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시즌인데'…證 리서치센터 인력 가뭄에 기관 정보부족 호소
입력 2022.02.04 07:00
    실적 시즌에 애널 부재 여전, 개인·기관 정보 접근성↓
    센터장 리더십 부재 거론…"센터장 교체 원인이기도"
    고연차 애널도 부족, "거시적 전망 제시할 역량 있나"
    • 국내 주요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실적 시즌'이 도래하며 일부 증권사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Analyst)의 공백에 대한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의 체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유튜브 출연, 세미나 개최 등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지난해 중순부터 이어진 애널리스트 '이직 러시'의 상흔이다. 이에 기관 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도 피투자기업이나 증시관련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의 퇴사 러시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6월 하나금융투자에서 제약·바이오를 담당하던 선민정 연구원이 삼성경제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데 이어 NH투자증권에서 유통을 담당하던 이지영 연구원, 한국투자증권에서 제약·바이오를 맡던 진홍국 연구원 등 다수의 연구원들이 증권사를 떠났다. 최근에는 RA(Research Assistant)들의 퇴사도 잦다.

      이직의 원인으로는 '과도한 업무 압박'이 주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증권사는 리서치센터 소속 연구원들로 하여금 사내 유튜브 출연이나 세미나 개최에 대해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유튜브 채널에 공을 들이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은, 유튜브 출연을 꺼리는 주요 연구원이 이탈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리서치센터장의 역량 문제도 배경으로 언급된다. 최근에는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늘어난 빈자리가 증권가에서 회자됐다. 해당 리서치센터는 2020년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을 담당하던 유종우 연구원을 윤희도 전 리서치센터장의 자리에 앉혔다. KTB투자증권이나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의 센터장 교체에서도 이전 센터장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RA의 부재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다. RA 공백으로 인한 애널리스트들의 업무량 증가는 이미 현실이다. 통상 연구원들이 기업·산업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면 RA들이 검수를 돕는다. 그러나 'RA 품귀현상'이 나타나며 검수는 애널리스트들의 몫이 됐다. 이에 하나금융투자는 계약직인 RA들로 하여금 야간근무를 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택시비를 지원해주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통상 정규직인 애널리스트들은 야간 근무에 빈번히 시달렸다.

      일부 리서치센터는 RA를 '대규모로' 채용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10명의 RA를 채용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많이 뽑아두고 나갈 사람은 나가라는 식의 채용"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직 러시로 인한 직접적 피해는 기관과 개인 등 투자자들이 보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들에게 투자정보를 제공해주는 기관부터 정보 접근성이 제한되기 시작했다. 통상 증권사 내 주식 주문을 내주는 '주식 브로커'와 '애널리스트'는 한 팀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애널리스트에 공백이 생기거나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신규 애널리스트가 자리하는 경우 기관들은 특정 산업군 주식 종목 정보에 대해 접근이 제한되는 셈이다. 특히 '기술'을 보유한 2차전지나 반도체 산업군은 유출 등의 이유로 기관의 직접 방문을 꺼리기 때문에 대안도 마땅치 않다.

      애널리스트들의 부재가 바이오 산업군에 몰려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주로 코스닥 지수에 편입돼 있어 변동성이 큰 데다 사업 자체도 이해가 어려워 애널리스트의 의견이 절실한 산업군이다. 유안타증권, 미래에셋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다수의 증권사들이 바이오 담당 애널을 구하지 못하거나, 채용한 지 얼마 안 된 상태다. 이에 따른 개인투자자들의 정보 부족도 우려지점이다. 

      연차가 쌓인 애널리스트들이 부족한 탓에 증시 전망에 대한 뷰(View)가 제시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퇴사를 결심한 연구원들 중 다수가 다른 증권사 내 리서치센터가 아닌 기업금융(IB) 등 타부서로 이동하거나 사기업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증시 전망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역량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맥락이다. 이달초만 해도 2988대를 기록하던 코스피 지수가 28일 기준 2600선을 위협받는 등 하락장이 이어짐에도 투자 관련 경고를 하는 국내 애널리스트는 부재한 상황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애널이 없으면 해당 종목에 대한 리포트가 업데이트가 안 돼 기관들은 정보 부족에 허덕이고 증권사는 애널리스트가 공석인 산업군에 대한 주식 주문도 덜 받게 된다. 개인들은 정보부족이 더 할 것"이라며 "특히나 최근 실적 시즌이 도래했음에도 분기마다 자료를 내는 것 조차 어려운 상황인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일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