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기 맞은 4대그룹…어수선한 '삼성·현대차' 격랑 대비해야 하는 'SK·LG'
입력 2022.03.24 07:00
    혁신사업 대거 진출한 4대그룹…제조업 기반 '탈피'
    반도체·배터리 주도권 쥐었지만 갈길 먼 SW·IT 역량
    삼성 파운드리·현대차 모빌리티 경쟁도 갈수록 빡빡
    SK 파이낸셜 스토리도 '위태'…청사진 제시 필요한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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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팬데믹 3년 차를 맞아 글로벌 시장은 더 급변하고 있다. 금리 인상에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 우려까지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외부 변수는 폭등 중이다. 수년간 시장 트렌드 따라잡기에 분주했던 4대 그룹 안팎에서도 잡음이 감지된다. 삼성과 현대차는 1분기부터 내홍을 치렀고, SK와 LG도 올 한해 격랑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지난 3년간 4대 그룹은 각기 비전을 내놓으며 사업 확장성과 주도권 확보에 열을 올렸다.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자율주행 모빌리티까지 시장 유행을 총망라해 신사업에 반영했다. '뉴삼성'부터 '파이낸셜 스토리'까지 명칭은 제가끔이지만 큰 틀에서 방향성은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SW)와 IT 역량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현실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제조업 외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진 못하고 있다. 인력 구조의 무게중심이 개발자로 옮겨가는 가운데 전통 사업 비중이 높은 4대 그룹의 한계도 거론된다. 지배구조와 조직 문화가 신사업 혁신을 담아내기에 마땅한 그릇이 아니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리더십 불안과 지배구조·사업 재편 리스크 및 중장기 청사진 부재까지 그룹마다 과제도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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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연초부터 잡음이 잇따르며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사업은 글로벌 산업 혁신을 주도하는 핵심으로 통한다. 그룹 맏형 격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모두 글로벌 수위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경쟁사 대비 월등한 혁신 역량을 갖췄다고 보기는 힘들다. 올 들어 불안 요소가 하나 둘 드러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불거진 삼성전자의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사태는 삼성의 기술력 우려로 번지고 있다. 로직 반도체 설계와 공정 실력이 생태계 최전선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부상했다는 시각이다. 애플이나 TSMC와 경쟁해야 하는 만큼 새 리더십이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도체 외 그룹 계열 사업 전체를 반영할 수 있는 '뉴삼성'에 대한 시장의 갈증도 상당하다.

      M&A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삼성그룹이 과거와 같은 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늘어났다. 최근 GOS 사태가 불을 댕기는 모양새"라며 "메타버스와 AI, 로봇 등 예고된 신사업도 구심점이 보이지 않고 있고 모빌리티 부문 전략도 빈약해서 미래전략실 부재의 한계라는 평까지 거론된다"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그룹사 중에선 유일하게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높였지만, 경쟁은 갈수록 빡빡해지고 있다.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한 계열 사업 상당 부분이 좌초 자산으로 치부되며 어느 때보다  유연한 대처가 시급한데,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정책 리스크 등 각처에서 불확실성이 치솟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수장에 오른 뒤 그룹 행보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상속·승계 등 지배구조 문제는 여전히 복잡하다. 시장에서도 사업 논리로만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연초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실패로 돌아가며 계획 일부는 틀어졌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보유 지분 활용처 등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지만 대주주의 사익 편취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팽배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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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적 잠잠했던 SK그룹과 LG그룹도 올 한해 겪어야 할 파고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SK그룹의 경우 국내에선 가장 발 빠르게 기업 색채를 바꿔온 편이다. 정점에 있는 SK㈜는 2025년까지 그룹사 전방위 M&A를 통해 시가총액 140조원 규모 투자형 지주회사로 변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지난해만 해도 트렌드 세터란 평가를 받았지만, 파이낸셜 스토리의 근간을 이루는 중복상장에 대한 투자자 여론은 1년 만에 뒤바뀌었다. 연거푸 발표한 계획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거란 지적과 함께 가파르게 늘어난 M&A 거래가 복병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SK그룹은 4대 그룹 중 작년에 가장 많은 인수합병(20건)을 진행했다. 계열사 전반이 앞다퉈 파이낸셜 스토리와 예상 시총을 제시하면서 목표 달성을 위한 거래가 경쟁적 양상을 띠었고, 계열 간 잡음이 불거지기도 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M&A를 공격적으로 해오면서 좋은 평가를 끌어냈지만, 관리 문제가 덩달아 불거질 수밖에 없다.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 시장이 급변하고 있어서 더욱 그럴 것"이라며 "파이낸셜 스토리의 경우 규제 윤곽이 드러나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 테지만 이미 시장에선 재검토 필요성이 언급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SK온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와 기업공개(IPO)도 어려워졌단 시각이 늘었다. SK온의 상장은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신사업 재원으로 꼽히는 편이다. 상장할 경우 그룹 덩치에 미칠 영향이 절대적이라 파이낸셜 스토리의 핵심 거래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쟁사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시장 침체 직전 막차를 탔다는 분위기다. 수개월 만에 배터리 사업 가치에 대한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LG그룹은 연초 LG엔솔을 상장시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룹 전체로 봐선 시장 안팎의 기대감에 비해 신사업 청사진이 비교적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엔솔은 상장하자마자 코스피 2위로 도약했지만 두 달여 만에 시총 30조원이 증발하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상장 이후 배터리와 반도체 사업을 직접 비교하는 시각도 부쩍 늘었다. 그룹 대장주 지위에 오른 LG엔솔은 금리 인상과 함께 공급망 불안, 원자재 가격 급등이 지속될 예정인 가운데 모회사 LG화학과 동일 사업에서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야 한다.

      그룹의 배터리 사업과 전장 사업이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지난해 모바일(MC) 사업부를 매각하고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파워트레인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 올 들어 태양광 사업과 헬스케어 로봇 등 부진한 사업의 청산도 이어지고 있다. 

      LG그룹이 뱃머리를 자동차 전장으로 틀었다는 시각이 많지만, 모빌리티 시장 주도권을 쥘 만한 행보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전장과 배터리 사업을 매개로 SW 기반 데이터 사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되지만 구체적인 청사진은 공유된 바 없다. 

      M&A 담당 한 변호사는 "LG그룹에서도 애플카의 폭스콘 모델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됐지만, 내부적으로는 SW 사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방향이 잡힌 것 같다"라며 "그러나 시장에 공식적으로 드러낼 만한 밑그림이 마련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LG CNS를 중심으로 AI 등 신기술 역량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는 작년 5월 3년간 '초거대 AI' 인프라 확보와 개발에 1억달러(1140억원) 이상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가전을 활용한 사물인터넷(IoT)이나 전장 SW에서 시너지 기대도 있지만, 관련 역량을 입증하진 못하고 있다. 국내에선 직접 전기차와 로봇을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이 데이터 기반 AI 사업에 가장 유리할 거란 전망도 나오는데, 글로벌 경쟁력은 4대 그룹이 대동소이하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