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證, 美 주간거래 '한정된 장외 시장' 딜레마...결국엔 시장 왜곡 or 거래 가뭄?
입력 2022.02.09 07:00
    '서학개미' 증가하자 고객 유치 전략의 일환
    거래 원활히 체결될까 유동성 공급 '지켜보자'
    정규장과 가격 차이 노린 차익거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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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증권이 한낮에도 미국증시 거래가 가능한 '장외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것을 두고 증권가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매매중개(브로커리지) 수익 다변화와 고객 유치를 위한 새로운 발상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다만 리스크만 큰 모험적인 시도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당장 매매를 유동성 공급자(마켓메이커)에 상당부분 의존해야 하는 까닭에, 초기에 일정부분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지 못하면 잊혀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 고객들과 마켓메이커 사이에서만 거래가 일어나게 되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마켓메이커의 거래능력을 뛰어넘는 '고래'들이 달려들면 시장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장외시장과 미국 정규장과의 가격 차이에서 비롯된 차익거래를 추구하는 투자자들만 남게 될 거란 평가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지난 7일 미국 주식에 대한 주간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규시장과 프리마켓, 애프터마켓 이외에도 미국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장외시장이 생긴 셈이다. 삼성증권을 이용하는 투자자에 한해 제공되는 서비스로 실시간 수준의 거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삼성증권은 이를 위해 금융산업규제국(FINRA)으로부터 야간 거래(오버나이트 세션) 지원 기능을 승인받은 대체거래소(ATS) ‘블루 오션(Blue Ocean)’과 독점 제휴를 맺었다.

      삼성증권은 활발한 거래를 위해 제인스트리트 등 마켓메이커 두 곳과 협업을 맺었다. 이들이 유동성 공급자(LP)로 나서 1000여개 미국 증시 주요 종목에 10여 개 단위의 호가로 매수매도 물량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증권은 LP로 참여하지 않는다. 

      이는 개인투자자 거래대금 하락 속에서 고객 유치 및 수익다변화 전략으로 이해된다. 팬데믹 영향으로 증시로 쏠렸던 자금이 빠져나가자 이에 대응하려는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한 상황이다. 지난달 일 평균 거래대금은 약 20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직후였던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관련업계에선 수익전략을 다방면으로 추진하는 시도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거래가 활성화되기 위한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못해 거래가 체결되지 않으면 시장을 조성한 의미가 없어서다. 

      한 증권 담당 연구원은 "삼성증권이 두 곳의 마켓메이커를 통해 유통성을 공급한다고 했는데 참여자가 많을수록 거래가 활성화되겠지만 반대로 일정 규모 이상의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호가 제출이 위축되고 시장은 유명무실해질 것"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주간거래 마켓은 쉽게 말하면 '우물 속 거래'다. 삼성증권에 계좌를 가진 개인들이 서로 가지고 있는 종목을 한국 시간 기준 주간에 사고파는 게 주요 구조다. 다만 이렇게 매매자 풀(pool)이 좁으면 거래가 원활하게 일어나기 어렵다. 이를 위해 매수와 매도 호가를 대신 내주는 것이 마켓메이커의 업무다.

      마켓메이커는 선물시장 및 헷지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호가를 제시한다. 투자자가 만족할 수 있는 호가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최소 호가 단위로 매수 매도가 촘촘히 쌓여있는 호가창을 생각하긴 어렵다. 게다가 주문은 지정가로만 가능하다. 8000여개의 미국 증시 종목 중 1000여개에만 유동성이 공급되고, 주문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실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종목은 20~50여개에 불과할 거란 지적도 나온다. 

      삼성증권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고객 안내문을 통해 제한적인 시장참여자와 LP로 인해 일부 종목의 체결이 제한될 수 있으며, 정규장 대비 가격 변동이 크거나 가격이 불리할 수 있다고 고지하고 있다. 상하한가가 없는 미국 증시임에도 불구, 직전 체결가 기준 상하 15%이내에서만 주문이 가능한 것도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좁은 풀에서 거래가 일어나기 때문에 마켓메이커가 감당 가능한 범주의 이른바 '고래'나 '꾼'들이 유입되면 이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점이라는 평가다. 지금도 코넥스나 K-OTC 등 거래가 많지 않은 국내 증시 종목들의 경우 자전거래 혹은 '작전'으로 의심되는 부자연스러운 거래가 수시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장외시장에서 호가가 변할 때 미국 시간외 가격이나 선물가격이 같이 변하지 않는다면 차익 거래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라며 "삼성증권 주간거래 시장에서 애플 등 특정 종목의 가격이 폭락하면, 저렴한 가격에 매입해서 미국에서 매도하면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지금의 대체 거래소는 정규장이 아닌 시간에 열리기 때문에 실시간차익거래가 일어날 여지가 거의 없다고 본다"라며 "향후 제인스트리트 이외에도 협업하는 마켓메이커를 늘려 유동성 공급에 힘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다운 서비스'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사실상 대체거래소의 주식중계 서비스를 한국에 공급하는 역할만 맡는다. 삼성증권은 '호가 제공의 방식와 운영 전반은 LP의 독립적인 업무로 당사와는 무관하다'라고 고지하고 있다. 거래와 관련해 삼성증권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운용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마켓메이커로 참여하지 않은 점도 보수적인 접근 방식이라는 평가다.

      주간 거래에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진 않지만, 애초에 미국 장 거래의 수수료율이 0.25%로 국내 수수료율(5000만원~1억원 기준) 0.11% 대비 높다. 미국 증시의 경우 온라인 최소수수료 10달러도 적용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타 증권사들이 대체중계소를 통한 주간거래에 나서지 않는 까닭은 소규모 장외 시장의 경우 과도한 변동성 아니면 거래 가뭄으로 결과가 극단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만약 삼성증권이 성공한다면 다른 증권사도 비슷한 서비스를 시도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