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등급 강등이 신호탄?…돈 쓸 일 많은 유통업계 신용도 주목
입력 2022.02.24 07:00
    '온라인 대응 능력 키우자'…유통공룡 투자 가속화 행보
    외형 확장 위해 적자 감내…유통업계 재무부담 전반적 증가
    '채권 샀는데 등급 떨어질라'…채권시장선 불안한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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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채권 발행시장 '큰 손'인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유통업계 신용도 전반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전쟁에 후발주자로 나선 유통 공룡들이 적자를 감내하더라도 대규모 투자 집행 등 외형 확대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이에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돈 쓸 일 많은' 유통사들의 M&A(인수·합병) 영향에 따른 재무 안정성 및 차입 수준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신용도가 불안하던 롯데쇼핑(AA-)은 결국 등급 방어에 실패하며 우량등급 초입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잠정실적이 예상을 하회하면서 영업실적 불확실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게 컸다. 수익성 지표인 EBIT/총매출은 지난해 기준 1%로 2019년 대비 0.8% 하락했다. 수년간 수익성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시장에선 '떨어질 만했다'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롯데쇼핑은 작년 한샘(2995억원)에 이어 지난달 한국 미니스톱(3100억원)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너지를 낼 만한 M&A 행보가 예상된다. 이커머스 사업 확장에 공들이고 있어 인수합병 유인도 크다. 기존의 관행을 깨고 유통 총괄 대표에 외부인사가 영입되면서 시장에선 막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김상현 신임대표는 한국 P&G 대표를 역임한 인물로 롯데그룹이 유통 사령탑에 외부 인사를 앉힌 건 1979년 롯데쇼핑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에 현금흐름 개선을 통한 '실탄 마련'이 관건이란 분석이다. NICE신용평가는 최근 코멘트를 통해 "회사의 우수한 신용도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이전 수준의 이익창출력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용업계는 추가적인 자가점포 유동화, 리츠 상장, 투자지분 매각 등 보유자산을 활용해 롯데쇼핑이 재무 부담 관리 수준을 낮출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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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AA)는 ‘안정적’ 등급 전망을 갖고 있지만 외형 확장을 위해 공격적 투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무부담은 계속 커지는 중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이베이코리아(3조4000억원), 스타벅스코리아 잔여 지분(4700억원) 인수에 이어 올해는 계열사 신세계프라퍼티를 통해 미국 와이너리 '쉐이퍼빈야드(3000억원)'를 인수하기로 했다. 화성 테마파크 조성사업, 물류센터 구축도 진행 중이다.

      2021년 9월말 연결기준 이마트의 현금성자산은 2조8400억여원. 연간 1조4000억원에 이르는 EBITDA 대부분이 사업 확장에 투입될 것으로 보이고 거기에 서울 마곡동, 가양동 부지와 서울 성수동 본사 사옥 매각 등으로 현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투자 규모 만큼이나 총차입금도 8조원을 넘어서 부담스러운 수준임에는 틀림없다.

      재무 안정성을 중시하는 신용업계에선 이마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계열사 신세계프라퍼티가 IFC몰 본입찰에 참여한 것을 두고도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S&P는 조 단위 딜이었던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이마트의 신용등급(BBB-)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했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 전반적으로 투자가 커지고 있어서 투자 규모뿐 아니라 기존에 했던 투자와 시너지, 성과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한다"라며 "IFC 건은 (신용등급에 있어) 중요한 건이 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12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투자를 뒷받침할 자산 매각 여부가 중요하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 매각을 결정하면서 주요 자산인 부동산을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GS리테일(AA)은 등급 전망이 긍정적이거나 안정적으로 신용도 리스크가 있지는 않다. 주력 사업인 편의점 성장률이 정체를 보이는 가운데 '곳간이 넉넉한' GS홈쇼핑과 합병하면서 공격적 외형 확장에 나설 기반을 닦았다. 7000억원에 달했던 GS리테일의 순차입금(리스 부채 제외)은 2021년 9월말 970억원까지 줄었다.

      다만 올해 M&A 등을 통해 온라인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시너지 및 재무 안정성이 저하될 가능성은 중장기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반응이다. GS리테일은 요기요(8000억원)를 인수하고 메쉬코리아(500억원) 2대 주주로 올라서는 등 이전과 달리 거래 완주 의지가 큰 것으로 전해지지만 시너지 전략은 부재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GS리테일은 이제 인수를 막 시작한 상황이어서 긴 호흡으로 봐야 할 것 같다"라며"편의점 사업은 정체를 보이고 있어 인수 기업과의 시너지가 중요하다 보니 중기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도 이커머스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관련 투자가 늘면서 유통사들의 신용등급 방향성은 부정적으로 전망된다.

      NICE신용평가는 스페셜리포트에서 "유통기업들은 온라인 소비 증가, 높은 투자 부담이 지속되면서 영업 수익성 및 재무 안정성 관련 지표가 저하되는 추세"라며 "2022년에도 온라인 대응에 따른 투자 부담, 높은 경쟁 강도 등으로 실적 개선 폭은 제한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유통사들의 신용도 저하가 예견되면서 자금 조달 환경 역시 이전보다 팍팍해지고 있다. SSG닷컴,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 온라인 기반의 유통사들이 유통 투자자들의 관심을 독차지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투자 확장 전략을 지속 중인 전통적 유통사들은 운영, 투자, 차환 등 자금 소요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에 어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