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시장서 ESG 주목도 상승...비상장도 '대관' 신경쓰기 시작했다
입력 2022.01.21 07:00
    마켓컬리·쿠팡·당근마켓 등 플랫폼 위주 공정위 칼날 매서워
    상장 앞둔 B2C(기업대소비자) 기업들 ESG 테마 각별한 신경
    규제·거래소 입김 등 외부변수에 대관능력 필수로 자리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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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상장을 앞둔 회사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리 능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비자와 직결된 업종일수록 브랜드 이미지와 맞물리면서 상장을 앞두고 관련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아직 상장까지 갈 길이 먼 스타트업들도 일찌감치 대관능력을 갖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대열에 합류한 스타트업들이 많아지면서 커진 몸집에 맞게 대외 이미지 관리 역시 중요시되는 분위기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납품업체 갑질 의혹’과 관련해 일시적으로 혐의를 벗긴 했지만 결론을 짓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2020년 마켓컬리는 경쟁 신선식품 유통회사 오아시스마켓(이하 오아시스)으로부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신고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일부 납품회사에 오아시스와 거래를 끊으라는 식의 부당한 요구를 했다는 점이 요지다. 

      최근 공정위는 마켓컬리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해당 사건을 종결했지만 오아시스는 추가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혐의와 관련, 당초 공정거래과에서 해당 사건을 담당했다가 가맹유통으로 담당 부서가 바뀌면서 납품회사의 증언 등 추가 자료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오아시스는 공정위 절차상 재신고를 통해 후속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판매수수료나 불공정거래 역시 유통회사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떠오른다. 공정위가 지난해 12월28일 공개한 유통분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카카오선물하기·마켓컬리·쓱닷컴 네 곳 회사의 불공정거래 비율은 전년보다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판매대금을 제 때 못 받았다고 답한 비율은 7.9%로 전년 대비 4.1%포인트 올랐고 업태별로 보면 온라인쇼핑몰이 15.9%로 가장 높았다. 

      또, 마켓컬리의 단독 상품에 대해 판매장려금을 면제하겠다는 방침과 관련해서는 공정위가 직접 적법 여부를 살펴볼 계획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역시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본인 인증 없이 간편하게 가입하는 당근마켓의 회원가입 절차가 소비자 보호 의무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사용자들이 해당 플랫폼 내에서 만난 사람들과 금융 거래를 하는 만큼 핸드폰 번호만 입력하는 현재 가입절차로는 범죄 행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과 가장 가깝게 만나는 스타트업들 위주로 정부의 날선 시선을 받는 모양새다. 이는 곧 사업에 대한 압박으로 다가온다는 평가다. 플랫폼 기업의 특성상 대중의 브랜드 인지도가 매출이나 앱 사용률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어서다. 

      마켓컬리나 쓱닷컴과 같이 상장 계획이 구체화된 곳들도 다수인만큼 이 같은 이슈에 더욱 시선이 쏠린다. 특히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ESG 요구조건이 까다로워진 만큼 한국거래소에서도 해당 요건 모니터링을 전보다 강화하고 있다. 

      유통회사들은 상장을 통한 대규모 자금 유치도 필요한 상황이다. 소비자의 선택뿐만 아니라 공모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의 투자 심리까지 노려야 하는 만큼 ESG 조건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당장 상장을 앞둔 회사들 외에 일반 스타트업들도 일찌감치 대관능력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동안 쿠팡이나 우아한형제들 등 빅테크 회사에서 검사 출신 변호사나 네이버 출신 김상헌 부회장을 영입하는 등 대관에 힘을 쏟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조금 더 규모가 낮은 회사들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비상장거래 분야의 한 스타트업은 금융 당국 규제 이슈에 대응할 직원 채용을 고려중이며 한 미디어 스타트업 역시 정부 부처를 관리할 PR 임원을 영입한 바 있다. 

      스타트업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잇따라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대관능력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최근 한 중견급 바이오회사는 대표이사의 횡령·배임 사건이 발생한 데 따라 초기 투자자인 여러 벤처캐피털(VC)들이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기업복지 분야 플랫폼 회사 역시 재무담당자의 횡령 사건으로 현재 사건 파악 및 수습에 힘쓰고 있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최근 스타트업들의 대관능력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라며 “규제와 직결된 업종뿐만 아니라 관이나 언론 대응 방식에 따라 상장 과정에서도 뭇매를 맞을 수도, 질타를 피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