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동맹설 두고 삼성-LG '동상이몽'…"더 절실한 쪽은 상대방"
입력 2022.04.04 07:00
    LGD "삼전, 프리미엄 TV 점유율 떨어져"
    삼전 "LGD, OLED 패널 출하량 목표치 달성 필요해"
    OLED TV 포지셔닝에도 의견 차이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작년부터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와 OLED 패널 공급 계약을 맺을 거란 동맹설이 꾸준히 나왔다. 양사 모두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그러나 '동맹이 더 절실한 쪽은 상대방'라는 입장 차이가 크다보니 동맹이 이뤄지려면 두 회사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동맹설을 두고 업계에서는 양사의 협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사용한 TV를 곧 출시한다는 전망이 있다. 반면 '협상 불발 위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양사 모두 동맹 가능성을 열어두기는 했지만, 공식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고 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23일 주주총회에서 "조건이 맞고 상호 윈윈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 기자간담회에서 "올레드 패널 구매는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구체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 건, 양사 모두 동맹이 더 절실한 쪽은 상대라는 입장 차이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더 급한 상황일 거라고 보고 있다. QLED(QD-LCD) TV를 앞세운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TV 라인에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500달러 이상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2019년 48.8%에서 2021년 38.1%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LG전자는 19.3%에서 25.0%로 늘어났다.

      OLED TV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시장 진출을 서둘러야 할 거란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OLED TV 매출은 137억6296만달러(약 16조7100억원)로 작년보다 9.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QD-LCD TV는 지난해보다 3.1% 감소한 176억7674만달러(약 21조4700억원)로 예상된다. QD-LCD TV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하는 것은 이 제품이 출시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1500달러 이상 패널별 출하량도 OLED는 2019년 25.7%에서 2021년 36.5%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LCD는 74.3%에서 63.5%로 줄어들었다. 2025년에는 OLED 출하량 비중이 LCD 비중을 앞지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북미 지역에서 삼성디스플레이 QD-OLED 패널을 채택한 55인치, 65인치 4K OLED TV 사전 주문을 시작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사실상 첫 OLED TV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8.5세대 QD-OLED 생산 라인에서 생산 가능한 최대 수량은 약 130만대 수준에 불과하다"며 "연간 40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전 세계 1위 TV 업체인 삼성전자가 연간 100만대가량을 공급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신규 TV 라인업이라고 보기에는 역부족"이라 밝혔다.

    • 디스플레이 동맹설 두고 삼성-LG '동상이몽'…"더 절실한 쪽은 상대방" 이미지 크게보기

      반면,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가 더 절실한 상황으로 바라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연간 OLED TV 패널 출하량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삼성전자를 신규 고객사로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TV 패널 출하량을 지난해 745만대에서 올해 1000만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전 세계 TV 생산업체 대부분과 거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란 입장이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세가지 이유를 들어 두 회사의 협상이 낙관적이지 않다고 전망했는데 특히 글로벌 TV 패널 시장의 수급을 두고 "글로벌 TV 패널 시장의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며, 패널 업체들의 판매 계획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이는 삼성전자 세트 사업부가 (LG디스플레이의) 패널 구매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라며 말했다.

      '프리미엄 TV=OLED TV'라는 공식을 두고도 양사는 의견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OLED TV가 유일한 프리미엄 TV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점유율은 떨어졌지만, 삼성전자가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TV 없이도 오랜 기간 1위 자리를 유지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사 미국 공식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55인치 4K TV를 높은 가격순으로 볼 경우, 첫 번째와 세 번째는 QLED TV며, 두 번째가 OLED TV다"며 "가격대가 비슷하기 때문에 QLED·OLED는 소비자 선택의 문제일 뿐 무엇이 더 뛰어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에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셋 중 가장 비싼 QLED TV는 아웃도어 TV라 가정용 TV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며 "이를 제외한다면 OLED TV 가격이 제일 높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55인치 4K TV 중 QD-OLED TV 평균판매단가(ASP)는 2199달러로 QLED TV(1059달러)·네오 QLED TV(1200달러)보다 높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협력설에 가타부타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양사가 각사의 시장 판단·OLED TV 포지셔닝 등 의견 차이가 있어 이를 좁히는 게 급선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