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고평가 · 구주매출 비중 논란...SK 자회사 상장 ‘쉽지 않네’
입력 2022.04.08 07:00
    쪼개기 상장·구주매출 비중 등 부담요인 산적
    업계 1위 에스원보다 시총 높게 제시한 SK쉴더스
    PSR 적용 원스토어, 순익 60억에 목표 시총 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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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SK스퀘어가 그간 밀렸던 자회사 상장을 밀어내듯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다. 주식 시장 자체가 위축되면서 예년과 달리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는 데다 주주들 사이에서 ‘쪼개기 상장’ 논란도 불거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원스토어와 SK쉴더스는 같은 날 나란히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 준비에 들어섰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두 회사의 상장이 예고되어 있었지만 자회사 두 곳이 같은 날짜에 신고서를 내면서 시장의 의아함을 자아냈다. 통상 모회사로서도 수요예측 흥행을 위해 복수의 자회사 상장 일정은 텀을 두고 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두 자회사의 상장이 당초 예상보다 다소 미뤄진 만큼 어느 한 회사의 상장을 미루기가 어렵다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원스토어와 SK쉴더스 모두 작년 하반기 상장 추진에 속도를 냈지만 올해 초 한국거래소 인사 등과 맞물리면서 수개월째 상장 작업이 지연된 바 있다. 

      문제는 예정됐던 상장 시기가 미뤄지는 동안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는 점이다. 통상 유통 시장과 직결된 공모주 발행 시장의 특성상 원스토어나 SK쉴더스가 수요예측에서 흥행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원스토어, SK쉴더스 등 개별 회사의 문제라기보다는 공모주 투자 자체에 대해 기관들의 관심이 줄어들었다”라며 “원스토어의 경우 밸류에이션(Valuation) 방식으로 PSR(주가매출비율)을 사용했는데 재작년이나 작년과 달리 매출 기준의 기업가치 측정에 대한 부담이 커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원스토어는 할인율 적용 후 기업가치 범위가 약 9139억원~1조110억원 수준이다. 비교회사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 카카오, 애플 등이 꼽혔다. 매출을 기준으로 하는 기업가치 평가방식인 PSR을 사용했다. 2021년 원스토어 매출 약 2142억원에 비교회사 거래배수 7.1배를 적용해 평가 시가총액은 약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플랫폼 비즈니스 특성에서 비롯된 매출 기준의 밸류에이션 측정방식은 최근 공모주 투자 분위기 상 부담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애플이나 알파벳 등 해외기업을 비교회사로 적용했다는 점 역시 ‘거품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로 꼽힌다. 

      물론 원스토어가 작년 말 연결 기준 약 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만큼 주가수익비율(PER)을 사용하기 어렵다. 또한 앱스토어라는 사업모델을 영위한 기존 상장사가 없어 마땅한 국내 비교회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최근 투자업계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보다 이익 실현 여부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는 만큼 원스토어가 아직 흑자 전환을 하지 못했다는 점은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SK쉴더스 역시 작년부터 불거진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해 ADT캡스에서 SK쉴더스로 사명을 바꾸며 물리적 보안과 더불어 신사업인 정보보안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해당 사업부문의 매출 비중은 20%를 갓 넘는 수준이다. 

      또한 동종 업계 점유율 1위인 에스원의 시가총액이 2조7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SK쉴더스의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인 3조5000억원이 다소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SK스퀘어 산하 두 자회사가 비슷한 일정으로 상장에 나선 것을 두고 '쪼개기 상장'에 대한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원스토어는 SK텔레콤(현 SK스퀘어)의 ‘T스토어’를 모태로 두고 있다. 2016년 SK플래닛에 속하던 해당 사업부가 인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다. 현재 SK스퀘어가 지분 약 47.49%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SK쉴더스 역시 SK스퀘어가 지분 약 63.13%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SK스퀘어 산하에 있는 두 곳의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SK쉴더스와 원스토어 모두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 SK증권, 키움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투자자(FI)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한 상장이라는 점이 한계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도 서둘러 상장을 강행한 데다 구주매출 비중 역시 SK쉴더스는 46.7%, 원스토어는 29.1%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SK쉴더스는 구주매출 주체가 블루시큐리티인베스트먼트로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이, 원스토어는 SKS-키움 파이오니어사모투자합자회사가 구주매출 주체로 이름을 올렸다.

      이와 관련, 원스토어 관계자는 “최근 문제가 불거지는 이슈는 대부분 물적분할 직후 상장하는 사례인데, 원스토어는 이와 결이 다르다”라며 “이미 7년째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쪼개기 상장’과는 큰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