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채무 6000조 시대…누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입력 2022.03.10 07:00
    Invest Column
    [외부기고][변곡점에 선 한국 경제 제 3편]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각 경제주체 부채 빠르게 늘어
    매년 100조 이상 추가 이자 부담, 정책대응 여력 상당히 제약될 것
    지금이라도 각 주체가 채무재조정 및 상환 나서야
    • 우리가 맞이할 금융긴축시대에는 금리상승 속도가 완만하다면 그 위험이 많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로 우리가 글로벌 금리상승에 주도적 역할을 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글로벌 금리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하는 입장이라면 동일한 금리 상승 여건에서 차입주체들이 과거 얼마나 빨리 부채를 증가시켜왔는지 그 속도와 부채의 수준에 따라 그 위험도는 천차만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먼저 효과적인 부채문제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부채 수준과 증가속도에 대한 정확하고 냉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 나라의 부채 규모 및 안정성을 평가할 때 가계, 기업, 정부를 종합해 평가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부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위기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건전한 주체가 그렇지 않은 부분을 보완 지원해 줌으로써 국가 경제 내 금융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또한 지난 1990년대말 아시아 금융위기 및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상황에서 건전한 가계와 정부의 급격한 부채증가를 기반으로 경제를 부양하고 정상화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부양 능력은 현재 모든 경제 주체의 부채수준을 볼 때 앞으로 정책대응 여력은 상당히 제약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중반 BIS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는 각 2100조원, 2200조원, 910조원 정도의 부채를 가지고 있어 대한민국 전체로 총 5200조원의 채무를 지고 있다. 5년 전인 2016년말 가계 1520조원, 기업 1640조원, 정부 650조원 등 총 3810조원과 비교하면 모든 경제주체가 매년 6~7% 수준의 부채증가를 수 년째, 아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경험하고 있다.

    • 국가별로 경제규모, 발전단계 및 신용질서의 확립 정도가 달라 나라별로 지속가능한 수준의 부채 규모를 일괄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가간 비교 편의를 위해 각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비율로 대략적인 부채 수준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부채 수준은 OECD 회원국 뿐만 아니라 대다수 개발도상국과 비교해도 우려할 만큼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2016년 가계, 기업, 정부의 부채는 GDP 대비 87%, 94%, 37%로 정부를 제외하곤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의 부채규모를 보인다. 이를 합산하면 GDP 대비 219%로 이미 독일(200% 이하) 등 주요 OECD 국가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이후에도 모든 경제 주체가 매년 상당한 수준의 부채가 증가하면서 2021년 GDP 대비 부채 규모의 합이 260%를 넘었다. 이는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영국의 280%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경제여건 개선을 위해 부채를 좀 더 늘릴 여유가 있을지 몰라도 기업과 가계의 부채수준은 이미 OECD 국가 중에서 손에 꼽을 만큼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코로나 등 예측하지 못한 경제 충격에 따른 재정확장과 금융완화로 거의 모든 나라가 정책적 대응을 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가계와 기업은 고통스러운 부채 재조정 및 상환 노력을 해 온 것이 우리나라 상황과 크게 달랐다.

      지난 50년간 전 세계에서 과도한 수준의 부채증가로 인한 금융위기는 대략 15차례 정도 발생했다. 우리도 경험한 아시아 금융위기, 남미의 외채 문제 및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다. 과도한 채무 자체가 개별국가의 경제시스템과 결합에 자체적으로 위기를 유발하기도 했고 몇몇 경우는 부채가 증가한 상황에서 미국 등 선진국의 금리 긴축 영향을 받아 금융위기가 촉발되기도 했다. 어떤 사유로 금융위기가 발생됐든지 과도한 채무로 위기에 빠진 경제는 예외 없이 대략 다음의 3가지 방법으로 해결해 왔다.

      경제주체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최소화하는 바람직한 방법은 경제성장률의 제고를 통해 부채 문제를 해결해 나간 경우이다. 과도한 빚을 진 경제라도 수년간 높은 수준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부채의 실질가치의 하락과 고속 성장의 과실로 축적된 부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 대부분 금융위기 이후 해당국 통화의 화폐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되는데 이경우 수출경쟁력의 급격한 회복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경제성장률이 치솟아 부채의 실질가치를 희석하게 되고 또한 경제성장을 통해 창출된 잉여로 실질가치가 줄어든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

      다음의 방법은 인플레이션이다. 이것은 특별한 노력없이 부채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 그런데 경제주체 내에 이득을 보는 계층과 피해를 보는 계층이 명확히 구분돼 방법의 정당성에 의문을 품게 된다. 실물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과도한 차입주체들은 인플레이션을 통해 자산가격의 상승과 부채 실질가치의 감소로 부채 부담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다. 반면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임금노동자 같은 경제주체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의해 생활 수준의 하락 및 부채상환 능력 감소로 지속적인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는 앞서 언급한 두 방법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 모든 경제주체들이 장기간 고통스럽겠지만 허리띠를 졸라 매고 기존 채무를 갚아나가는 방법이었다. 재정 및 금융 긴축기간 동안 경제성장률 하락, 그로 인한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최소한 경제문제에 있어서 기적 같은 해결책이 나타난 적은 별로 없는 듯 하다. 우리는 과도한 부채 증가의 끝자락에 서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현재까지 빠르게 증가하는 부채를 유지하게 도와줬던 글로벌 저금리 및 금융완화의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가계, 기업, 정부 모두 각 경제주체가 할 수 있는 채무재조정 및 상환에 나서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진원지였던 미국의 금융회사들은, 물론 정부의 자본을 통해 구제 됐다. 그러나 주지할 사실은 정부 자본에 의존한 비우량 금융회사도, 독자 생존을 한 우량 금융회사도 계속해서 자산을 줄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4~5년 후인 2013년 정도가 돼서야 미국 금융산업의 자산은 증가세로 반전하게 된다. 매우 혹독한 자산축소 및 채무 재조정을 정부의 자금지원 하에서 수행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돌이켜보면, 광풍 같았던 카드사태에서도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중복계좌 등 한계고객의 한도를 줄이며 위험에 대비했던 회사들은 고통스러웠지만 살아 남았다. 

      미국 금리가 7~9차례 정도 오르면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가 급해지지 않는다고 해도, 대출금리는 현 수준에서 2%포인트 내외 올라갈 수 있다. 우리나라 가계, 기업, 정부의 5000조원이 넘는 채무에 단순적용해도 매년 100조원 이상의 추가 이자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누가, 어느 세대가, 어떻게 나날이 불어날 부채 부담을 짊어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 해봐야 할 시점이고 그 잠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행동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물론 인기를 얻기 힘든 길이다. 하지만 마냥 기다린다고 그 고통이 줄어들지는 않고, 오히려 더 커질 뿐이다. 지금이 행동하기에 가장 빠른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