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꺾인 증권사, 주주환원에 올인…하락장에선 '반짝' 효과 우려
입력 2022.02.14 07:00
    실적 둔화 전망에 증권사, 주주환원 정책 나서
    하락장에서는 주주환원 정책 효과도 일시적
    주가 부양 이어가려면 꾸준한 자사주 매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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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증권사들이 최근 증시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에 나서고 있다. 작년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달성한 만큼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주주환원 정책이 일회성에 그치거나,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갈 경우 주주환원 정책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증권사 실적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증권사들이 연초부터 '너도나도' 주주환원 정책에 나서고 있다. 긴축 정책과 금리 인상 우려에 증시가 주춤하며 거래대금이 감소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20조7000억원으로 2020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8일 향후 3년 동안의 주주환원 정책을 마련했다. 자사주 1000만주 매입(836억원), 자사주 2000만주 소각(1740억원), 현금배당 주당 300원(보통주 기준) 등 주주환원 정책을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한 당일 주가가 5.2%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3월에도 자사주 1000만주(823억원)를 소각시켰고, 지난 9월에는 101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계획을 밝혔다.

      키움증권은 지난 29일 3년 만에 자사주 50만주(440억원) 매입을 결정했고, 삼성증권은 지난해 보통주 1주당 2200원보다 72.7% 증가한 38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지난달 28일 공시했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3차례(3·6·11월)에 걸쳐 총 34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2017년 7월 이후 증권업 주가가 하락했지만, 메리츠증권은 차별화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자사주 매입으로 유통주식수가 감소해 주당순이익이 상승하기 때문에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아직 공시하진 않았지만, NH투자증권도 타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주주환원 정책을 내세우지 않겠냐는 분위기다.

      이처럼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이 가능한 이유로 작년 증권사들의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이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4474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4.4% 증가한 수준이자 국내 증권사가 기록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2.3%로 국내 증권사 최초로 20%를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1조2천889억원으로 전년 대비 69.4% 증가했다. 다만, 주주환원 정책 발표는 따로 없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3% 증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인 1조4858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1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NH투자증권은 전년 대비 67.2% 늘어난 1조3167억원, 삼성증권은 93.4% 증가한 1조3111억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섰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키움증권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9608억원을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은 전년 대비 14.6% 증가한 9489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1조원에 근접했다.

      다만, 증시가 주춤하는 상황은 여전히 증권사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상승장에서 브로커리지·트레이딩 실적이 늘어나는데, 최근 증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거래대금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 하락은 방어하더라도, 실적 전망은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증시가 전반적으로 빠지는 상황에서는 주주환원 정책의 영향이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많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3월부터 예상된 최소 3~4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국내 증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돼 주주환원 정책의 효과가 희석된다는 평이다.

      과거 키움증권이 2019년 6월 17일 자사주 50만주(406억원)을 매입 후 주가는 2거래일 연속 상승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전환해 8만원대에서 6만원대로 주저앉았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일본 수출 규제로 국내 증시가 불안정해지며 주식 거래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주환원 정책이 일회성에 그칠 경우 주가 부양 효과 또한 일회성에 그칠 거란 분석이다. 유안타증권은 2019년 8월 12일부터 30일까지 14거래일 연속으로 자사주를 장내 매수했다. 주가는 12일 2635원에서 9월에는 2800원대까지 올랐다. 이후 하락세를 띄며 11월 1일에는 2565원으로 자사주 매입하기 전보다 더 낮은 주가를 기록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에서도 나타났던 바와 같이 자사주 매입이 종료된 후에는 수급상의 이유로 주가가 다시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속성 있는 주가 부양을 위해서는 연속적인 자사주 매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