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LG엔솔, 배터리 사업은 여전히 '한몸'…이익은 어디로 귀속될까
입력 2022.02.11 07:00
    '배터리 소재' 청사진 이후 뒤바뀐 LG화학·엔솔 주가
    '소재'냐 '셀'이냐'…사실상 모자회사 배터리 '한몸' 평
    LG엔솔 이어 LG화학도 '두자릿수' 수익성 약속했는데
    이익 어디로 향할까…모자회사 간 위상 변화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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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상장 이후에도 LG화학 사업 무게 중심은 여전히 배터리가 될 예정이다. 사실상 '한 몸'이란 평가가 나오는데 LG엔솔의 전기차 업체에 대한 수주 협상력과 모자회사 간 이익 조정 문제에 시선이 집중된다.

      배터리 산업 자체가 반도체에 비해 수익성이 박한만큼 수익성을 둔 양사 줄다리기가 불가피하다. 시장에선 배터리 셀과 소재 중 이익이 어디를 향하느냐를 두고 양사 그룹 내 입지의 가늠자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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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LG화학과 LG엔솔 주가는 각기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 다음날 61만원까지 눌렸던 LG화학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8.36% 상승한 66만1000원에 마감했다. 반면 연기금을 필두로 기관 수급의 수혜를 누리던 LG엔솔 주가는 7.14% 하락해 47만4500원에 마감했다. 양사에 대한 시장의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뀐 모양새다. 

      현재 주가 흐름은 8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인베스터 데이'에서 밝힌 청사진에 대한 시장의 반응으로 풀이된다. 신 부회장은 LG화학의 배터리 소재 사업 매출액을 2030년까지 현재의 12배 수준인 21조원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신약과 친환경 소재 사업도 신성장 동력으로 제시했지만, 시장의 관심은 배터리 산업에 속하는 배터리 소재에 쏠려 있다. 빠른 시일 내 가장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업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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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화학의 이번 발표는 사실상 LG엔솔과 파이프라인을 공유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LG엔솔이 LG화학 성장의 핵심 근거라는 얘기다. 지난 1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현금 10조원을 확보한 LG엔솔은 본격적인 증설 경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2025년 기준 430GWh 규모 생산공장을 갖추는 게 목표다. LG엔솔의 수주잔고가 260조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LG화학은 수요처 확보 걱정 없이 배터리 소재 사업을 안정적으로 키워낼 수 있다.

      LG화학으로선 배터리 소재 사업에 사실상 재진출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2019년 배터리 사업 성장성이 주목받기 이전에도 소재 사업 전반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구조조정을 거친 전력이 있다. 지난 2020년 이후로 소재 사업 내재화에 다시 공을 기울여 온 만큼 관련 업계에서도 LG화학의 소재 사업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적다. 

      시장에선 배터리 소재 사업의 통상적인 설비투자(CAPEX) 규모가 배터리 셀보다 낮다는 점도 높게 사고 있다. LG엔솔처럼 분할 상장을 통해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 수혈에 나설 가능성이 작은 데다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도 덜한 탓이다. 기존 주력인 석유화학 사업에 비해 시장에서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에도 유리하다. 

      그런데 신 부회장이 제시한 배터리 소재 사업의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두고선 시기가 공교롭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권영수 LG엔솔 부회장은 간담회를 통해 마찬가지로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재료비 절감과 생산공장 스마트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 등을 근거로 내놨다. 

      LG엔솔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약 4.5%. 연간 기준 첫 흑자를 기록했지만 투자 부담이 막중한 때이고 리콜 등 일회성 비용도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배터리 업계를 포함한 시장 전반에서 내다보는 배터리 셀 사업의 중장기 수익성은 대체로 한자릿수 중후반에 불과하다. 

      이는 배터리 산업의 최종 수요처가 완성차 업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LG엔솔의 완성차 업체에 대한 수주 협상력이 모자회사의 수익성에 전제로 작용할 수 있다.

      테슬라를 좇아 전동화 전환에 나선 완성차 업체 상당수는 LG엔솔과 같은 배터리 공급 업체와의 협상력 강화에 분주한 상황이다. 전기차 역시 비용 절감이 최대 화두다. 완성차 업체가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절대적으로 성능이 뒤쳐지는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대안으로 삼으며 내재화 계획을 내놓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LG엔솔이 수주 시점에 얼마나 협상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마진 구조는 일찌감치 결정된다.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공급부족 우려가 해소될 경우 완성차 업체가 용인할 수 있는 셀 업체의 마진율이 박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LG화학으로부터 받게 될 소재 역시 비용 절감 대상에 포함된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의 부흥으로 일시적으로 완성차 업체와의 갑을 관계가 역전되기도 했지만, 완성차 업체로선 배터리사를 길들이려는 의지가 여전하다"라며 "LG엔솔이 수주 시점에 확보한 수익성 안에서 다시 LG화학과의 협상이 필요할 텐데 모자회사 간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그룹 내 양사의 위상 변화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시장에선 LG엔솔이 물적분할을 거쳐 상장하기까지 LG화학의 희생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 결과적으론 상장 후 자회사인 LG엔솔의 시가총액은 100조원을 넘기며 모회사의 두 배를 웃돌고 있다. 그룹 차원에선 권 부회장이 ㈜LG의 손자회사인 LG엔솔의 수장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모회사인 LG화학이 LG엔솔의 그늘에 가려진 희생양이 됐다는 주주 불만도 여전하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이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두 자릿수 수익성을 얘기했는데 LG엔솔과의 관계에서 묘한 기류가 엿보인다"라며 "LG그룹 관계자로부터 배터리 산업을 반도체와 비교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향후 수년간은 LG화학의 배터리 소재 물량이 LG엔솔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LG엔솔이 LG화학의 배터리 소재 사업에 수익성을 어느 정도 양보할 거란 시각도 있다. 물적분할 후 동시 상장에 대한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LG화학 주주의 허탈감을 그대로 두는 데 부담이 상당할 거란 이유다.  

      LG엔솔 역시 상장 직후 100조원 이상으로 치솟은 몸값에 대한 증명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배터리 산업이 제2의 반도체로 종종 회자되지만 최근 시장에선 배터리 산업의 내실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LG엔솔은 상장 직후 110조원대 몸값을 인정받으며 삼성전자에 이어 코스피 시총 2위에 올라섰다. 10일 종가 기준 94조원 규모인 SK하이닉스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데, 양사 지난해 실적을 비교하면 배터리 사업 가치가 너무 높게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LG엔솔 상장 직후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매출액 43조원, 영업이익 12조원을 올렸다고 실적을 발표했는데, LG엔솔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익이 각각 17조원, 7600억원이었다"라며 "수급 측면에서 반도체 기업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도 상당하다 보니, 배터리가 반도체보다 비쌀 수 있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매출액과 같은 외형 성장에 대한 우려는 없다시피 하다. 그러나 양사 모두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이 때문에 양사가 향후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보여줄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