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IPO 열기 막으려 시초가 범위 확대 논의…따상에 이은 '트리플상' 역효과
입력 2022.02.04 07:00
    운용업계, '시장 규제 시 역효과' 반발
    관계기관끼리 찬반 갈려 합의 쉽지 않아
    IPO 열기 자연스레 줄어들 거란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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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라래 기자)

      금융당국이 과열된 기업공개(IPO)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시초가 범위 확대 등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운용업계에선 시장을 규제할 경우 역효과가 날 거라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이어진 논의에서 관계기관끼리 합의점을 못 찾은 점을 미뤄볼 때, 절충점을 찾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은 2춸 초 IPO 시장의 과도한 청약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선다. ▲시초가 범위 확대 ▲기관투자가의 주식 의무보유 기간 연장 ▲기관투자자의 공모주 청약 자격 강화 ▲개인 청약 증거금률 및 한도 하향 조정 등의 방안이 검토 대상이다.

      운용업계에서 기관투자자의 청약 자격 제한 방안은 반기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는 다음 달 말부터 등록 후 2년이 지나거나, 일임계약고 50억원 이상을 보유한 곳만 기관투자자 자격으로 청약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 중이다. 공모주 청약 시장에 대한 투명성이 높아질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공모주 시장에서는 소규모 사모운용사·자문사 등 일부 기관투자가의 과도한 청약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7일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기관 수요예측에 1경원 넘게 몰렸는데, 자본금 5억원에 불과한 기관도 공모 최대수량인 7조원을 써내는 등 '뻥튀기 베팅'이 기승이었다. 기관투자가는 개인투자자와 달리 청약증거금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만 운용업계는 금융당국의 나머지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시초가 범위가 확대될 경우 지금보다 변동성이 더 커질 거란 목소리다. 현재는 시초가는 공모가의 90~200%로 형성돼 있다. 시초가 범위가 확대돼 가령 시초가가 공모가의 300%로 결정될 경우, 지금의 '따상' 열풍이 '트리플상'(시초가가 공모가 3배로 결정된 후 상한가)으로 옮길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다른 국가에서도 상장 당일 가격이 치솟았다가 적정 가격을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친다"며 "국내는 오히려 상하한가제도 때문에 주가가 상한가에 도달할 경우 추세가 며칠간 지속되며 변동성이 커지는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기관투자가의 주식 의무보유 기간 연장안에 대해서는 시장의 형평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이다.

      지금도 외국인 투자자는 의무보유확약율이 낮은데도 배정은 상대적으로 많이 받아 국내 기관과의 형평성 논란이 있다. 외국인이 상장 첫날부터 매도물량을 쏟아내 단기차익 실현에 나서는데 국내 기관의 의무보유 기간이 늘어나면 반발이 심할 거란 전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재작년 1~9월 공모를 진행한 시총 상위 10개사의 외국인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평균 4.64%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기관투자가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평균 37.81%에 달했다.

      국내외 기관 간 통일된 배정 기준을 만들어 형평성 시비를 없애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은 명확한 규정 없이 수요예측 때 기관이 써낸 가격과 자금 규모, 의무보유확약 내용 등을 토대로 주관사 재량에 따라 물량을 배정하고 있다. 외국인이 상장 당일 털어내는 물량이 줄어들면 변동성도 줄어들 거란 분석이다. 

      공모주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현행 50%인 청약증거금 비율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도 금융투자업계에선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제시된 방안인데, 오히려 청약경쟁률을 더 높여 공모주 시장을 과열시키는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거금 비율이 낮아져도 개인의 자금 규모가 변하지 않는 이상 공모주 청약금으로 모이는 금액은 달라지지 않는다"라며 "청약 규모는 그대로고 경쟁률만 더 높아지게 될 것"이라 말했다.

      금융당국은 대응 방안으로 생길 부작용과 반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재작년과 작년 공모주 시장이 뜨거워진 이후 과열된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관계기관과 논의를 이어오고 있지만, 찬반이 나뉘어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작년 3, 4분기에도 논의를 하다가 추가적인 공모주 과열 사례를 본 후 제도를 정비하기 위해 올해 1분기에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한 운용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나서서 시장을 규제하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며 "공모주 시장은 씨클리컬(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과열과 냉각이 반복) 흐름을 탄다. 최근 증시가 하락장으로 돌아섰는데, 공모주 열기도 증시 흐름과 함께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