    관련 규정·법 개정 필요한데…정치권 이슈 확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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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거래소가 분할 상장으로 인한 주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제도 개선을 예고하며 예비 상장사가 관련 시나리오 검토에 분주하다. 관건은 기존 주주에 응당한 보상책을 마련하는 것인데, 상장 규정부터 법안 개정 등 제약이 적지 않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을 앞두고 정치권도 물밑 작업에 들어간 터라 분할 상장을 통해 조달에 나선 기업 전반에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LG화학의 전지 사업부 물적분할 계획 발표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물적분할은 무조건 악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만도와 CJ ENM, 포스코, 삼성SDI 등이 물적분할 계획을 밝혔거나,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주가 폭락을 경험했다. 포스코의 경우 지주사 전환 작업의 일환으로 신설 자회사의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삼성SDI의 경우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했지만 주가가 출렁였다.

    • 이는 최근 2년 동안 물적분할이 모회사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투자 재원을 손쉽게 조달하기 위한 최적의 카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LG화학 이후 이 같은 인식이 증시 전반에 확산했고, 현재 물적분할 소식은 모자회사 동시 상장으로 인한 지배력 희석과 기존 주주 피해와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거래소가 어떤 형태로 관련 규정을 손볼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예비 발행사 차원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물적분할을 통해 독립한 A사는 최근 ▲상장 이전에 모회사 주주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시행하거나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 우리사주조합과 유사한 방식으로 우선 물량을 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 둘 모두 모회사 주주가 독립한 자회사의 주식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취득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예비 발행사 차원에서 이 같은 방안을 자체 적용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거래소 등 당국 차원에서 관련 규정과 법 개정에 나서지 않을 경우 적용이 불가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기존 주주 대상으로 자회사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거나 우선 물량을 배정하자면 모회사 주주 명부를 열람하기 위해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가 필요하다. 또한 현행 자본시장법은 우리사주조합에 전체 공모 주식의 20%를 우선 배정하는 내용만 담고 있다. 나머지 80% 공모 주식 중 일부를 새로이 우선 배정하자면 시행령 개정 등 조치가 필요하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분할 후 상장에 나서는 것 자체는 시장에서 투자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건데, 여론 악화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라며 "모회사 기존 주주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법 개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회사 상장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지배 주체인 모회사가 명백한 주주환원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한국조선해양 등은 이미 중간지주사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핵심 사업부의 분할 상장 이후에도 기존 주주가 투자를 이어갈 유인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LG화학의 경우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LGES)이 신설 출범하자 상장 이후에도 지배력 80%를 유지하고 연결재무제표 당기순이익 기준 배당성향 30%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상장 이후 LGES에 대한 LG화학의 지분율은 81.8%로 유지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분할 상장에 나선 기업 상당수가 신성장 사업 투자비 부담이 극심한 터라 모회사 주주에 만족할 만한 환원책을 마련하기 어려울 거란 우려도 있다. 더군다나 LGES처럼 수백조원 규모 일감을 확보하고 흑자전환을 마친 뒤 상장에 나서는 사례를 모두가 따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주주 환원책이 부족하다는 점이 국내 증시 상장사 전반의 고질적 문제긴 하다"라며 "그러나 사실상 돈이 없어서 핵심 사업 분할 상장에 나서는 기업들이 만족할 만한 주주 환원 방안을 마련해 줄 거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거래소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분할 상장으로 인한 주주 피해 문제 해결을 예고하고 있어 예비 발행사 전반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0월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모자회사 동시 상장 문제를 제기했던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 1월 토론회를 거쳐 상법 개정과 상장회사특례법 제정 등을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도 해당 문제에 공감을 표하고 있어 분할 상장 문제가 선거철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