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투자자 보호 기조에...거래소 예심 기준 완화 '공염불'될 듯
입력 2022.03.10 07:00
    흔들리는 주식 시장...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싸늘해진 공모주 시장 분위기...‘K-유니콘’ 실효성↓
    투자자 보호 기조로 바이오기업 심사도 '깐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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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국내 증시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K-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 상장을 위해 한국거래소가 내놨던 여러 제도들이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부분 시가총액 기준으로 상장 요건을 완화했지만 증시 침체가 이어지면 이를 맞추기 어려울 가능성이 큰 탓이다. 

      코오롱티슈진·신라젠의 상장 폐지 이슈와 맞물려 바이오기업들의 심사 역시 한층 깐깐해지고 있다. 거래소는 그간 시장평가 우수기업 등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유니콘 기업 유치에 힘써왔지만 달라진 증시 분위기가 반영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3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초 한국거래소가 유니콘 기업을 겨냥해 내놓은 각종 상장 완화 요건들이 앞으로는 비교적 깐깐하게 적용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장성이 밝은 유니콘 회사들을 대상으로 내놓은 완화 방안이 지금의 불안정해진 증시 상황에선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늘어난 까닭이다. 

      대표적인 제도로는 유니콘 요건과 시장평가 우수기업의 특례제도가 있다. 거래소는 지난해 3월 유가증권시장 사장의 유니콘 요건 중 시가총액 단독요건 1조원 이상을 신설했다. 또 코스닥시장에서는 시가총액이 5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기업에 한해 전문평가기관 한 곳에서만 A등급 이상을 받으면 코스닥 상장예심 청구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금번 제도로 매출과 수익성, 자본금 외에 기준 시가총액 1조원만 넘으면 경영성과 요건을 충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매출 1000억원 이상 및 기준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 자기자본 2000억원이상 및 기준 시가총액 6000억원 이상 등 시가총액 외에도 여러 조건들을 함께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가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는 가운데 성장성 기업의 밸류에이션(Valuation) 측정 역시 불확실성이 커지는 추세다. 특히 기준 시가총액 단독 요건을 준비하는 기업의 경우 만약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공모가를 낮추거나 공모물량을 조정해야한다면 아예 상장을 접어야할 가능성이 크다. 시가총액은 상장예정주식수에 공모가격을 곱한 값이다. 만약 수요예측 분위기가 저조해 공모물량을 줄이거나 공모가격을 낮추게 되면 자칫 시가총액 1조원 기준에 미달할 수 있다. 

      증시 침체기에 접어들면 공모가격이나 공모물량을 줄이는 기업이 많다는 의견이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모집 또는 매출할 증권수를 최대 20% 줄이거나 늘릴 수 있다. 이 범위까지는 신고서 효력 발생 기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최근 인공지능 관련 기업 모아데이터는 애초 계획보다 공모가를 17%가량 낮춘 바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시가총액 단독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의 경우 1조원을 크게 웃돈다면 공모가나 공모물량 조정에도 요건 충족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시가총액이 1조원을 간당간당하게 넘기는 기업들이다. 공모물량이나 공모가를 조정하게 되면 상장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마켓컬리, 원스토어, 쏘카 등 시가총액 요건으로 상장을 노리는 기업들은 최근 상장 과정이 늦어지고 있다. 마켓컬리는 상반기 상장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고, 원스토어 역시 예비심사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쏘카 역시 비교회사(Peer Group) 선정을 두고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한국거래소의 깐깐한 심사로 바이오기업 역시 지난해 신설된 특례제도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코오롱티슈진과 신라젠 등 바이오회사들이 상장폐지 심사를 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탓이다. 신라젠은 지난 2019년 미국에서 임상 중단 권고를 받으며 주가가 크게 하락했고, 임직원들이 사전에 지분을 대거 매각했다는 점이 알려지며 거래가 정지됐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꺾일 때는 시가총액이 얼마 되지 않는 코스닥 기업들의 경우 공모물량을 줄이거나 공모가격을 낮추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최소 분산요건이 충족이 되지 않는 사례도 간혹 나온다”라며 “시가총액 요건으로 상장할 경우 증시 등 외부 변수를 주의해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