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의 '아포스테라' 인수, 삼성전자의 유의미한 M&A일까
입력 2022.02.14 07:00
    취재노트
    하만, 전장 역량 강화 위한 獨 '아포스테라' M&A
    피인수 5년…전장 사업 시장 평가는 '그냥 부품사'
    그간 기대감 비해 맥 빠지는 결과…존재감도 '미미'
    '뉴삼성' 둔 투자자 기대감·갈증은 계속될 전망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 하만이 독일 AR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SW) 기업을 인수한다. 삼성전자가 예고했던 유의미한 인수합병(M&A)으로 볼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M&A를 예고한지 1년이 지났지만 시장 기대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투자 업게에선 어쩌다 삼성그룹이 M&A를 예고하는 지경에 이르렀느냔 우려가 심심찮게 나온다. 그러던 와중 하만이 아포스테라 인수를 발표했다. 아포스테라는 독일 AR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SW) 기업이다. 남아 있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도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도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지난 2017년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지 5년이 지났다. 당시 국내에선 주요 그룹 전장 사업 진출이 3세, 4세 경영인의 승부처로 조명됐다. 하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6000억원으로 인수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완성차 트렌드로 보나 그간 수주 실적으로 보나 성장성 자체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력인 반도체 사업부 실적과 수익성에 비교하기엔 궁색하다. 9조원 규모 투자금을 고려하면 5년간 하만의 성취가 무엇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영업이익이 많고 적고를 떠나 하만이 삼성전자와 어떤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전장 사업은 광활한 완성차 부품 산업의 '일부'로 취급받고 있다. 차량의 전동화 추세에서 성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산업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열쇠로 보긴 힘들다. 대체 가능한 주변부 사업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얘기다. 하만에 대한 세간의 냉정한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 같은 빅테크가 전기차를 얘기하고 현대차가 SW를 강조하는 건 스마트폰 이후 산업 주도권이 모빌리티에서 판가름 날 것이란 판단 때문"이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모빌리티 시대에서도 주력인 반도체에서 한 축을 담당하겠지만 하만은 마진율이 박한 부품사, 제조업체에 가깝기 때문에 삼성이 꼭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보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 전장 사업으로 뱃머리를 틀었던 LG그룹도 최근 SW를 중심으로 전략 변화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모빌리티 시장 최전선에서 가장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는 완성차 기업이 테슬라 식의 '전부 내재화' 의지를 다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완성차 기업 역시 SW 개발 역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LG그룹이 어느 정도 성취를 거둘지는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하만이 전장 역량 강화를 위해 아포스테라를 인수한다는 소식은 다소 맥 빠지는 감이 있다. 

      하만은 처음 인수했을 당시를 고점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감은 떨어졌다. 지난 수년 동안 삼성전자의 기업설명회(IR)에서 하만이 비중있게 다뤄진 적은 거의 없다. 분기 단위 실적 발표회에서도 언급은 없다시피 하다. 그런 하만이 재차 전장 역량 강화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꼭대기에 가 있는 투자자 눈높이에는 닿기 어렵다. 

      차라리 삼성전자가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자체 청사진을 내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삼성그룹도 내부적으로 중장기 전략에 대한 고민은 치열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1월 이재용 부회장은 미국 출장 일정을 마치고 '뉴삼성'을 예고했다. 그룹 전체로 보자면 하만 외에도 반도체와 배터리, 카메라 모듈까지 모빌리티 시장 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갖추고 있다. 시장에선 모빌리티가 뉴삼성의 한 축이 될 거라는 전망이 자주 거론된다. 모빌리티 시장이 향후 반도체 산업의 최대 응용처로 부상할 예정인 만큼 반도체 비전 2030 달성과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삼성그룹 내에서도 사업지원 TF를 중심으로 성과체계 변화 등 뉴삼성에 대한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 연말엔 사업구조 개편과 함께 수장 교체도 이뤄졌다. 잠잠하던 하만이 아포스테라 인수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변화를 증명하는 한 사례일 수 있다. 그러나 아포스테라 이후로도 삼성전자의 깜짝 발표에 대한 시장의 갈증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