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권 앞두고 중대재해법 유명무실화?...커지는 실효성 의문도 부담
입력 2022.03.15 07:00
    윤 당선인, 후보 시절 중대재해법 관련 발언 다수
    실효성 측면에서 규제 완화 가능성 암시
    다만 참고 판례 나올 때까지 예측은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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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논란을 빚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새 정권 시작을 앞두고 또 다른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그간 강력한 규제 내용에도 안전성 강화라는 실질적인 목표와 다소 괴리가 있다는 의견을 받아왔는데, 새 정부 들어 기준이 완화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중대재해법으로 기소된 사례도 없는 상황에서 법 시행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시기상조란 평이다. 해당 법 자체가 참고할 만한 판례가 없는 만큼 섣부른 추측은 지양해야한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자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윤 당선인의 그간 발언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윤 당선인은 중대재해법과 직접 연관이 있는 공약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유세 기간 여러 차례 규제 완화 기조를 내포한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올해 1월 윤 당시 국민의힘 후보는 경남 창원에서 열린 한 기업간담회에서 “(중대재해와 관련) 예방에 치중하되 기업들이 의욕을 잃지 않도록 관련 시행령을 다듬어 합리적으로 집행되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작년 말 한 간담회에서는 중대재해법을 두고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큰 틀엔 동의하면서도 중대재해법의 비합리적인 부분은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간 이어진 중대재해법의 실효성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의견이다. 대표이사(CEO) 처벌이라는 강력한 규제에 기업들이 저마다 ‘처벌 피하기’에 급급한 탓에 사망 등 사건·사고 감소라는 실질적인 목적이 가려진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형 건설사나 제조기업들은 최고안전책임자(CSO), 최고위험관리자(CRO) 등을 따로 뒀고, 몇몇 오너들은 중대재해법 시행 전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를 두고 산업재해 관련 책임을 기존 대표이사가 피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논란이 적지 않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처벌을 받을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구분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나 로펌에서는 두 번째 항목을 근거로 들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을 CSO나 CRO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작년 말부터 중대재해법 시행 직전까지 ‘공사기간 중단’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건설사들도 적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중대재해법 적용 ‘1호 건설사’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 아예 공사현장 자체를 셧다운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법 규정대로만 따지면 CEO 입장에서는 사고가 한번 발생할 경우 최장 30년까지도 징역을 살 수 있는 문제”라며 “안전보장보다도 ‘일단 구속은 면하고 보자’라는 기조가 강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중대재해법 시행이 아직 극 초기단계인 만큼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한 윤 당선인 역시 산업재해 예방이나 근로자 안전 등 기본적인 중대재해법 취지에 동의한 바 있다. 새 정권이 들어선다고 하여 법 시행 자체의 방향이 달라지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한 대형 법무법인 중대재해 담당 변호사는 “(정권 교체에 따른 분위기와 관련) 중대재해법은 고용노동부가 1차 수사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순 있겠다”라면서도 “아직 기소도 안 된 상황이고 1심 결과라도 나오기 위해서는 최소 하반기까진 기다려봐야 한다. 대표이사 입건까진 가겠지만 그 이후의 일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