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우산 아래 자리 펴는 두산그룹 반도체
입력 2022.03.15 07:00
    두산·테스나 모두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
    동박적층판 공급에 후공정 테스트까지
    반도체 밸류체인 강화 나서
    단기간의 추가 M&A는 없을 거란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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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두산은 테스나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로서 입지를 굳히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안정적인 거래를 통해 향후 반도체 밸류체인을 강화할 거란 분석이다.

      지난 8일, 두산은 국내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인 테스나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산이 에이아이트리가 보유 중인 주식 전량을 4600억원에 인수하는 방식이다. 에이아이트리는 테스나의 지분 38.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두산은 테스나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 입지를 다지겠다는 목표다. 

      두산전자는 현재 1차 협력사로서 삼성전자와 관계를 맺고 있다. 두산전자는 인쇄회로용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는 (주)두산의 자체사업부다. 동박적층판은 모든 전자제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며, 두산전자는 반도체·스마트폰·통신장비용 동박적층판을 공급하고 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와의 거래가 안정적이며 수익성이 좋다는 평이다. 

      두산전자의 지난 3분기 기준 매출액은 6838억원으로 그룹 전체 사업 매출의 4.95%를, 영업이익은 939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11.3%를 차지하는 알짜 사업부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이 산업차량과 모트롤을 매각한 후 두산 자체사업의 영업이익에서 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69%로 압도적으로 높아졌다"며 "자체사업은 전자사업만 남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며, 사업부 매각 효과가 완전히 제거되는 2023년에는 자체사업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테스나 또한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다. 테스나는 매출 기준으로 웨이퍼 단에서 이뤄지는 웨이퍼 테스트가 92.5%, 칩 패키징 완료 후 출하 전 이뤄지는 패키징 테스트가 7.5%를 차지하고 있다. 웨이퍼 테스트 분야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로 알려졌다. 테스트 주요 제품은 고객사의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카메라 이미지 센서(CIS), 무선 통신칩(RF)이다. 사실상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과 시스템 반도체 사업부의 매출에 따라 매출액이 좌우된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삼성 물량을 많이 받는 후공정 업체의 수혜가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김찬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 증가에 따라 AP, RF, CIS 등의 비메모리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전략이 수익성 확보에서 점유율 확대로 전환됨에 따라 수혜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테스나 인수 역시 두산이 삼성전자와의 거래를 통해 반도체 사업을 견고히 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의 에너지·산업기계 등 기존 사업은 경기나 정책에 민감한데, 반도체는 이와 상관없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최근 파운드리 시장 확대와 함께 국내 시스템 반도체 부문 투자 확대 및 후공정 외주 증가 추세로 시장 잠재력도 높다"고 말했다.

      다만 테스나가 현금창출 능력은 뛰어나지만, 후공정 테스트만으로는 사업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두산이 제시한 목표처럼 반도체 후공정 전문회사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확보하는 등 밸류체인의 추가 확장이 필요하다.

      두산은 가까운 시일 내 추가적인 M&A는 없다는 입장이다. 두산이 채권단 관리체제를 갓 졸업한 상황에서 연이은 M&A는 그룹 차원에서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두산이 2년간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구조조정 직전 328%인 부채비율이 지난 3분기 238.4%까지 떨어졌다. 부채비율이 낮아졌지만, 내부에서는 안심할 단계라기보다는 발등의 불을 끈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아직 안정권이 아니니 M&A를 공격적으로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채비율은 통상 200%를 우량한 수준으로 본다.

      한 두산 관계자는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주요 계열사를 많이 매각했는데, 이를 만회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무리하게 M&A를 진행하는 걸 경계하고 있다"며 "지난해 두산이 흑자전환한 만큼 우선은 '총알'을 더 모으겠다는 게 목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