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IPO 이후 먼 길 돌아온 반도체株…제자리 찾아간 SK하이닉스
입력 2022.03.22 07:00
    FOMC 금리 인상 직후 SK하이닉스 '시총 2위' 탈환
    LG엔솔·SK하이닉스 몸값…메모리-배터리 가치 상징
    "제 자리 찾아갔다" 평…반도체株 긍정적 시각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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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가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상장 이후 처음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되찾았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지난 연말 회복세를 보인 것을 생각하면 먼 길 돌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평이다. 증시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어 당분간은 반도체, 특히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감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을 현실화하자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짠 것처럼 급반등을 보였다. 이날 반도체지수는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을 확인한 뒤 마감 직전 꼬리를 말아올리며 전일보다 5.03% 오른 3340.1포인트에 마감했다. 국내 시간으로는 17일 새벽. SK하이닉스는 개장 전부터 LG엔솔 추월과 시총 2위 탈환을 준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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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보다 6.43% 오른 12만400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90조2723억원으로 30거래일 만에 LG엔솔을 따돌렸다. 18일 들어 LG엔솔 주가가 시장 수익률 이상의 상승세를 보이고, SK하이닉스가 약보합세를 나타내며 양사 시총 차이는 약 1조원 아래로 줄어들었지만, 전일 바뀐 순위는 유지되고 있다 

      상장사 간 시가총액 차이로 순위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메모리의 SK하이닉스와 배터리의 LG엔솔 중 누가 2등 자리를 차지하느냐는 올 들어 시장에서 심심찮게 오르내린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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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연말 외국계 증권사에서부터 올해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시각에 변화가 감지됐다. 작년 메모리 시장에 '겨울이 온다'라고 경고했던 모건스탠리가 유일하게 보수적인 전망을 고수한 반면 CLSA나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주요 외국계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수 의견과 함께 SK하이닉스 목표가를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올 들어 D램과 낸드 모두 현물가가 계약가를 앞지르자 이 같은 기대감에도 힘이 실렸다. 

      정작 SK하이닉스 주가는 LG엔솔이 코스피에 입성한 1월 27일 연저점을 기록했다. LG엔솔이 신규 상장을 전후해 시장 자금을 빨아들이며 대형주가 방을 빼주는 형국이었다. 이후로 SK하이닉스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대형 공모주가 시장 수급을 왜곡해 반도체 투자자가 피해를 본다는 인상을 깊게 남겼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 상황이 좋을 때에도 대형 공모주가 수급 왜곡의 주범으로 몰리는 분위기였는데, 상장 이후 LG엔솔은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었다"라며 "LG엔솔의 각종 지수 편입 이벤트가 2월까지 지속될 예정이었던 만큼 피로감도 컸던 터라 반도체주를 포함한 시장 전반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시각도 많았다"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최근 LG엔솔 주가에 공매도 자금이 몰리며 하락한 것과 SK하이닉스가 급반등한 것을 두고 각자 제 자리를 찾아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배터리 가치가 메모리보다 비싼 것에 동의하지 않는 측에서 그런 반응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LG엔솔 상장 다음날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했다. 당시 시장에선 SK하이닉스와 LG엔솔의 연간 영업이익을 비교하며 배터리 가치가 과대평가받고 있다는 성토가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1월에 비해 배터리 사업 가치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는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이 반도체처럼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쪽으로 시장 의견이 수렴하는 추세"라며 "이 때문에 현재 투자유치를 진행 중인 SK온에 대한 눈높이도 덩달아 변화하고 있다. 대규모 배터리 공급사 선정에 대안이 많지 않다는 점을 제외하고 이익만 놓고 본다면 어느 정도 거품을 걷어낼 때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라고 말했다. 

      양사가 코스피 시장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외부 환경의 영향에서 자유롭기 어렵겠지만, SK하이닉스에 대해선 긍정적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급등, 공급망 붕괴 우려는 당분간 국내 증시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과 배터리 산업 모두 러시아로부터의 원자재 수급에 영향을 받는 만큼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기적으로는 금리 인상기에도 꾸준한 실적 개선을 이어갈 수 있는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낸드 현물가격이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다 D램 가격 회복 시점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보다 영업 레버리지가 높은 SK하이닉스 주가에 긍정적 의견이 몰리고 있다"라며 "금리 인상 속도나 전쟁 리스크 등 악재를 시장이 충분히 확인할 경우 올해 SK하이닉스 주가는 지속적으로 좋을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