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물적분할 칼자루 쥔 국민연금…ISS·글라스루이스 권고 반대한 전례도
입력 2022.01.24 07:00
    ‘찬성'하면 일관성 논란…‘반대’하면 반(反) 기업 기조 낙인
    진퇴양난…24일 수탁위서 결론날 듯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찬성’ 권고에 기관들 일부 동참
    LG화학, SK이노 등 국민연금 나홀로 ‘반대’ 전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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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중인 포스코그룹은 일단 한숨 돌렸다. ISS와 글라스루이스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그리고 대신경제연구소가 주주들에게 물적분할 안건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고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찬성 표결’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과거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안에 따르지 않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린 전례도 있다. 현재는 포스코 지주사 전환에 상당수의 주주들과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국민연금의 최종 결정은 오는 24일 열리는 수탁자책임위원회에서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 9명으로 구성된 수탁위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 분사와 관련해 ‘반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80%가 넘는 주주 동의를 이끌어 내며 분할에 성공했다.

      사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모회사가 각각 3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표결이 최종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그러나 포스코의 경우 국민연금이 단일 최대주주(9.75%)이기 때문에 ‘반대’ 표결을 행사하면 지주사 전환이 무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물적분할은 주총 특별결의 사안이기 때문에 33.3%의 주주가 반대하면 안건이 통과하지 못한다.

    • 포스코 주식에 투자한 국내외 기관투자가는 약 302곳이다. 전체 주식의 28.9%를 보유하고 있다. 일단 글로벌 자문사들의 권고안에 따라 상당수의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찬성 표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9년 기준 포스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개한 국내 연기금, 공제회, 금융기관, 투자회사는 총 41곳이다. 이 가운데 국내 일부 기관투자가는 이미 ‘찬성’ 표결을 확정하기도 했다.

      포스코 주총에서 ‘찬성’ 표결을 확정한 국내 한 운용사 관계자는 “사실 현재 주가에 모든 이슈들이 반영돼 있다고 판단한다”며 “(주가가) 더 떨어질 유인이 없는 상황에서 굳이 반대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안에 따라 찬성 표결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연금이 국내외 자문사들의 권고안에 따를 것이냐 또는 과거와 같이 독자적 결정에 나설 것인가가 포스코 지주회사 전환의 마지막 관문이 됐다. 국민연금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주총에선 ‘주주가치 훼손’의 이유를 들어 반대했는데 포스코가 이번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겠단 의지를 밝히며 기존 주주들의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국민연금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사례와 달리 권고안에 따라 회사측 안에 ‘찬성’할 수 있는 근거는 ‘자회사 비상장’ 정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는 방안만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수 있느냐’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국민연금이 해당안에 ‘찬성’표결에 나설 경우, 소액주주들과 노동조합 등의 반발을 감수해야한다. 또한 추후 국민연금이 대주주인 기업들이 포스코와 동일한 방안으로 분할을 시도할 경우, 앞으로도 일관성 있는 표결에 나서야 한다는 부담이 생길 여지가 있다.

      다만 반대표를 던진다고 해도 리스크가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주주대표소송의 권한을 수탁위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국민연금의 과도한 기업개입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해당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국민연금의 행보가 재계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 수탁위가 포스코 지주회사 전환 안건에 반대에 나설 경우, 자칫 반(反)기업 기조가 심화하고 있다는 뜻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