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韓 금융시장
입력 2022.03.08 07:00
    Invest Column
    [외부기고][변곡점에 선 한국 경제 제 2편]
    금융긴축시대, 차입주체에 따라 위험도는 천차만별
    저금리시대의 신용데이터, 현 상황 잘 전망할지 의문
    韓 금융사, 건전성 유지할 자본여력 보유했는지 중요
    •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글로벌 금융완화의 종료를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2021년 중반부터 금리를 3차례 올려 기준금리는 코로나 이전인 1.25%에 도달했다.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 금리 변동을 정확히 반영하지는 않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금리를 7~9차례 정도 올린다면 지금 수준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동반 상승할 개연성은 상당히 높다.

      우리 경제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단기적으로 금리 인상이 금융회사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4대 금융지주는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수입 증가 등으로 2021년 15조원 이상의 순익을 벌어들였다. 금리 상승은 대출 위주의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회사들이 더 많은 이자 수입을 창출하는 여건을 조성했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코로나로 시름하고 있는 바닥 경기 상황에서 지속적인 금리 상승은 수 많은 가계 및 소상공인 차입주체들에게 대출 원금 및 이자 지급 고통을 더욱 가중 시킬 것이다. 이러한 한계차주의 증가는 결과적으로 연체 및 대손비용 증가로 금융회사에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관건은 금리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득보다 실이 커지게 되느냐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 금융회사들은 과거 금리사이클 및 고객의 재무상황 등을 토대로 정교한 신용 모형을 만들고자 하였으나, 현실적으로 과거 20년간 하락하기만 한 저금리시대의 신용데이터가 과연 금리가 상당 폭 오르는 앞으로의 상황을 잘 전망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수백년 전통의 대형 금융회사도 한 순간에 망하는 것을 지켜봤다. 제조업의 경우 시장 예측을 잘못하는 경우에도 재고가 남아 재무적 필요에 따라 할인 매출을 통해 생산비 일부라도 보전하고 기업은 생존을 영위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러나 금융회사는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대출원금에 미수 이자까지 전부 부실자산이 된다. 즉 대출원금과 미수 이자 모두 없어져 버리는 것처럼 금융 비즈니스는 위험이 높은 산업이다. 돈을 갚지 못하는 고객은 항상 소수 존재해 왔지만 이런 한계 고객이 10명중 1명 꼴로만 발생해도 금융회사의 자본적정성 비율은 크게 하락해 신규 자본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즉 금융회사는 영업 레버리지가 아주 크다. 우리는 1990년대말 외환위기와 2000년대 초 카드 사태시 대형 금융회사조차 순식간에 자본잠식으로 전락해 구제금융과 기업 매각의 운명에 처해졌던 것을 기억한다.

    • 한국은행에서 매분기 발표하는 가계신용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 10년 은행의 부채 증가율은 강력한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책으로 다소 완만히 증가해 왔다. 그러나 같은 기간동안 제2 금융권으로 통칭되는 신용협동조합, 금고 등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만연한 대출수요로 빠르게 가계대출을 늘려왔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코로나로 촉발된 언택트 시대 도래에 힘입어 금융산업에서도 비대면채널이 확대됐다. 인터넷 은행 등이 접근성 개선을 무기로 빠르게 신용잔액을 증가시켜 왔다. 금리상승이 기정사실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걱정은 이런 금융회사들이 금융산업에 요구되는 적절한 수준의 신용위험 관리능력과 부실자산 발생시 회수 및 상각 등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영업잉여와 적절한 자본여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일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시장금리와 위기 발생시마다 예상을 뛰어넘는 금융완화 및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우리나라 거의 모든 금융회사들은 지난 20여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연체율을 보여줬다.  그러나 금리상승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시점에서 금융산업의 실상을 분석해 보면 몇가지 우려할 사항이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저금리 지속 상황에서 대부분의 금융회사는 명목 경제성장율을 크게 상회하는 속도로 자산을 2배이상 늘렸는데 우리나라처럼 금융 침투성이 높고 충분히 성숙한 금융환경 하에서 이러한 속도 증가는 금융회사가 고객베이스를 신용도가 좀 더 낮은 고객으로 확장했을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대출잔액의 건전성을 안정하게 관리할 능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교한 신용평가 모델, 적절한 신용 데이터가 축적됐는지도 의문을 갖게 된다.

      지속적으로 하락해 온 시장금리는 한계차주의 원금 및 이자 상환능력에 여부와 상관없이 차주가 기존 대출금을 감당할 수 있도록 허락해줬다. 상환능력 및 영업을 통한 현금창출 능력 등을 정확히 예측해 이상징후를 감지해 사전에 걸러내는 조기 감지 여력을 제한시켰다. 즉 금리사이클과 경기사이클의 변화에 따라 가계 기업의 대응을 모니터할 기회를 많이 갖지 못했던 것이다.

      실제로 연체 여신이 발생하는 경우 비대면채널 위주의 여신제공기관들은 그 회수 및 관리가 대면채널 위주의 전통적인 금융회사보다 크게 미흡할 개연성이 높다. 즉 연체 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부실자산 관리 시스템의 불완전한 작동은 부실자산 문제의 확대와 궁극적으로는 자본적정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증폭시킬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비은행 금융회사들도 감독당국의 최소기준과 국제기준을 상회하는 10% 이상의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카드사태에서 보듯이 금융회사의 10% 수준의 자기자본 비율은 여신 고객 10명중 한 명꼴로 빚을 상환하지 않고 연체를 시작하면 큰 위협을 받는 수준이다. 그만큼 레버리지가 크고 위험이 높아 정밀한 위험 관리체계가 필요한 산업이다.

      낮은 가계 가처분 소득 증가율, 코로나 이후 벼랑으로 몰리는 소상공인 자영업,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급격히 악화되는 수출기업 및 밸류체인 중간에 위치한 많은 중견기업들의 사정을 고려해 보면, 앞으로 추가적으로 상승이 예상되는 시장금리 상황이 우리가 예상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대출 연체 및 채무불이행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져 보인다.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금융시스템 위험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할 것이다.

      (3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