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1조 클럽' 5곳 이름 올렸지만…하락장에 트레이딩 손실 커졌다
입력 2022.02.14 07:00
    증권사 '1조 클럽', 다섯 곳으로 늘어
    다만 브로커리지·IB 감익 추세 뚜렷해
    일부 증권사 트레이딩 관련 손실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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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증시 호황에 증권사들의 사상 최대 실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영업이익 1조원을 의미하는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증권사가 1년 새 다섯 곳으로 늘어났다. 

      다만 증시 부진에 업황이 고점을 지났다는 징조는 뚜렷해지고 있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 IB(투자은행) 등 전부문에 걸쳐 감익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식이나 채권을 사고 팔아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트레이딩 부문 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선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다섯 곳이다. 2020년만 해도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든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 곳뿐이었다. 

      미래에셋증권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 규모인 1조48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33.01% 증가한 수치로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1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이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전년대비 67.2%, 93.4% 늘어난 1조3167억원, 1조3111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영업이익으로 전년도 대비 69.4% 늘어난 1조2889억원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4.76% 오른 1조2088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이다.

      다만 4분기 실적을 들여다보면, 증시 침체로 인한 실적 감소세가 선명하다. 거래대금이 줄며 브로커리지 수익이 둔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계절성 요인으로 IB수익도 떨어졌다. 게다가 하락장에 일부 증권사의 트레이딩 관련 손익은 적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횡보장에 거래대금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더해 계절성 요인(양도세 회피· Book closing)으로 증권사 실적에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수수료손익은 브로커리지 수익 감익 및 IB 수수료 감소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일 평균 거래대금은 약 20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직후였던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증권 수수료손익은 시장의 예상치를 하회하는 25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7.2% 낮은 수치로 IB수수료가 부진했다는 해석이다. NH투자증권 역시 전년 대비 24.2%, 직전분기 대비 33.2% 떨어진 284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금융지주의 브로커리지 및 IB관련 수수료를 합친 수수료손익은 2720억원(별도기준)으로 직전분기보다 17.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KB증권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4분기 예상 수수료손익은 2050억원으로 3분기보다 4.4%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증권사에선 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며 트레이딩 및 상품손익이 적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에 채권 금리가 급등하며 대부분 증권사에서 보유 중인 채권 평가이익이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12월 말 국고 1년, 3년 금리는 각각 1.35%, 1.8%로 전분기 대비 각각 25.9bp(bp=0.01%), 20.5bp 상승했다. 작년 11월과 올해 1분기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할 것이란 기대감이 10월 금리 상승에 영향을 주었고 미국의 테이퍼링 시점이 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다. 

      이에 10월 금리 급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증권사 채권 평가손익이 크게 악화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1월에는 금리가 하락하며 일정 수준 회복되었지만 확대된 변동성과 북 클로징을 앞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포지션 변경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4분기 NH증권의 트레이딩 및 상품손익은 증시 부진과 금리 상승을 반영하여 추정치를 크게 하회했다. 이에 별도기준 248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KB증권의 상품운용손익은 지난 3분기 53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금리상승으로 운용수익이 감소하며 4분기에는 312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금융지주의 4분기 트레이딩 처분 및 평가액은 적자 폭이 커졌다. 직전분기 140억원으로 집계된 손실 규모는 1790억원으로 확대됐다. 미래에셋증권의 트레이딩 처분 및 평가액은 전분기 대비 8분의 1 수준인 350억원 안팎에 그쳤다. 

      지난 3분기에는 비상장주식의 평가이익 등이 반영됐지만 더 이상 이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주식관련 자산 평가손실이 크게 발생하며 별도기준 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주식 환경에 따라 손익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도 존재하는 것이다.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 조기 상환 역시 감소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KB증권은 4분기 ELS 등 파생상품 조기상환 규모가 각각 4조6000억원과 1조원으로 전분기대비 각각 55.3%, 31.4% 감소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HSCEL 지수 급락 영향과 파생결합증권 발행 규모가 축소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당분간 거래대금 관련 모멘텀이 단기간에 회복되긴 어렵다는 점에서 해외 딜 및 구조화 금융 등 IB부문의 성장이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1월에 증시가 거듭 하락하면서 증권사 1월 실적도 부진할 전망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1월 거래대금이 12월보다 낮은 수준이며 채권금리 급등에 따라 채권평가손실이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1월 증권사 실적은 부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