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금융지주 이사 선임안 '무더기 반대'…작년처럼 '맹탕' 가능성
입력 2022.03.17 07:00
    ISS, 4대 금융지주 이사 후보들 신규·재선임 대거 반대표
    금융사 수장들 사법리스크 견제 못한 것에 대한 과실 물어
    다만 경영진에 우호적 지분 상당한 까닭에 무난한 통과 점쳐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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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다음주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선임 안건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에서 금융지주들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대부분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ISS의 반대에도 금융지주들의 이사 선임 안건이 무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시선이 많은 상황이다. ISS가 이사 선임에 반대하고 나선 건 최근 2년간 자주 있었지만, 대부분 무난히 주총을 통과한 까닭이다. 경영에 대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ISS의 의견은 적어도 금융지주 이사 선임엔 '참고' 역할만 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16일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4대 금융지주 주주총회 안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ISS는 신한·하나·우리금융에서 추천한 이사 후보들의 신규·재선임 안건 중 80% 가량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이사회 멤버로 추천된 10명 중 8명에 대해서 줄줄이 거부한 셈이다. ISS는 작년에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대표적으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함 내정자의 채용 비리와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사태로 인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취소 소송 1심 등이 근거다. 함 후보자는 지난 2020년 DLF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았다. 문책경고 같은 금감원의 중징계를 받으면 3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다만 현재 가처분 신청을 통해 중징계 효력이 정리된 상황인만큼 임명안은 강행될 것으로 보인다. 

      ISS는 같은 이유로 허윤, 이정원, 양동훈 사외이사 후보의 선임안에도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권고했다. 이들은 하나금융 임원추천위원회 위원들로 사법리스크가 있는 함 내정자를 지명한 것에 대한 책임과 감독에 대한 과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와 신한금융 이사진 선임안에도 무더기로 반대 의견을 냈다. DLF 사태로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은 손태승 회장과 채용비리에 연루된 조용병 회장의 과거 사법리스크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손 회장과 조 회장이 각각 DLF 중징계 취소소송 1심 승소와 채용비리 항소심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이사들의 책임까지 면제되는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에 ISS는 우리금융 비상임이사로 추천된 이원덕 우리은행 내정자와 사외이사 후보로 재추천된 노성태, 박상용, 정찬형, 장동우 선임 안건에 반대했다. 신한금융 기존 사외이사인 박안순, 변양호, 성재호, 윤재원, 이윤재, 진현덕, 허용학 등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다.

      다만 금융권에선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ISS의 반대에도 주총 안건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ISS가 DLF·라임 등의 사태로 금융지주 이사진 선임 안건에 2020년부터 연거푸 반대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ISS 반대와 무관하게 논란이 일었던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 안건을 포함해 임기만료된 사외이사 대부분이 재선임됐다. 금융지주들이 제시한 안건은 사실상 모두 수용됐다.

      경영진에 우호적인 지분을 확보한 영향이 컸다. 금융지주들은 해외투자자 비중이 높지만 경영진에 협조적인 투자자도 상당하다. 게다가 재작년부터 금융지주들은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당국과 날을 세우는 일이 많아지면서 백기사 확보에 더욱 힘썼다는 평가다. 징계 절차뿐 아니라 주주총회에서도 이들의 연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의 경우 현재 과점주주인 푸본생명, IMM프라이빗에쿼티,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등(20.2%)은 작년에 손 회장 연임에 찬성표를 던진 주주들이다. 예금보험공사도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지분을 매각하면서 현재 우리금융 노동조합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상황이다. 노조가 경영진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손 회장 측에는 긍정적이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도 30%로 비교적 적어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무사히 통과될 것으로 점쳐진다. 

      신한금융지주는 재작년부터 우군을 대폭 늘리고 있다. 올해는 KT와 상호 주식 교환을 통해 우호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KT는 신한금융 지분 2.1%(9000억원 규모)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조용병 회장이 취임할 당시만해도 유의미한 지분을 확보한 주주는 국민연금과 블랙록 정도였지만 사모펀드인 어피너티, 베어링PEA, IMM PE가 각각 4% 수준의 신한금융지분을 보유하면서 우호적 주주들이 크게 늘었다는 평가다. 

      이에 ISS의 반대 권고가 함 내정자의 선임에 큰 변수로 작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채용비리 혐의를 받았지만 우호 지분 찬성표를 얻어 연임에 성공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8년 하나금융 지분 1.41%를 취득하는 등 전략적 업무제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ISS가 재판 결과와 별개로 기소사실만을 근거로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있어 다소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채용비리와 관련한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