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이중고…'과감한 성장' 메리트·'플랫폼' 리더십 사라져
입력 2022.02.09 07:00
    지배구조부터 주가까지 과제 산적한 카카오
    '무기'이던 '과감한 성장'도 함부로 말 못해
    남궁 대표 내정자,'플랫폼 리더십' 반신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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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들어 주가 폭락을 겪고 있는 카카오.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신뢰를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온다. 골목상권 침해, 수수료 인상, 계열사의 쪼개기 상장 등 제동이 걸린 이슈들이 카카오의 성장 ‘핵심’이었던 만큼 단기간 해결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또한 단독으로 카카오를 이끌게 된 남궁훈 신임 대표가 ‘게임산업’에 집중된 리더십을 보여 온 만큼 ‘플랫폼 비즈니스’에서의 경영 성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연이은 사건사고로 ‘국민주’에서 ‘국민 비호감’으로 이미지가 급반전하면서 현재 카카오의 IR(Investor Relations) 활동은 사실상 '스톱' 상태다. 여기저기 눈총이 따갑다보니 회사 측도 외부 접촉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강화한 플랫폼 규제와 금리상승 등으로 인한 증시 변동성이 겹치며 네이버도 주가가 내리막길을 보이고 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의 상황은 다소 다르단 평이다. 

      1월 들어 네이버도 (-)18.1%의 주가 하락률을 기록했다. 다만 네이버는 경영 전략, 사업과 실적 등 ‘내실’ 측면의 ‘노이즈’가 발생한 상황은 아니다. 회사 자체 보다는 해외 빅테크 기업의 주가 방향 등 시장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카카오는 네이버가 수 년전 먼저 겪은 균열들을 이제 겪는 것이고, 그 과정이 실적 및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이다.  

      증권사들은 2021년 4분기 카카오의 실적 추정치와 목표주가를 모두 낮추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개월 전 2102억원에서 현재 1752억원으로 내려갔다. 카카오뱅크 등 주요 자회사의 주가 하락에 따른 지분가치 하락, 비용 증가 등을 고려하면 올해 실적도 낙관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다. 1월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30.5% 하락률을 기록했다. 

      카카오식 확장의 주 전략이었던 계열사의 '쪼개기 상장'에 제동이 걸린 점도 문제다. 올해 대선 이후를 지켜봐야겠지만, 여론을 고려해 관련 규제가 재정비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의 주주들은 연속적인 쪼개기 상장이 모회사인 카카오의 기존 주주가치를 희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후 상장에 나서는 카카오 계열사들이 투자자들로부터 이전만큼의 뜨거운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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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메리트가 ‘과감한 시도’를 내거는 것이었는데 모빌리티도 그렇고 핀테크도 그렇고 이제 함부로 내걸 수가 없게 됐다”며 “투자자들은 카카오의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를 한건데 그게 막힌 셈이고, 어느 기업이나 그렇듯 빠르게 성장할때는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떠오르면서 한동안 내홍(內訌)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급작스런 ‘경영진 물갈이’가 불러 올 여파도 지켜봐야 한다. 지난달 20일 카카오는 카카오 공동체를 이끌어 갈 사령탑으로 남궁훈 전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신임대표로 내정했다. 남궁 대표는 지난 12월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 선임됐으나, 이달 기존 공동 대표였던 여민수·조수용 대표가 퇴진하면서 이후 단독으로 카카오를 이끌게 됐다. 앞서 작년 말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본인과 경영진의 대량 주식 매도 행위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내외부로 어수선한 조직 정비와 글로벌 성장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새롭게 카카오를 이끌어 가야 하는 남궁훈 내정자를 향한 시장의 평가는 ‘반신반의’다. 남궁훈 내정자도 김범수 의장의 최측근이란 점에서 지금까지의 카카오의 경영 기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지만, 트랙 레코드 자체가 ‘게임업’에 집중된 점을 고려하면 과연 덩치가 커진 ‘카카오 공동체’를 효율적으로 이끌 것인가는 다른 문제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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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궁훈 내정자는 1999년 한게임 공동창업을 시작으로 게임 업계에 몸담았다. 이후 2015년 카카오가 엔진을 인수하면서 카카오의 게임사업부문을 맡게 됐다. 2016년부터 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를 맡았고, 몇 차례 상장 추진과 중단이 이어지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과제를 맡은 바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2020년 9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남궁훈 내정자는 오는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 카카오를 향한 시장의 질문이 많은만큼 3월 주총 전후까지는 자체적인 로드맵을 준비해야 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 새 경영진이 메타버스 등 미래사업 비전과 더불어 카카오엔터와 모빌리티 IPO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시장에 설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 금융투자업계(IB) 관계자는 “도덕적으로 비난을 살 행위를 하면서 물러난 해당 경영진들이 사업적으로 성과를 내 온 핵심 인력들이었다는 건 사실”이라며 ”기존 대표들이 광고 등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웠고 그게 시장에 먹힌건데, 게임업에 집중해 온 남궁훈 대표가 플랫폼 비즈니스에선 어떻게 사업을 꾸려갈지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