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방식 '이재명 펀드' 흥행 성공…NFT 실효성은 있을까
입력 2022.02.10 07:00
    원금 보장에 2.8% 금리지만 高세율 적용
    2030도 관심…'선거 펀드' 특징 유의해야
    대선 펀드에 NFT 최초 도입…필요성엔 의문도
    국민의힘 윤 후보, '국민펀드’로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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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제 20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를 활용한 ‘이재명 펀드’를 출시했다. 대선 자금 모금에 NFT 기술을 적용한 최초 사례인데 아직 NFT 시장 성숙도가 낮은 만큼 투자 시 제공되는 이미지 NFT는 ‘대선 기념품’ 정도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9일 오전 이재명 펀드 1차 모금이 시작됐다. 이재명 펀드 모금은 총 1·2차로 나눠 진행되며, 1차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해 오후 4시에 마감한다. 이번 선거비용 제한액인 513억900만원 중 350억원을 모금할 예정이다. 2차는 14일로 예정돼 있다. 1차 모집에서 목표금액이 모금되면 2차는 진행되지 않으며 모집 회차별로 1회 최대 2만2000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이날 공모 1시간49분 만에 목표액인 350억원을 달성해 흥행에 성공했다.

      이재명 펀드가 차별점으로 내세운 점은 공모주 청약방식과 같은 '비례추첨' 방식 도입과 투자자들이 펀드 참여 증서가 내장된 NFT 이미지를 제공받게 된다는 점이다. ‘공모주 열풍’에서 착안한 전 국민의 투자 관심도가 높은 점을 노렸고, 2030 젊은 세대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NFT 기술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선착순이 아닌 추첨 방식으로 참여자가 선택되며, 투자 금액에 따라 지급되는 NFT 이미지도 다르다. 

      이재명 펀드는 대한민국 성인이면 모두 참여 가능하며, 선대위 캠페인 플랫폼인 ‘재명이네 마을’ NFT 거래소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재명이네 마을’ 홈페이지에 접속해 펀드를 신청하고 약정금액을 입금하면, 비례추첨을 통해 확정된 최종 참여금액을 제외한 금액을 환불받는다. 차용증서가 내장된 NFT는 참여 금액에 따라 차용증서 이미지 세트를 비연속식으로 개인 디지털 지갑으로 보내진다. 디지털 지갑은 카카오톡의 ‘클립(klip)’ 서비스 가입을 통해 만들 수 있다.

      이재명 펀드를 통해 조성된 선거자금은 선거 후(70일 이내) 국고에서 선거비용을 보전받아 오는 5월 20일(예정) 원금에 약정 이자를 더해 투자자에게 상환된다. 이자율은 주요 시중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와 CD 기준금리를 고려해 연이율 2.8%로 기간 산정해 환급해준다. 투자자에게 지급되는 2.8%의 이자금은 ‘운용수익’이 아니라 민주당 당비에서 제공된다.

    • 사실상 ‘크라우드 펀딩’인 선거 펀드는 대규모 후원금을 비교적 낮은 금리로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대선 후보들이 애용하는 방법이다. 지난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경선 기간 중 모은 후원금은 25억5366만원이다. 후보 입장에서는 부족한 자금을 더 마련하기 위해서는 은행 대출이나 담보대출을 받아야하지만 시중 은행 금리가 높다보니 쉽지 않다. 지지자 및 국민을 대상으로 모금을 하면 금리도 낮추고,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선거 펀드는 후보 입장에선 대출보다 이자가 세이브되고 투자자들 입장에선 시중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것”라며 “이재명 펀드는 빨리 돈을 모으기보단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국민들에게 NFT 기술이 ‘쉽다’는 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해 NFT 기술 도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 펀드가 내세운 차별점인 블록체인 기반 ‘NFT 기술 적용’의 실효성은 지켜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펀드 모집을 공개하며 “대통령 선거에 스마트 콘트랙트를 내장한 블록체인 기반의 NFT를 활용한 최초 사례”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등 진본 확인이 필요한 문서를 대체할 수 있는 실물경제의 ‘디지털 대전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증서가 내장된 NFT 이미지는 선대위에 참여한 작가와 지지자들의 일러스트 작품들이다.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때문에 전문 작가의 작품으로는 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투자 후 어떤 이미지를 받게 될 지도 투자자가 미리 알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NFT가 부여된 이미지라 할지라도, 무단 복제가 돼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해 선공개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희소성’과 ‘유일성’이 가치를 결정하는 NFT의 가치를 위해 NFT로 발행된 이후 원본은 파쇄되거나 삭제될 예정이다. 

      NFT 기술이 제도권 안에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NFT 기술을 접목해 선거 자금을 모으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특금법(특정금융정보법)상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할지, NFT 거래소가 가상자산사업자로 간주되는지, NFT의 저작권 문제 등 NFT에 얽힌 다양한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공약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1차 모금이 시작된 9일 오전 이후 이재명 펀드의 문의 게시판에는 카카오클립 NFT 인증 단계에서 ‘먹통’이라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다수 올라왔다. 

      정치권의 NFT활용에 아직 시장의 호응이 크지 않은 점도 고려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이 후보의 NFT를 세계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씨(OpenSea)를 통해 경매에 붙였으나, 3일 기준 최고 경매가가 555달러(67만원)에 그쳤다. 기간을 연장해 1000달러가 넘기도 했지만 경매에 참여한 인원이 4명에 불과했다. 한 누리꾼이 오픈씨에 올린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 제목의 NFT 최고가는 35.4달러(4만원)였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펀드 성격상 NFT 발행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며 “NFT에 펀드의 차용 권리까지 담겨서 NFT를 넘기면 펀드 권리까지 넘어가면 ‘증권’의 성격을 가지면서 중요한 문제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홍보효과가 있는 사은품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원금이 보장되고 2.8%의 이자까지 더해진다면 투자 관점에서는 대선 펀드가 ‘괜찮은 투자처’일 수 있다. 다만 ‘선거 펀드’의 구조를 확실히 파악하고 접근해야 한다. 선거 펀드는 모인 자금을 운용해 되돌려주는 ‘펀드’라기보단 정치자금 후원금에 가깝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말하는 펀드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채권·부동산 등 자산에 투자해 운용한 후, 투자실적을 투자자에게 그대로 되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반면 선거펀드는 후보자가 다수의 지지자로부터 일정액을 투자받아 선거비용을 쓰지만, 선거가 끝난 뒤 득표율 15% 이상을 얻어 국고에서 선거 비용을 보전받으면 약속한 원금에 임의 약정한 이자를 붙여 투자자에게 상환하는 방식이다. 이름만 펀드일 뿐 사실상 개인 간 금전차용 계약인 셈이다. 또한 선거 펀드는 정치후원금과 다르게 세금이 부과된다. 이자소득에 대해 은행의 이자소득 세율보다 높은 이자소득세 25%와 지방소득세 2.5%가 원천징수된다. 

      개인 간 거래이기 때문에 만약 원금을 떼이게 되면 직접 후보와 민사소송을 통해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 확실한 원금 보장을 위해서는 득표율이 높은 후보에게만 펀드 투자를 해야 한다. 정치인이 만든 선거 펀드에서 득표율 15% 이상을 받고도 원금 상환을 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2014년 제주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한 후보는 2억5000만원가량을 선거 펀드로 모집했으나 득표율 15%을 넘지 못했다. 선거 보전금을 절반만 돌려받았으나 대부분이 선거운동 관련 미납금액을 지출됐고 후보는 개인회생절차를 밟으면서 투자자들에게 원금 상환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에서 대선 자금을 펀드로 처음 모금한 건 문재인 대통령이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측은 ‘담쟁이 펀드’를 출시해 300억원을 모금했다. 문재인 후보가 직접 약정자들을 만나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약속 펀드’를 내놓았다. 2017년 지난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문재인 펀드(담쟁이 펀드 시즌2)’를 출시해 자금을 모았다. 국내 최초 '선거 펀드'는 2010년 6·2 지방선거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만들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깨끗한 돈으로만 선거를 치르자는 각오에서 비롯됐다"며 "과거 선거비용을 비공식적으로 재벌과 기업으로부터 많이 받아 정경유착의 원인이 됐고 재벌개혁에도 한계가 있어 국민펀드를 통해 국민에게만 빚을 지겠다” 대선 펀드 출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도 200억~300억원 규모의 ‘윤석열 국민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최소 2만원부터 일정 금액을 약정(펀딩)하면 대선 후 국민의힘이 선거비용을 보전받은 후 이자를 합산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국민의힘 측은 “이자율 등 자세한 내용을 10일 발표할 예정이며, NFT 등 신기술을 이용한 이재명 후보 측과 달리 ‘정공법’으로만 구성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