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기 접어든 IPO 시장, 물 밑에선 금감원·거래소·주관사 '눈치 게임'
입력 2022.04.18 07:00
    LG엔솔 딜 이후 저문 IPO 호황…거래소 분위기에 주목
    주력 평가 부문·심사 진행 속도 등 거래소 분위기 파악
    금감원의 배정 등 자료 요청도 주관사 발목 잡는 요소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LG에너지솔루션 공모 이후 기업공개(IPO) 시장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도 그렇지만, 올해 들어선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이하 예심) 통과도 쉽지 않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움직임도 주시할 대상이다. 최근 금감원은 빅딜(Big Deal)을 주관하던 증권사를 대상으로 수요예측 배정 내역 및 수수료 관련 자료 공유를 요청했다. 정기적인 요청이긴 하나, 경(京) 단위 투자주문이 몰린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인해 '후폭풍'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거래소와 금감원의 움직임에 주관사들은 기민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최근 증권사 관계자들은 거래소의 내부 사정 및 행보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더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예측이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2년간 지속된 IPO 시장 호황 이후 고밸류 논란, 쪼개기 상장 등 부작용도 고스란히 남았고, 거래소 역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분주한 모양새다.

      정권교체ㆍ상장관련 부서 대규모 인사 이후 분위기가 이전과는 다소 달라졌다는 전언이다. 이를 영업전략에 반영하기 위한 증권가의 '정보수집' 활동 역시 치열해졌다. '최근 상장 후 주가 급락에 신경쓰기 시작하면서 초기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산정)에 까다로워졌다', '예비심사가 지연되는 데 따라 수뇌부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등의 소문이 증권가에 흘러나온 배경이다.

      그 중에서도 예심 지연은 1분기 내내 지속된 이슈다. 그럼에도 최근 주관사 실무진들이 입을 모아 불만을 토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코스닥 시장의 경우, 지난해 말 청구한 건들도 여전히 심사를 받는 등 지연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올 초 거래소의 정기 인사가 이뤄지며 상장 심사를 담당하는 부서 실무진이 대거 교체된 것과, 전년 실적이 3월 말 확정되는 까닭에 1분기엔 통상 심사가 쉽지 않다는 것 등이다.

      거래소는 인사로 인한 지연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체감적으로 심사 관련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건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최근 거래소 내부적으로 심사 지연을 문제삼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다시 원활한 심사가 이뤄질 거란 기대감도 나온다.

      감독당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최근 금감원은 빅딜 주관을 담당한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로우데이터(Raw Data)를 요청했다. 수요예측 배정과 수수료 산정 등이 그 내용이다. 정례적인 자료 요청으로, 금감원을 포함한 정부 관계당국에서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소재가 된다.

      매년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요청이지만, 이번엔 증권사에서 반응이 다소 다르게 나오고 있다. 올 초 IPO 시장의 역사를 새로 쓴 LG에너지솔루션 공모 때문이다. 

      주관사단이 1경5000조원가량 투자금액이 몰린 LG에너지솔루션 관련 자료들을 전부 챙기긴 녹록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배정할 물량도 상당히 많았던 까닭에 배정 기준을 정하고 준수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다.

      단순 자료 요청이 '금감원 조사'로 확대 해석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증권가에선 '한 주관사가 금감원에게 조사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해당 증권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설명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만약 금감원이 데이터를 검수한 결과 '이슈'가 발견된다면 대표주관사인 KB증권이 조사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는 전망도 나왔다. 주식 배정에 있어선 KB증권이 권한을 단독으로 행사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IPO는 기관들에게 '흥행이 보장된 딜'로 인식됐다. 많은 기관들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전화 등의 방법을 통해 이례적으로 영업에 나서는 모습이 연출됐다. 배정 기준이 모호한 까닭에 기관들도 행동에 나선 셈이다. 

      이는 감독당국 입장에서 일종의 시장 문란으로 비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금감원이 관리 감독 범위를 넓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관사에서 주식 배정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상당히 힘든 일이다"라며 "배정 근거와 기관별 차등 논리가 명확하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라고 말했다.